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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맏형, 신화를 만든다
고수열전 - 18년 경력의 안병원 국회의장 정무비서관
보좌진 권익 챙기고 만학의 꿈 키워
어떻게 뒷말이 무성한 여의도 바닥에서 그 오랜 시간을 버텨냈을까. 모든 게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모시는 의원과 정치적 노선이나 생각이 다를 때는 정말 괴로웠다. 의원을 위해 진심으로 직언하는데 ‘흑심이 있는 것 같다’는 주변의 충동질에 더 귀기울일 때마다 그만두고 싶었다.” 어쨌든 그 많은 고비를 넘겼으니, 뭔가 특별한 비결이 있을 법하다. 그는 최고의 비서관·보좌관이 되는 덕목을 4가지로 요약했다. “참을성, 인간적인 정과 공무를 구분하는 본능, 의원의 성장이 나의 발전이라는 확신, 그리고 섬돌에 머리를 찢는 자세로 사활을 걸고 직언하는 대담함이다.” 비서관·보좌관들은 본능적으로 의원의 심기부터 살핀다. 싫어하는 얘기는 아예 피해가는 게 관례다. 의원들이 ‘밥줄’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의원들의 위세에 기대 자그마한 권력을 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는 반대로 걸어갔다. 민원인이 주는 단돈 몇만원도 반드시 의원에게 보고한 뒤 사용처를 결정했다. 반면 ‘입바른’ 소리를 할 때는 몸을 사리지 않았다. 그는 처음 몸을 의탁한 박실 의원이 88년 13대 총선을 앞두고 탈당을 고심하던 때를 기억했다. “역사적 명분, 의원 개인의 정치적 실리, 정치지형의 변화 가능성 등을 볼 때 옳지 않은 판단이라고 확신했다. 한번에 1시간30분씩, 모두 5번이나 언쟁하듯 진언했다.” 박실 의원은 결국 조언을 받아들였고, 재선에 성공했다. 물론 모든 조언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가차없이 잘리는 경우가 더 많은 게 여의도의 현실이다. 어쩌면 ‘입바른’ 소리를 받아줄 만큼 인간성 좋은 의원들만 만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고 말한다. “누구에게건, 특히 윗사람을 향해 조언할 때는 사적인 이익이나 감정을 개입시키면 결코 오래 버텨낼 수 없다. 나 자신이 아닌, 상대를 위해 진심으로 말해야 한다. 그러면 결과를 겁낼 이유가 없다.” 막내딸이 대학을 졸업한 지난해 경기대 법대 야간과정에 입학해 만학의 꿈을 키우고 있는 그는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처세술을 가르쳐주고 있는지 모른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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