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w.hani.co.kr/h21

기사섹션 : 특별기획 등록 2002.03.27(수) 제402호

[특별기획] 폭발하는 증시 “가자 1500으로”

주가지수 최고치 낙관 흐름 속에 조심스런 경계론도… 당신은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

주가 상승세가 무섭다. 2001년 9·11 테러로 급락한 주가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 말까지 5개월 연속 급상승했다. 그래프 상으로도 월말주가가 월초주가보다 높은 ‘양봉’을 계속 그려냈다. 3월에도 6개월째 양봉을 그릴 태세다. 일찍이 없던 일이다. ‘기다리는 조정은 오지 않는다’는 증시의 오랜 격언을 이번만큼 실감나게 보여주는 때도 없다.

애널리스트들의 장밋빛 전망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은 이미 최저치 대비 100%에 근접했다. 2001년 9월17일 468.76까지 떨어졌던 종합주가지수는 3월22일 895.98로 91.13%가 올랐다.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하이닉스반도체 제외)의 경우 3월21일까지 평균 115% 오르는 등 상승세가 더욱 가파르다. 역대 증시에서 주가가 이처럼 단기급등한 경우는 지난 98년 8월부터 99년 1월 초까지 4개월간 105%가량 오른 것이 유일하다. 사람들은 묻는다. “지금 사도 늦지 않을까?”

지난 99년 대세상승기에 “지수가 2000은 갈 수 있을 것”이라던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장담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주식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들이 증권사들의 ‘장삿속’일 수도 있다고 의심한다. 그러나 증권·투신사의 애널리스트들은 경기가 이제 회복 초기인 만큼 주가가 이번에는 1000포인트를 무난히 넘어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부에서는 1400∼1500, 아니 그 이상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내다보기도 한다.

이런 기대에는 올해 상장사 실적이 사상 유례 없이 좋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주가를 좌우하는 가장 결정적인 변수는 기업의 당기순이익인데, 올해 상장사 실적이 지난해보다 2배가량이나 늘어나리라는 것이다.

주가가 주당순이익의 몇배인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주가수익비율(PER)이다. 대한투자신탁증권 경제연구소가 최근 79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기업들의 90년 이후 평균 PER(98년 제외)는 17.5배가량으로 나타났다. 99년부터 2001년까지는 13.8배로 이보다 조금 낮았다. 그러나 지난 2월 말 현재 주가(시가총액)를 올해 이들 상장사의 순이익 예상치로 나눈 결과 PER는 9.89배에 지나지 않았다. 적정 PER를 13.8배로 보면 2월 말 지수 800보다 40%가량 추가상승한 1120까지 오를 수 있다는 계산이 된다. 적정 PER를 17.5배로 높게 잡으면 1428까지는 종합주가지수가 상승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른 증권사의 상장사 실적 예측치도 비슷한 결론으로 이어진다. 대우증권은 대한투신보다 더 많은 226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올해 실적치를 추정했다. 이 정도 기업이라면 시가총액 기준으로 전체의 90%를 넘는데, 이들 상장사의 올해 당기순이익은 지난해보다 117%가량 늘어난 26조4666억원으로 추정됐다. 3월22일 현재 상장사 시가총액은 336조원, 종합지수는 895.98이다. 따라서 적정 시가총액이 상장사 순이익의 14∼17배라면 이런 순이익 예상치는 종합주가지수가 1096∼1357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더군다나 이제 막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이어서 올해보다 내년의 기업실적이 더 좋아진다면 올해 주가지수 최고치는 그보다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실적 추정치, 부풀린 것은 아닌가

그러나 이런 분석결과는 두 가지 의문점을 불러일으킨다. 하나는 과연 적정 PER를 얼마로 잡아야 하느냐다. 미래에셋 이종우 리서치실장은 “최근 3년간 PER가 과거보다 낮은 이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그것이 우리 경제나 상장사들의 성장성이 예전보다 낮아진 데 기인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적정 PER는 성장성이 높을수록, 반대로 금리가 낮을수록 높아진다는 점에서 보면 성장성은 낮아졌어도 금리가 상대적으로 떨어진 것도 감안해야 한다. 그런 논리에서 보면 최근 3년간의 PER보다는 과거 10년간의 PER가 더 적정한 지표일 수도 있다.

또 하나의 의문점은 애널리스트들의 올해 상장사 실적 추정치가 과연 현실적인가 하는 점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주가가 급등하고, 경기회복을 보여주는 지표가 잇따라 나올 때는 애널리스트들도 흥분하게 마련”이라며 “그래서 실적 추정치를 실제보다 부풀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쨌든 올 들어 지속되고 있는 주가급등은 이런 실적 전망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기대가 점차 힘을 얻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전망은 미국 경제의 회복과 이로 인한 수출증가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김위대 연구원은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에 안착하기 위한 가장 결정적인 변수는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의 45%(2000년 기준)를 차지하는 수출”이라고 말했다. 과거 한국증시에서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어선 뒤 아래로 다시 떨어진 것은 수출이 증가세를 멈추고 이에 따라 경기가 하강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95년의 경우 그해 말부터 반도체·철강·석유화학 등 주요 수출품과 선진국 수출실적 저조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가 주가를 하락세로 반전시킨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또 99년 말과 2000년 초에도 미국 경제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 증시를 대세하락으로 반전시켰다. 그는 “과거 주가를 대세상승으로 이끈 견인차는 수출 회복에 따른 외부 유동성의 공급이었다”며 “선진국 경기의 회복은 수출실적 회복으로 이어지고, 이는 기업의 실적을 호전시켜 주식시장에서도 실적장세를 지속시키는 선순환을 낳는다”고 말했다.

미국 증시를 눈여겨보라

그런 가운데 3월 수출액 잠정치는 앞으로 수출이 회복세로 돌아설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중간집계한 결과 3월 들어 20일까지의 수출실적은 76억8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5억5700만달러보다 1.6% 증가했다. 20일까지의 중간집계이긴 하지만, 지난 2월 수출이 전년동월대비 16.6% 감소한 것에 비하면 수출이 호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30% 이상을 차지하는 정보기술(IT) 분야의 경우도 전년동월대비 수출증가율이 지난해 12월 -25.9%에서 1월에는 -9.7%, 2월에는 -8.4%로 점차 호전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경제는 한번 회복세로 돌아서면 약 3년 가까이 경기 상승세가 이어져왔다. 지난 72년부터 98년 말까지의 6번의 경기순환에서 경기확장기는 평균 34개월이었다. 또 주가는 경기정점보다 길면 1년가량 앞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8월 경기가 저점이었다고 가정할 때 앞으로 주가가 강세를 보일 수 있는 기간은 길게 잡으면 2년이 남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경기의 회복 속도나 우리나라 상장사들의 실적증가 속도가 기대만큼 빠를 것이냐는 또 다른 문제가 남아 있다. 이종우 실장은 “한국시장의 투자자들은 미국 경제의 급격한 회복을 확신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지만, 미국 증시는 아직 차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의 회복 속도가 매우 완만할 것이라는 전망뿐 아니라, 심지어는 다시 침체국면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http://www.hani.co.kr/section-021007000/2002/03/021007000200203270402037.html



The Internet Hankyoreh copyright(c) webmaster@new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