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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섹션 : 특집1 | 등록 2004.02.05(목) 제49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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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가자! 일하게 하는 산업구조로 왜 모두들 일자리를 놓고 난리인가, 어떻게 일자리를 창출해 낼 것인가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음식점을 포함해 모든 사업자가 인력을 새로 1명 채용할 때마다 100만원의 세금을 깎아주기로 한 ‘고용특별세액공제’ 제도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본격적으로 시도되는 첫 정책이다. ‘일자리 만들기’는 우리나라의 올해 최우선 사회경제적 과제로 등장했다. “경기회복의 따뜻한 기운이 서민들의 피부에 와 닿게 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도 일자리를 겨냥한 것이고, 김진표 경제부총리도 “일자리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연일 밝히고 있다.
GDP 증가해도 일자리 줄어
이처럼 일자리 창출이 국가적 의제로 설정되고 있지만 일자리 문제의 실체가 뭐냐, 왜 지금 일자리 갖고 난리냐고 묻는 쪽도 있다. 물론 실업률 지표가 위험수위에 달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실업자는 82만5천명, 실업률은 3.6%다. 실업률 수준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1년 전에 견줘 실업자가 12만3천명 증가했고, 통계상 실업자로 잡히지는 않지만 사실상 실업자인 구직단념자가 10만8천명으로 1년 전(3만9천명)보다 대폭 늘었다. 한국노동연구원 최영기 선임연구위원은 “실업률 수치는 낮지만 여기에는 구직을 포기한 유휴 노동력이 숨겨져 있고, 비정규직 확대 등으로 고용의 질이 악화돼 비록 일자리를 갖고 있더라도 내 일자리로 먹고살 수 없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불안감과 고용의 질이 일자리 문제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일자리가 가장 민감한 ‘민생문제’이기 때문에 정치권은 총선을 앞둔 정치적 목적에서, 기업은 일자리를 명분으로 출자총액제한 폐지 등 규제 완화를 관철하려고 일부러 ‘일자리 문제’를 과장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는, 투자가 고용을 낳고 고용이 소비 확대 및 내수 증가로 이어져 생산이 증가하고 경제가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유지·확대하는 핵심 요소다. 또 정치권과 재계의 의도야 어찌됐든 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고용창출 능력은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한국은행 국민계정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불변 국내총생산(GDP) 10억원당 취업자 수를 뜻하는 고용계수(고용유발효과)는 1990년 약 68.7명에서 2002년 41.9명으로 하락했다. 지난해에는 3% 안팎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취업자가 2214만명으로 2002년보다 3만여명가량 줄었다. 이에 따라 GDP 1% 증가에 따른 취업자 수 증가는 2001년 13만4천명에서 2003년에 오히려 -1.0%로 떨어졌다. 이처럼 고용흡수력이 갈수록 낮아져 노동 투입 규모가 줄어들면 경제 전체의 잠재성장률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의 일자리 문제는 경기적인 요인을 넘어 구조적·제도적인 요인에 따라 발생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실질GDP에서 제조업의 비중은 1990년 28.0%에서 2002년 33.4%로 높아졌다. 제조업의 경제성장기여도 역시 1991∼97년 31.9%에서 1997∼2002년에 49.1%로 대폭 높아졌다. 그러나 총고용(취업자 기준) 측면에서 제조업의 비중은 1989년 27.8%에서 2001년 19.7%까지 떨어졌다. 최영기 연구위원은 “일자리 축소가 구조적 현상인 만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공세적이고 선제적인 정책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서구처럼 실업률이 12%를 넘어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치기 전에 미리 처방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취업자의 질적 구성도 따져봐야 한다. 전체 취업자 2216만명 중에서 자영업자(619만명)와 월급 없이 가족의 일에 봉사하는 무급가족종사자(180만명) 등 800여만명에 이르는 비임금 ‘취업자’는 일자리를 갖고 있긴 하지만 사업이 망하고 재창업하는 일을 되풀이하고 있다.
