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획 ] 2002년03월12일 제400호 

불꽃놀이는 내게 맡겨라!

  • 위폐감별사 서태석 외환은행 외환부 차장
  • 제복을 사랑한 당찬 여장부
  • 머리에 접착제를 발랐나
  • 불꽃놀이는 내게 맡겨라!
  • 여의도 맏형, 신화를 만든다
  • 전쟁을 꿈꾸는 ‘폭파의 제왕’
  • 때묻은 소품, 추억의 실록
  • 녹슬지 않은 크래커 천적

    고수열전 - 연화 제조 1인자 김윤배 (주)한화 인천공장 주임


    사진/ "화약을 예술의 도구로 만들련다." 국내에서 밤하늘을 수놓았던 불꽃은 거의 김윤배씨의 손에서 나왔다. (이정용 기자)


    월드컵은 말 그대로 세계인의 축제다. 이 축제를 화려하게 장식하기 위한 행사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전야제와 개막식 때 치러질 불꽃놀이다. 형형색색으로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는 바로 행사의 절정과 피날레를 알리는 신호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4개월이나 남아 있는 그 행사를 위해 벌써부터 진땀을 흘리는 사람이 있다. (주)한화 인천공장에 근무하는 연화(불꽃놀이용 화약) 제조의 1인자 김윤배(48) 주임이다. 국내에서 이뤄진 크고 작은 불꽃놀이 행사 가운데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은 없다. 대전 엑스포, 밀레니엄 축제 등 굵직한 행사부터 소규모 지방도시 축제까지. “아들딸 입학식과 졸업식에 한번도 가본 적이 없어요. 행사는 대부분 주말이나 공휴일에 치러지니까요.” “그뿐입니까? 지방에서 행사를 하려면 2∼3일씩 출장을 가야 합니다.” 김 주임은 이제 가족들도 자신의 외유에 이력이 나 있다고 너털웃음을 짓는다.

    화려한 불꽃을 손으로 만들어

    연화는 활약과 성(星)으로 만들어진다. 활약은 연화를 공중에서 터뜨려 성을 튀어나가게 하는 화약이며, 성은 연화가 터진 뒤 유성처럼 공중으로 튀어나가면서 형형색색의 불꽃을 만들어내는 결정체다. 연화를 포에 집어넣고 쏘면 100∼250m 높이의 하늘에서 연화가 터지면서 불꽃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성을 만들고 연화 안에 성과 활약을 꼼꼼히 채우는 일, 그리고 이를 10∼15겹의 종이로 싸고 말리는 일 등이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그는 이 작업을 23년 동안 쉬지 않고 계속해왔다. “연화 제조만은 기계로 할 수 없습니다. 바둑알만한 성을 만드는 데도 좁쌀에 화약을 묻히고 말리는 작업을 3∼4번 반복해야 합니다. 수박만한 연화는 이러한 성이 수백개 들어가죠.” 연화의 종류 또한 수천 가지다. 직경 3인치부터 24인치까지 크기만 10여 가지. 모양도 국화·버들·나비·벌 등 수십 가지며, 여기다 빨강·파랑·노랑·하양 등 10여 가지 색깔을 감안하면 그 종류를 헤아리기조차 힘들다. 국내에서 봤던 불꽃은 어떤 모양이건 거의 모두 그의 손을 거쳐갔다고 보면 틀림이 없다.

    그가 연화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78년. (주)한화에 입사한 뒤 불꽃놀이의 매력에 끌려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지원했던 것이 그의 발목을 이곳에 묶어두게 했다. 현재 인천공장 연화팀의 인원은 20여명. 국내에선 거의 유일한 팀이다. 그래서 쉬기가 어렵다. 요즘은 실력을 인정받아 국제 행사에도 자주 초청된다.

    알려지지 않는 고충도 많다. 새로운 불꽃 모양 하나를 개발하려면 1년 동안 수백 차례 실험을 해야 한다. 또 재료가 화약이다보니 무엇보다 안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대전 엑스포 때는 갑자기 비가 내리는 바람에 갑천에 설치한 포와 연화가 물에 떠내려가기도 했다. 물론 이를 회수하는 데는 엄청난 장비와 인력이 동원됐다. 이렇듯 그는 화려한 무대 뒤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 가운데 한명이다. 5∼10분의 불꽃놀이를 위해 2∼3일에서 길게는 몇달의 힘겨운 준비작업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그는 괘념치 않는다. “불꽃이 터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준비 과정에서 쌓였던 피로와 스트레스가 한순간에 말끔히 사라집니다. 그 맛에 일하는 거죠.”

    정남기 기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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