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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특별기획 등록 2002.03.27(수) 제402호

[특별기획] ‘더블 딥’이라는 유령

스티븐 로치가 경고하는 미국 경제의 이중침체… 착시현상 확대해석 비판도

“세계는 경기침체가 끝났다고 자축할 때가 아닙니다.”

미국 증시에서 대표적인 비관론자 중 한 사람인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가 지난 3월2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위원회로 이근영 금감위원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충고(?)한 말이다. 지금 각종 지표가 보여주는 것과는 달리 미국 경제의 회복 가능성이 ‘매우’ 불투명하다는 것이었다.

이대로 가면 한국 증시는 곤두박질?

스티븐 로치는 새해의 들뜬 분위기에다 여러 지표들이 미국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던 지난 1월7일 <글로벌 이코노믹 포럼>에 ‘더블 딥 얼러트’(이중침체 경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실어 국제금융시장에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인물이다. 그는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가 지금 회복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일시적으로 회복됐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 딥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3월22일 한국 방문중 한국투자신탁 직원들 앞에서 한 강연에서도 자신의 견해를 거듭 강조했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2000년에 국내총생산의 4.6%, 2003년 하반기에는 6.2%로 확대될 것이다. 이는 연간 6600억달러에 이르는 금액으로 하루에 미국으로 20억달러가 순유입되지 않으면 미국 경제가 지탱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그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줄어들려면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거나, 아니면 미국 밖의 다른 지역경제가 도약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미국 달러 가치의 급속한 절하가 필요하다며, 이 3가지 현상이 병행되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은 과거 6차례의 경기침체기 중 5차례에 걸쳐 경기가 일시적으로 회복된 뒤 다시 둔화되는 이중침체 현상을 겪었다”며 “지난해 4분기 중 자동차 가격의 대폭인하 등으로 5.4% 증가한 개인 소비지출의 94%는 내구소비재에 대한 지출이었는데, 이는 2002년 상반기에 발생됐어야 할 소비가 앞당겨 이뤄진 것으로 앞으로 이런 소비증가가 계속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경제가 이중침체를 겪는다면 경기부양을 통해 침체된 경기를 상승세로 돌려놓은 한국 경제나, 대미수출 회복 기대감으로 급상승을 계속해온 한국 증시는 그대로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국이 90년대와 같은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앞으로 몇 년이 더 필요하다는 그의 견해는 ‘착시현상’을 확대해석한 것이라는 비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기우가 될 것인가, 적중할 것인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강문성 부연구위원은 “로치가 더블 딥이라고 본 성장률 수치의 흐름은 분기별 통계를 봤기 때문에 나타나는 착시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즉 분기별 성장률을 보면 1분기에 하락, 2∼3분기에 상승, 4분기에 다시 하락하는 등 W자형 곡선이 나타나는데, 이는 성장률을 전년동기와 비교해 계산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일 뿐이고, 산업생산 증가율이나 실업률 등의 월별 통계로 보면 그런 이중침체현상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제금융센터(KCIF)도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지난 1998년 자딘플레밍증권의 이코노미스트 스티브 마빈은 “한국에 제2의 위기가 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않은 한국 경제가 또 한번 침체에 빠질 것이라던 그의 경고는 99년 한국 경제가 급격히 회복하면서 ‘기우’임이 드러났다. 그러나 그의 주장이 잊힐 무렵인 99년 7월 대우사태가 터지면서 한국 경제는 다시 고꾸라졌다. 최근 발표되는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는 로치의 주장을 잊는 게 낫다고 충고한다. 그러나 미국 증시의 움직임을 보면 90년대 10년 호황을 지속해온 미국 경제가 2000년 3월 이후 시작된 경기하강에서 그렇게 빨리 벗어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아직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닌 듯하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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