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획 ] 2002년03월20일 제401호 

솟구친 집값, 안개 속으로…

급등세 접은 뒤 오르내림 전망 엇갈려… 금리 복병에도 중소형 시장은 쾌청


사진/ 오름세 이어갈까. 내림세로 돌아설까?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갈림길에 섰다. (한겨레21)

추가 상승이냐 하락이냐? 부동산 시장이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개 국면에 빠져들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아파트 가격의 상승세는 일단 주춤한 상황이다. 신학기에 맞춰 이사하려는 계절적 수요가 끝나가고 있는데다 지난 3월8일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이 발표되면서 투기적인 가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격 급등세가 일단락된 만큼 6월 말까지는 현재의 관망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서도 집을 장만하려는 사람들의 눈치작전은 계속되고 있다. 집값이 언제 뛰어오를지 모르는 만큼 신경을 곤두세우고 현재의 소강국면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집을 사야 하는지 묻는 상담전화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던 지난 1월에 비해 오히려 늘었다”고 말한다. 하루 15건 안팎이었던 전화가 요즘 30여건 가까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상담전화는 주로 아파트를 언제 매수해야 하느냐고 묻는 내용들입니다. 시장이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서는 치열한 탐색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투기적 가수요 줄어 시세 주춤 양상

실제 부동산 시장은 갈림길에 서 있다. 한쪽에서는 “아파트 가격이 꼭지에 이른 것 아니냐” “잘못했다가 상투 잡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다른 한쪽에서는 “정부 대책 때문에 주춤한 것일 뿐 다시 상승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주춤하는 양상은 뚜렷하다. 지난 1월 분양한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아카데미스위트의 경우 68평형과 102평형의 시세가 분양가를 밑돌고 있다. 특히 68평형 분양가는 7억3천만∼10억원이었지만 500∼1천만원 싸게 급매물이 나와 있다. 50평형 역시 분양가 6억9천만원(로열층 기준)에 3천만원가량 붙었던 프리미엄이 500∼600만원으로 떨어졌다. 도곡동 현대부동산 황태규 사장은 “아파트를 되팔 목적으로 계약금(분양가의 10%)만 가지고 분양을 받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급매물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주변 럭키아파트 32평형(로열층)의 시세도 4억3천만원으로 지난달 수준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 물론 강남을 제외한 서울 다른 지역과 수도권 신도시 등은 아직도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지만 이들 지역도 상승폭은 둔화되는 양상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아파트 가격이 오를 만큼 올랐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국민은행이 최근 발표한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7월 110.2(95년 12월 100 기준)로 97년 11월의 109를 이미 넘어섰다. 2002년 2월은 127.2까지 상승했다. 특히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 가격은 지난해 말에 비해 11.2%, 1년 전에 비해 31% 올랐다. 과도한 가격 상승으로 조만간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부동산 거품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안정대책으로 투기적인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상승세를 꺾는 데 한몫 했다. 특히 분양권 전매 제한과 무주택우선분양 물량을 50%로 확대하기로 한 방침은 투기를 잠재우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 또한 부동산 가격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시중금리가 지난 2월28일을 바닥으로 급격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표금리인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2월28일 연 5.71%로 바닥을 기록한 뒤 불과 2주 만에 6%를 넘어섰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도 자연스럽게 상승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3개월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월28일 연 6.02%에서 15일 6.12%로 올라갔다.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오르면 은행 융자로 집을 사려는 수요가 줄어들고 이미 집을 산 사람도 이자부담이 커지는 까닭에 집값이 하락하게 된다. 국민은행 가계여신팀의 고광래 과장은 “올해는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시장금리가 오를 전망”이라며 “금융감독원도 가계대출 요건을 강화하려는 방침이어서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세 우려… 그래도 공급은 부족



그러나 단기적으로 주택 가격을 좌우하는 수급 현황은 여전히 공급이 모자라는 상황이다. 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주택건설 물량이 평년 수준을 훨씬 밑돌았기 때문이다. 주택건설 규모는 97년 59만호였던 데 반해 98년 31만호, 99년 40만호, 2000년 43만호로 공급 규모가 절대적으로 모자랐다. 지난해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해 50만호가 착공됐지만 이들의 입주 시기는 일러야 2003년 말이다. 본격적인 입주는 2004년 들어서나 가능할 전망이다. 특히 전용면적 25.7평(32평형) 이하의 중소형 아파트는 거의 지어지지 않아 공급 부족이 극심한 상황이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소형주택의무건설비율(20%)를 재도입했으나 그 효과는 3년 뒤인 2005년부터나 기대할 수 있어 당분간 아파트 공급부족 현상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꾸준한 전세 가격 상승세는 이러한 수급불균형을 반영하고 있다. 아파트 매매 가격이 투기적인 가수요에 의해 거품이 만들어질 수 있는 데 반해 전세 가격은 실수요자들 중심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시장 수급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다. 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아파트 가격지수는 매매지수가 2001년 1월 103.2에서 2002년 2월 127.2로 24포인트 상승한 데 반해 전세지수는 127.6에서 162.5로 34.9포인트나 상승했다. 또 수도권 응답자의 87.5%가 아직도 전세 물량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여기에 서울 5개 저밀도지구의 재개발이 잇따라 시작된다. 도곡지구 주공아파트는 이미 사업승인이 나 주민 이주를 시작했다. 이들은 주변 다가구주택이나 다세대주택으로 이사하거나 아예 용인, 시흥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기고 있는 실정이다. 잠실지구 2만1천가구와 화곡지구 6천가구도 4∼5월 사업승인만 나면 바로 이주가 시작될 예정이다. 그동안 우려했던 중소형 아파트 수급 불균형 사태가 현실화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투기적인 가수요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각종 안정대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분양권 전매 제한 방침으로 지난해 말 가격 급등세를 부추겼던 떴다방 등 부동산업자들과 투기꾼들의 행동반경이 훨씬 좁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가구2주택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단축시키기로 한 것도 불필요한 수요를 줄일 전망이다. 그러나 오는 7월부터 서울지역에 분양권 전매 제한 방침이 시행되면 투기세력의 자금이 경기도 지역으로 퍼져나갈 가능성도 있다. 남양주, 덕소, 하남, 안양, 파주, 고양 등이 주요 무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부동산 가격은 상승과 하락 요인이 공존하고 있다. 실수요자들이 현재의 관망 분위기에서 불안해하는 것도 이러한 복합적인 상황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현실적인 고민에 부딪힌다. 주택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급등세는 없어도 상승세는 이어져


