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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섹션 : 특별기획 | 등록 2002.03.20(수) 제401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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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부동산가격 ‘보글보글’ 명목 성장률 웃도는 급등세 거품 조짐… 경기부양 제고·금리인상 등 대책 필요
1980년대 후반 부동산가격 급등에 취해 있던 일본인들은 환상에 빠져 있었다. 무역흑자로 인한 막대한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일본의 땅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일본의 부동산을 모두 팔면 미국을 3∼4번 살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90년 여름부터 일본의 땅값은 수직하락을 시작해 2000년까지 10년 연속 떨어졌다. 그것은 단순히 자산가치의 하락에 그치지 않았다. 소비침체로 일본경제는 장기불황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1월1일 기준 우리나라의 과세대상 토지(전 국토의 78%)의 공시지가 총액은 1324조원. 공시지가만을 기준으로 대충 계산해도 한햇동안 17조원가량이 늘어났다. 일부 전문가들은 아파트를 비롯한 집값의 상승분까지 감안하면 부동산 가치가 최근 1년 동안 50조원가량은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놓고 연간 국내총생산의 10%가량 국가의 부가 늘어났다고 봐도 될까?
일본의 자산거품 형성기와 비슷
삼성경제연구소 최희갑 연구원이 지난 3월13일 발표한 ‘최근 자산가격 동향과 버블화 가능성’이란 보고서는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에서도 일본과 비슷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최 연구원이 부동산가격의 거품 여부를 평가한 기준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2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부동산가격이 급등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지난 88년 6월부터 89년 6월 사이에도 일어난 적이 있는데, 보고서는 올해 2월 아파트값 및 주택값을 1년 전과 비교하면 거품 진입 직전의 단계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기준은 부동산가격이 명목 경제성장률(물가상승분을 제거하지 않은 성장률) 수준을 초과하는 경우이다. 이를 기준으로 보더라도 지난해 주택가격(9.9%)과 아파트가격(14.5%) 상승률은 우리나라의 명목성장률(4.3%)보다 2배 이상 높아 거품 조짐이 있다는 것이다. 최 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최근 부동산가격 급등을 부른 여건도 80년대 후반 일본의 자산거품 형성기와 아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저금리 상황에서 10%가 넘는 통화증가율, 무역수지 흑자 속에 내수 중심의 경기 회복 또는 활황, 가계대출 급증 등이다. 무엇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아주 낮은 상태를 유지해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영할 명분이 약한 점도 그때와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급등하면 이로 인해 내수소비가 더 확대되고, 자산가격에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로 가격상승이 장기간 계속될 수도 있다. 문제는 훗날 이런 순환고리가 뒤집어지는 때이다. 일본의 경우 자산거품이 붕괴하면서 소비는 급격히 위축됐고, 금융기관들은 대출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해 엄청난 부실이 쌓였다. 최 연구원의 주장은 “이제는 부동산가격 급등을 낳은 경기부양 정책을 경기회복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정책으로 전환할 때”라는 것이다. 거품을 막기 위해서는 부동산에 대한 투기적 거래를 막고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의 경기회복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빠른 만큼 선제적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한국은행은 다른 정책들은 잇따라 내놓았지만, 금리에 손을 대는 것만은 여전히 주저하고 있다. 지난 3월15일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진념 부총리는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수출 등 대내외 불확실 요인이 높은 만큼, 수출과 투자의 회복이 가시화할 때 정책기조를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나친 경기부양은 화를 부른다
금리인상에 대해 시장에서는 찬반이 팽팽히 맞선다.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나게 되는 기업과 주가하락을 우려하는 증권업계는 당연히 반대하는 쪽이고, 학계에서는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쪽이 많다. 한 경제학자는 “지금 금리를 올리는 것이 적절한지는 솔직히 장담할 수 없다”며 “그러나 지난해부터 과도한 경기부양이 계속돼온 만큼 정부가 정책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정책쇼크’가 일어날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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