[ 특별기획 ] 2002년05월29일 제411호 

아직도 젊은 그대여!

30대 막바지의 ‘정신적’ 청년이 보는 40대의 문화적 초상


사진/ 신현준 l 문화 에세이스트·http://homey.wo.to (이용호 기자)


‘세대’라는 용어는 너무 모호하다. 일단 우리에게 떠오르는 익숙한 범주는 자연적 나이대다.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이런 식으로. 이렇게 10년을 단위로 칼로 무자르듯 세대를 구분하는 것은 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별말이 아니라 10대가 20대가 되고, 20대가 30대가 되고, 30대가 40대가 되기 때문에 각 세대에 대한 논의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기 쉽다. ‘386세대’라는 말이 한때는 인기를 누렸지만 요즘은 ‘글쎄, 그런 게 있을까’라는 반발을 받는 것도 자연스럽다. ‘요즘 애들’을 가리키는 단어가 ‘신세대’로 시작하여 ‘X세대’, ‘n세대’, ‘i세대’로 가속적으로 변화하는 것도 이런 모호함을 입증하는 것이다.

청년과 기성 사이의 골 깊은 괴리


사진/ 한국사회에서 40대는 '청년문화' 1세대들이다. 이제 그들은 평등과 정의의 가치에도 기여해야 한다. (이정용 기자)


한편 10년 단위의 세대 구분은 모호하지만 ‘청년세대’와 ‘기성세대’의 구분은 또렷한 이미지를 선사한다. 물론 이런 구분도 ‘애들’과 ‘노인네들’을 배제한다는 허점은 있다. 어쨌든 청년세대와 기성세대의 구분은 그럭저럭 타당하다. 간단히 말해 전자는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쿨’한 존재인 반면, 후자는 세상의 때가 묻은 ‘구린’ 존재다. 청년과 기성을 가르는 연령대는 시대별·지역별로 다소 편차가 있지만 이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세대 차이’나 ‘세대 갈등’이라는 단어가 영원히 반복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일반론이 조금 길었다. 정작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요즘은 청년세대와 기성세대의 갈등까지도 이전처럼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다. 만약 어떤 ‘젊은’ 사람이 나에게 ‘기성세대’라고 부른다면, 겉으로야 적당히 표정관리하면서 넘어가겠지만 속으로는 “웃기고 자빠졌네. 지가 더 속물적이고 ‘기성’에 약하면서…”라고 투덜거릴 것이다. 물론 나 역시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세련된 척하면 “나이든 주제에 주접떨고 자빠졌네”라고 비아냥거릴 것이다. 그렇다면 ‘청년’과 ‘기성’ 사이에 제3의 범주를 신설해야 할 것인가. 그렇게 하면 해골이 아파진다. 차라리 이제는 어떤 연령대이든 모두 ‘젊음’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고 말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요는 ‘청년’이란 신체적 개념이 아니라 문화적 개념이라는 이야기다. 즉 청년이란 ‘문화적 쿨함’의 기호이자 상징이다.

이제 본론에 들어간다. 현재의 40대는 단군 이래 최초로 ‘청년문화’라는 걸 경험한 세대이다. 우리는 그 시기를 대략 1970년대로 알고 있다. 주의할 점은 나이대가 청년이라고 해서 다 청년문화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70년대의 청년들은 60년대의 청년들처럼 먹고살기 위해 허겁지겁 기성세계로 진입하려 하지 않았고, 80년대의 청년들처럼 새파란 나이에 ‘조국과 민족’을 위해 혁명을 외치지도 않았다. 경우는 달랐지만 양자 모두 ‘애늙은이’로 젊은 날을 보냈다.

현재의 40대가 부지불식간에 이룩한 성과는 꽤 크다. 도시화와 산업화에 따른 도회적이고 ‘모던’한 감성, 경제성장에 따른 어느 정도의 물질적 풍요, 섹스가 더 이상 재생산의 수단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성혁명(sexual revolution) 등은 현재의 40대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이룩한 성과들이다. 그래서 90년대에 신세대가 등장하기 전까지 현재의 40대들은 모든 세대들 가운데 문화적으로 가장 ‘쿨’한 세대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60년대의 청년들은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버렸고, 80년대의 청년들은 ‘문화적으로 경직되었다’는 것이 다른 세대의 평가이기 때문에….

하지만 지금은 이 세대들에게도 세상의 때가 묻었다고 말해야 할까. 또는 실제로는 누릴 거 다 누리고 살면서 괜히 허전해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건 이제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접어든 나 같은 사람이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단지 문화적으로 ‘쿨’하고자 했던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 앞으로도 계속 ‘젊은 그대’들이 되기를 바라는 기대를 품어볼 뿐이다. 이건 사회가 고령화함에 따라 21세기 40대는 20세기 30대나 진배없다는 판단에 기초하는 바람이다. 욕심을 더 부리면 자유와 풍요를 갈망하는 것 못지않게 평등과 정의에 대해 배려하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져본다. 이건 현재의 40대가 ‘성장의 시대’에 성장기를 보내서인지 ‘물질적 풍요’와 ‘개인적 성공’이라는 미끼에 왠지 약해보인다는 편견에 근거해서 해본 말이다.

아, 그런데 다 쓰고 보니 이 모든 말은 ‘대졸 중산층 남성’에 주로 해당되는 말 같아 찜찜하다. 이 도도한 자기 중심성부터 극복하는 것이 더 중요할지 모르겠다. 그건 특정세대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신현준 l 문화 에세이스트·http://homey.w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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