“세금 깎아줘도 별 효과 없다”
상당수가 ‘불안한 일자리’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일자리 문제의 한복판에는 소득과 고용이 안정적인 이른바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s)의 절대 부족 현상이 자리잡고 있다. 일자리의 개수보다 비정규직 확산으로 고용의 질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만큼 ‘더 많은 일자리’ 못지않게 더 많은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본래 일자리는 내가 일을 하면 가계를 먹여살리고 자녀를 충분히 교육시킬 수 있는 안정된 소득을 뜻한다. 그러나 지금은 일자리를 갖고 있어도 저임금과 고용불안으로 인해 삶이 늘 불안하다. 최영기 연구위원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간에 임금 및 근로 조건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고, 비록 일자리가 생기더라도 비정규직 등 ‘일자리 같지 않은 일자리’만 만들어지고 있다”며 “제대로 된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일자리 문제의 본질”이라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고 괜찮은 일자리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고용특별세액공제는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기업에게 세금을 깎아줘 사실상 인건비 일부를 정부가 직접 부담하는 방식이다. 인건비 경쟁력으로 기업을 유지하는 중소 영세기업과 도소매업·음식숙박업에서는 고용을 유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경영자총협회 이호성 팀장은 “대기업은 자산 규모에 비해 인건비 비중이 작아 고용 세금감면의 혜택이 ‘코끼리 비스킷’ 정도에 불과해 큰 의미가 없다”며 “고용보험에서 채용장려금을 준다고 해서 고용이 별로 늘어나지 않고 있듯, 이번 대책도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을 통해 고용확대 꾀하라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나선다 해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신속한 특허처방은 없다. 일자리 부족의 원인이 워낙 다양하고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일자리가 어디서 얼마나 창출되고 소멸하고 있는지, 연령계층·산업·직종별로 일자리가 어떻게 이동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점은 사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일자리 창출률이 높다는 사실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1999년 100명 미만 소규모 사업체의 일자리 창출률은 26.1%로, 100∼299명 중규모 사업체(12.2%), 300명 이상 대규모 사업체(8.8%)에 비해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일자리 창출이 소멸 효과를 능가하여 순일자리 창출이 소규모 사업체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며 “대기업의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중소규모 사업체의 고용창출 능력은 지속 가능한 성장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과거 압축성장 시절의 대기업에 의한 일자리 창출이 한계에 봉착하고 있는 만큼 고용흡수력이 높은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유철규 성공회대 교수(경제학)도 “제조원가의 10%에 불과한 임금을 갖고 난리인데, 임금 동결한다고 이것이 기업의 투자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정한 관계를 통해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게 일자리 창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재벌 중심의 경제성장 구조에서 탈피해 중소기업을 통해 고용 확대를 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실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은 내수가 중심이고,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안정된 실질임금 증가가 확보돼야 내수 소비와 고용도 늘어난다. 경제성장의 과실이 곧 일자리 창출을 가져올 것이라는 믿음도 깨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0년 우리나라의 수출 외화가득률은 63.3%로 1980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요 소재·부품의 외국의존도가 높아진 탓에 아무리 수출이 잘돼도 이것이 내수 성장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것이다. 고용악화와 내수부진의 악순환 속에서 ‘고용 없는 성장’이 나타나는 것인데, 제조업 수출 혼자 성장을 이끌고 있을 뿐 고용·소득과 직결된 내수가 위축되면서 ‘축소재생산’ 구조로 빠져들고 있다. 유철규 교수는 “수출과 내수 기업과의 연관이 끊어져 수출이 잘돼도 성장 동력이 내부에서 자꾸 줄어들고 있다”며 “수출로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기 힘든 만큼 한국 경제가 수출 신화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임금에 기초해 사실상 내수를 억압해온 수출주도형 불균형 산업전략에서 탈피해 내수시장의 역할을 재평가하는 쪽으로 산업정책을 바꾸는 것이 일자리 창출의 관건인 셈이다. 특히 내수시장 붕괴와 고용 및 성장 위축은 고용불안과 실업증가에 따른 소득격차 확대와 맞물려 있다. 유 교수는 “내수의 한 축을 맡고 있는 게 복지제도”라며 “고용특별세액공제로 기업의 세금을 깎아주기보다는 오히려 기업의 법인세를 1% 더 올려서 여기서 마련된 재원으로 사회적 임금, 즉 복지를 확충한다면 내수를 살리고 고용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단기 수익성 위주 경영으로 고용축소
또 비정규직 확대 등 기업의 ‘고용축소형 경영전략’을 바꾸지 않는 한 일자리 만들기는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대기업의 경우 2002년과 지난해에 걸쳐 사상 최대의 순익을 냈음에도 고용과 분배는 외면하고 있다. 실제로 대기업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는 비정규직 확대, 임금삭감 등에 따라 1997년 12.0%에서 2003년 8.9%로 떨어졌다. 주가 극대화를 추구하는 등 단기 수익성 위주의 기업경영으로 일관하다보니 고용이 축소되고 일자리가 파괴돼 한국 경제의 내부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우리나라 기업마다 사업이 거덜나더라도 투자한 돈을 건지기 위해 부동산·기계에 주로 투자하고 있는데, 생산성과 경쟁력의 원천을 기계가 아닌 사람한테 찾는 쪽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결국 단기 업적 위주의 기업경영이 지속되는 한 아무리 규제를 풀고 투자 활성화 정책을 내놓아도 고용은 늘기 어렵다. 경북대 김형기 교수(경제통상학부)는 “단기 이익을 추구하는 금융주도 축적 체제에서 ‘고용집약적 성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거시경제 정책을 바꿔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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