사진/ 부동산 시장에서 투기적인 수요는 사라질 것인가. 서울 중계동의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 부동산투기대책반원이 분양신청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한겨레 서경신 기자)


부동산 전문가들은 비수기를 이용해 차분히 매물을 찾는 것이 유리하다고 충고한다. 투기적인 수요는 한풀 꺾였지만 중소형 아파트 중심의 실수요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아파트 가격도 지난해와 같은 급등세는 없겠지만 꾸준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정부가 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해 일단 상승세를 잠재웠지만 가격상승 압력은 시차를 두고 다시 나타나게 된다”며 “부동산 가격은 상반기까지 주춤하다가 하반기에 다시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금리 동향도 아직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연 6% 안팎인 주택담보대출금리가 8%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는 한 집값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금리가 8% 이상으로 올라가면 주택에 대한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부동산의 특성을 고려할 때 수요가 위축된다 해서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는 드물다. 부동산 가격이 본격적인 하락세를 보이려면 금리가 연 10%를 넘어서야 한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물론 주역은 중소형 아파트다. 대형 아파트 물량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최근 몇년 동안 물량이 쏟아진 수도권 지역의 대형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충고한다. 이들은 1∼2년 뒤 부동산 거품이 꺼질 경우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소형 주택 임대사업에 나서는 사람들은 줄지 않고 있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주변의 일반주택지에선 80평 안팎의 단독주택을 사서 다가구나 다세대주택을 지으려는 수요가 꾸준하다. 가장 일반적인 투자 형태는 80여평의 땅에 15평 안팎의 소형주택 12∼13가구가 들어가는 지상 4층 건평 200평의 규모의 다가구나 다세대주택을 건축하는 경우다. 땅값은 평당 1천만원씩 8억원에 건축비 5억원. 모두 합해 13억원가량이 든다. 이를 임대할 경우 전세 기준으로 1평당 600만원씩 12억원이다. 월세로 치면 1200만원. 13억원을 들여 월 1% 가까운 소득을 얻게 되기 때문에 연 5%(1년짜리 정기예금) 안팎의 은행금리를 두배 이상 앞지른다. 강남구 대치동 여명부동산의 이조영 사장은 “다가구나 다세대주택을 지으려는 수요자들이 많지만 매물이 나오지 않는 형편”이라며 “부동산 시장이 위축됐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오피스텔에 대한 투자는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일치된 견해다. 워낙 많은 물량이 공급된 데다 실수요자가 아닌 투자 차원에서 분양받아놓은 물량이 많아 조만간 하락세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곽창석 이사는 “오는 4월 이후부터는 수도권 오피스텔 가운데 미분양 물량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 매수는 4∼6월을 노려라


사진/ 올해에도 중소형 아파트는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수도권의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주변에 대거 몰려든 입주 희망자들. (한겨레 이정우 기자)


결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은 서서히 빠지겠지만 실수요자들이 몰리는 중소형 주택의 시장은 전세와 매매 양쪽에서 모두 상승세를 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아직 투기적인 수요가 남아 있는 수도권 몇몇 지역을 제외하고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수급 상황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달라지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말 부동산 가격 급등의 진원지였던 강남지역 역시 신규 아파트 공급이 절대 부족한 상황이어서 가격은 쉽게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에 따라 부동산 컨설팅업체들은 부동산 시장이 소강상태를 보이는 4∼6월에 주택을 매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지적한다. 6월 말부터는 다시 가을 이사철을 맞은 매수세가 형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영진 사장은 “2003년 말까지 수급불균형이 예상되는데다 중소형 아파트의 평당 가격이 대형에 비해 훨씬 낮은 상황이어서 중소형의 강세는 계속될 것”이라며 “특히 전세입자들은 비수기를 틈타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정남기 기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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