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획 ] 2002년03월13일 제400호 

비판한다, 고로 존재한다

인터뷰/ 슈테판 아우스트 <슈피겔> 편집국장



88년 <슈피겔TV>의 편집장으로 ‘슈피겔 그룹’에 첫발을 디뎠던 슈테판 아우스트(Stefan Aust·55)는 94년 12월부터 <슈피겔>의 지휘봉을 잡았다. 고교 졸업 뒤 잡지기자와 방송작가 생활을 했고, 7권의 정치 관련 저서를 내기도 했으며 시사토크쇼를 진행한 경력도 있다. 그는 “9월의 독일 총선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의 세계정세가 <슈피겔>의 2002년 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신들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인가.

사람이다. 독일 전체에서 우리만큼 양질의 사람들이 있는 곳은 없을 것이다. 중요한 사건이 터졌을 때 몇 시간 안에 커버스토리를 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 글쓰는 능력도 최고지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도 최고다.

<슈피겔>은 어떤 색깔의 잡지인가.

우리는 항상 정권에 비판적 자세를 취한다. 보수정권이 들어서면 사회당적인 입장에서 비판하고 사회당 정권이 들어서면 그 반대다.

심층적인 배경 보도가 차별화 전략이라고 들었다.

어차피 우리는 일간지나 방송보다 늦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표피적인 보도보다는 뒷배경 추적에 노력을 쏟게 됐다. 덕분에 <슈피겔>은 독일 텔레비전 뉴스들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매체가 됐다. 내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슈피겔>만의 고유성이다. <슈피겔>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다. 더불어 사건에 얽힌 배경들의 연관성을 소상하게 밝혀내 독자들이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을 쓰는 일이다.

종이매체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종이도 읽는 것이고, 인터넷도 읽는 것이다. 종이가 없다는 건 인터넷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인터넷과 인쇄 매체들이 공생관계를 맺고 있는 것 아닌가. 앞으로 인쇄 매체가 위축될지도 모르겠지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그때가 오더라도, 종이가 아닌 인터넷에 쓰는 것이지 별다를 것은 없다.

인터넷 시대의 미래전략은 뭔가.

<슈피겔온라인>의 경우 독자들한테 많은 호응을 받고 있긴 하다. 그런데 너무 비용이 비싸서 앞으로 계속 유지해 나갈지 고민하는 형편이다.

인쇄혁명으로 미래엔 보고 싶은 기사만 골라 편집하는 잡지 자판기가 나올 것이라는 사람들도 있다.

(책상서랍에서 작은 컴퓨터 단말기를 꺼내며) 이게 어디서든 전화선만 꽂으면 <슈피겔>을 볼 수 있는 전용 단말기다. 지금은 추진단계라 구체적인 얘기를 하기는 힘들다.

독일 시사주간지 시장에서 <포쿠스>(Focus), <슈테른>(Stern)과 경쟁관계를 형성하고 있는데….

광고시장에선 다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널리즘 차원에선 그런 매체를 의식하지 않는다. 우리는 독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눈치보지 않는다. 중요한 건 기자가 본 ‘사실’이고 생각이며 입장이다. 그걸 솔직하게 충실하게 써야 한다.

그럼 당신들의 경쟁지는 무엇인가.

독일 내에선 일간지 <쥐트 도이체 차이퉁>(Sud Deutsche Zeitung)이다. 세계적으론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다.

당신들은 좌파인가.

50, 60년대는 그렇다고 말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보기 어렵다. 동독이 사회주의라 볼 수 있는가? 북한이 공산주의 국가라 볼 수 있는가?

<슈피겔>은 유럽사회에서 무엇을 변화시켰나.

민주주의적 자의식에 눈뜨게 하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자부한다. 정부가 하는 일이라 해서 뭐든지 따를 필요가 없다는 권리의식을 심어준 것이다.

<슈피겔> 기자의 세 가지 조건이 있다면.

첫째는 글을 잘 써야 한다. 둘째는 조사(Research)를 잘해야 한다. 셋째는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다.

기자에게 박사학위가 필요한가.

전혀 필요없다. 고교졸업장과 운전면허증이 내가 가진 자격증의 전부다.

함부르크=글·사진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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