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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에 물어봐” 올해 대선판도 결정할 최대 변수집단… 뚜렷한 색깔 없어 선거전략 고심
세상일에 쉽게 미혹되지 않는다는 불혹(不惑)의 나이 40대. 그들이 올해 대선판도를 좌우하는 최대의 변수집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40대가 올해 대선판도를 좌우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라는 얘기다. 최근 여론조사의 흐름을 보면 다른 연령층의 지지성향이 일정한 경향성을 띠는 것과 달리, 40대의 그것은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다. 40대는 3월과 4월엔 노무현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가 5월 이후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쪽으로 돌아섰다. 다른 연령층에서도 지지율 변화는 있었지만 40대와 같은 역전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40대의 이 후보 지지가 앞으로도 안정적이라는 보장은 없다. 각 정당과 후보들이 앞으로 하기에 따라 표를 끌어들일 여지가 많은 세대가 40대인 셈이다. 그들의 의식구조와 지향하는 정치적 가치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불안정한 지지성향 “입맛 까다롭네”
‘40대 변수론’은 여론조사기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현상이다. 지난 3월 30대에서 불기 시작한 노무현 바람은 40대가 가세하면서 돌풍으로 드세졌다는 게 정설이다. 반대로 5월 이후 노풍의 급속한 소멸도 40대의 변심에서 기인했다고 분석한다. 노 후보가 40대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역전되면서 노풍이 잦아들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20∼30대는 노 후보를, 50∼60대는 이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뚜렷하지만 40대는 정치권의 미세한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불안정한 지지성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40대가 조금만 성에 차지 않아도 지지를 유보하는 등 까다로운 입맛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갤럽 박무익 소장은 “원래 50대와 가까운 40대가 지난 3∼4월 30대와 비슷한 정치성향을 보인 것은 매우 특이한 일”이라며 “현재의 흐름상으론 올 대선의 주요 변수가 지역적으로는 영남, 연령적으로는 40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영남변수에 대해선 여러 각도에서 정밀한 분석이 이뤄졌으나 세대별 투표성향에 대한 분석은 아주 적은 편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도 이런 점에 주목하고 40대의 정체성과 의식구조, 생활방식에 눈을 돌리면서 40대를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꾀하고 있다. 마치 40대를 놓고 두당이 줄다리기를 벌이는 양상이다. 40대,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정치적 지향은 보수인가, 개혁인가, 아니면 절충인가. 20대와 30대는 변화와 개혁 지향성이 뚜렷하다. 반면에 50대와 60대는 안정과 보수 지향성이 분명하다. 이런 세대적 특성은 역대 선거에서 그대로 반영됐다. 그러나 40대는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세대다. 40대엔 변화와 안정, 개혁과 보수에 대한 욕구가 뒤섞여 있다. ‘안정 속의 개혁’, 선거판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 흔하디 흔한 구호도 40대에 내재한 이런 모순적인 열망을 노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흔히 30∼40대로 묶이지만, 때론 40∼50대로 분류되는 것도 40대의 이중적이고 어중간한 세대적 특성을 잘 드러낸다. 그래서 40대를 ‘낀 세대’라고도 하고, ‘이름 없는 세대’라고 하는 것일까. 지금의 40대가 30대이던 10년 전에도 그들은 ‘샌드위치 세대’로 불렸다.
모순된 열망의 샌드위치 세대
40대는 어떤 투표성향을 보일까. 원래 40대는 50대 이후의 세대와 함께 보수성향의 유권자층으로 나뉜다. 직장생활에선 대부분 관리자급 이상의 안정적 위치에 올라섰고, 서서히 은퇴 이후를 생각해야 하는 세대이니 그럴 법도 하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직장에서 탄탄한 위치를 확보하는 30대 후반부터 40대의 세대적 특성을 보인다고 말한다. “20대와 30대는 선거에서 새로움과 개혁에 매력을 느낀다. 이미지와 미래에 대한 비전이 선택의 주요한 기준이다. 40대는 좀더 복합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쉽게 판단을 내리지 않고 논리적으로 꼼꼼히 따진다. 이미지보다는 현실부합성을 더욱 중시한다.” 한 여론조사전문기관 관계자의 40대 투표성향 분석이다. 가장 냉철하게 판단하고, 냉정하게 선택하는 세대가 바로 40대라는 것이다.
“이미지보다는 현실부합성을 더욱 중시한다”
선거판에서 40대의 위력은 막강하다. 40대 유권자는 전체의 22.1%(지난해 말 기준)에 이르러 50대(12.9%)나 60대 이상(15.6%)보다 더 많다. 20대(23.8%)와 30대(25.6%)보다는 수가 적지만 40대는 투표율이 높다. 15대 대선 당시 연령별 투표율은 20대는 68.2%, 30대는 82.8%였지만, 40대는 87.5%로 전체 투표율(80.7%)보다 높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40대의 세대적 특성과 이에 따른 투표성향에 주목하고 있다. “40대와 영남지역 유권자의 움직임이 올해 대선의 핵심 관건이다. 결국 세대교체와 지역통합주의가 한축이 되고, 지역분열주의와 보수주의가 또 다른 축이 될 것으로 본다.” 민주당 노 후보 쪽 핵심 참모의 말이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이회창 후보 비서실의 관계자는 “40대는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중추집단이어서 여론형성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다”며 “40대의 동향과 그들의 선택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변화에 민감한 반응, 막강 영향력 발휘
5월 이후 40대에서 노무현 후보 지지율이 눈에 띄게 빠진 원인으로 여러 가지가 지적된다.코리아리서치센터 김정혜 부장은 “40대가 다른 연령층에 비해 5월 이후의 여러 악재와 정치적 소재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통령 아들들의 부패사건과 노 후보의 김영삼 전 대통령 방문 등 일련의 내외적 사안에 대해 40대가 일단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40대가 다른 연령층보다 노 후보 쪽 악재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것이다. 노 후보 쪽의 인식도 마찬가지다. “외부의 정치적 상황과 내부의 이런저런 오류들이 겹쳐 40대가 유보 쪽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돌아선 40대는 결국 돌아올 것이다. 민주당에 타격을 입힌 이런저런 악재가 걷히고, 이회창 후보와 노 후보의 대결구도로 정국이 짜이면 달라진다. 40대는 구체적인 정책을 보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는 역대 어느 선거보다 정책대결 양상이 분명해질 것이다.” 노 후보 쪽 전략과 기획분야에서 일하는 핵심 관계자의 얘기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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