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정병국 ㅣ 한나라당 국회의원(경기 가평·양평)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비서실 부실장

미국의 저명한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뉴욕대 교수)은 자신의 저서 <신자유주의와 인간성의 파괴>에서 중년의 ‘유연성’을 신자유주의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이는 곧 안정과 변혁이라는 광범위한 역할에 가장 합리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사회 주체집단으로 중년을 꼽은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 여러 분야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 40대는 80년대 군사정권이 자멸해가는 과정과 민주정권으로 교체되는 혼란 속에서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과도기를 헤쳐온 세대다. 그런 불안한 성장기를 통해 가장 합리적인 유연성을 몸에 익힐 수밖에 없었다.

일시적 파격에 흔들리지 않는 유연성

90년대 컴퓨터와 함께 성장기를 보낸 20∼30대가 강한 개성과 예측 불가능한 반동을 신선함으로 느끼고 즐기는 세대라면, 40대는 일정한 방향으로 퉁겨지는 예측 가능한 반동을 통해 정확한 리듬을 찾고자하는 세대다. 40대에게 있는 상하 세대를 아우르는 유연한 감각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균형감각이기에 존중되어야 한다. 안정적 발전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그들의 선택이 급진적이거나 과격할 수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40대가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획일적 세대라는 뜻은 아니다. 우리 40대는 20∼30대의 개성과 50대 이상의 권위 사이에 끼어 있는 세대로, 변화와 안정에 대한 균형감각이 뛰어나면서도 어느 시기에는 한쪽으로 쏠리기도 한다. 40대 또한 완충이 보장된 범위 내의 변화에는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노무현 후보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과정에서 보인 다양한 연출에 가장 먼저 열광한 세대는 20∼30대였다. 하지만 당시 40대의 스프링처럼 유연한 균형감각이 20∼30대에 편승하는 양상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3월 초부터 실시해온 대통령 후보의 여론조사 변화추이를 보면 노무현 후보 쪽으로 기우는 40대의 지지 성향이 잘 나타나 있다.

하지만 노무현 후보가 몰고 온 바람은 진정한 개혁과 변화의 바람이 아니었다. 이벤트를 통해 아주 잘 연출된,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일시에 몰아닥쳤다 만 것으로 사실상 노풍(no wind)이었다. 먼저 그는 검증된 지도자가 아니다. 연출된 지도자는 정책을 통한 검증과정에서 반드시 실체가 드러나게 되어 있다. 검증과정에서 잦은 말 바꾸기와 DJ정권의 부정·부패에 대한 애매한 입장을 취하자, 40대가 감각적 동조에서 벗어나 가장 먼저 노무현 후보의 자질과 한계를 깨달은 것이다. 이것은 요즘 빠른 속도로 빠지는 노무현 후보에 대한 40대의 지지율에서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노무현 후보는 검증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변화와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40대는 안정적이고 미래가 보이는 예측 가능한 개혁을 바란다. 결코 불투명하고 불안정안 정치인 노무현 후보는 40대의 이런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다.

반면 국민과 더욱더 가까워진 이회창 후보의 비전은 구체적이고 미래지향적이다. 국내총생산(GDP)의 7%를 교육에, GDP의 3%를 연구 개발에 투자하여 향후 20년 동안 해마다 6% 이상의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비전이 있다. 주택, 의료, 사교육 비용 10% 낮추기 등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이 있으며, 부정·부패를 확실히 척결할 의지도 있다. 그래서 40대는 지금 이회창 후보를 주시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는 무엇보다 정치인의 도덕적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 국민에게서 배신감만 불러일으킨 정치, 그러기에 정치집단은 도덕적으로 가일층 쇄신되어야 한다.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는 정치, 40대의 갈망은 바로 이 법과 원칙이 바로 서는 커다란 테두리 안에 수렴된다. 따라서 세대를 넘나드는 윤활유처럼 유연한 사고로 안정 속의 발전과 변화를 갈망하는 40대의 선택은 이회창일 수밖에 없다. 그들은 일시적인 바람이 아니라 지속적인 머무름으로 이회창 후보에 대한 지지를 보낼 것이다. 이 후보가 법과 원칙을 세우며 자유시장 원리를 지켜나가는 가운데 예측 가능한 변화를 추구할 확실한 정치적 대안이기 때문이다. 이 후보만이 구체적인 비전과 대안, 도덕적 변화를 갈망하는 40대의 열망을 실현시킬 수 있다.

정병국/ 한나라당 국회의원(경기 가평·양평)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비서실 부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