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2003년12월03일 제487호 

“너네, 미국이랑 놀면 맞는다!”

이라크 무장 저항세력의 연이은 미 동맹국 공격… 상황 악화되면 미국 고립 위기에 처할 수도

“이라크 내 미군을 고립시켜라.”

이라크 무장 저항세력이 미군을 다른 동맹국에서 떼어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은 이라크 안에 이미 들어와 있는 미국 동맹국들을 내쫓는 한편, 새로 들어오려는 동맹국들을 차단하기 위해 무차별 테러를 감행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의 테러 양상은 상당히 치밀하고 조직적이며 의도적이라는 데 특징이 있다. 11월30일 이라크에서는 한국의 전기업체 직원 2명을 비롯해 주말에만 5개국의 15명이 희생됐다.


사진/ 지난 11월30일 한국인 2명이 피살당한 이라크 티크리트 도로 현장. 주말에만 5개국의 15명이 희생됐다.(AP연합)

저항세력의 실체는 무엇인가

물론 미군의 피해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11월 한달간 이라크에서는 104명이 이라크 무장 저항세력의 매복 공격 등에 의해 숨졌다. 이 가운데 79명이 미군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동맹국 군인, 외교관, 민간 기업체 직원들이다. 동맹국의 인명 손실로는 지난 3월20일 이라크 전쟁이 시작된 이후 최대 규모로 일컫는다. 11월29일에는 스페인 정보장교 7명, 일본 외교관 2명 및 컬럼비아 기업인 1명이 숨졌다. 다음날인 30일에는 한국인 4명이 숨지거나 부상했다. 그 밖에 이탈리아와 폴란드의 파병 군인 다수가 공격받아 숨졌다. 지난 10월과 비교하면 동맹국의 희생자 수가 크게 늘어난 셈이다.

아직은 이라크 저항세력의 실체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고, 테러공격의 목적도 스스로 드러내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공격이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에서 강도나 단순 저항세력의 소행으로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영국 의 이라크 전쟁 전문기자인 프랭크 가너는 연합군을 상대로 한 도로변 매복 폭탄공격이나 저격, 휴대용 로켓발사기(RPG) 공격 등의 배후에는 후세인 추종세력과 전문훈련을 받지 않은 아랍권의 자원병들, 전쟁 기간에 미군 때문에 가족을 잃고 원한을 품은 이라크 민간인 등이 혼재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사진/ 11월29일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격을 받아 숨진 스페인 정보장교 7명의 유해가 11월30일 마드리드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10월에 비해 동맹국들의 피해는 크게 늘어났다.(AP연합)

후세인 추종세력들은 미군에 대한 복수와 전쟁 이전 상태로의 복귀를 꿈꾸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미군에 협력하는 이라크 관리나 정부청사 건물 등은 물론 연합군에 대한 공격의 목표는 분명해진다. 미군과 협력자들에 의한 이라크 통치를 무력화하고 이라크 재건사업을 방해하는 게 최종 목표인 셈이다.

미국의 시각도 다르지 않다. 이라크 저항세력의 최근 공격 목표 전환은 미국의 동맹국들을 겨냥해 이라크 추가파병이나 재건 지원 동참을 저지하려는 속셈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외부 지원을 차단해야 이라크 내 미군을 고립시킬 수 있고 더 효과적으로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계산하는 것이다. 댄 세노어(Dan Senor) 연합군 대변인은 “그들(이라크 무장 저항세력)은 이라크의 모든 동맹국가들을 위협하고, 이라크 재건사업에의 참여를 저지하기 위해 명백히 연합국가 사람들을 공격 목표로 겨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보장교 7명을 잃은 스페인은 이라크에 1300명이 넘는 군대를 보냈다. 외교관 2명의 목숨을 뺏긴 일본도 조만간 비전투병을 파견할 계획이며, 이라크 재건지원금으로 50억달러를 제공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대규모 군인을 파견한 이탈리아는 11월12일 남부 나시리야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로 19명이 사망해 이라크 저항세력의 연합군 공격 대상 가운데 최대 피해자가 됐다.

연합군 사기 땅에 떨어져

한국은 이라크 추가파병을 이미 공식적으로 밝혔고 파병 군인의 성격과 규모, 그리고 파병 시기를 한창 저울질하고 있던 참이다. 희생자를 낸 국가들이 모두 미국의 동맹국으로, 이미 파병을 했거나 파병 및 재건 지원을 준비 중인 나라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알카에다 테러조직이 11월 중순 일본이 이라크에 파병할 경우 도쿄 중심부를 공격하겠다고 경고한 적도 있어 저항세력의 목표가 무엇인가를 짐작케 하고 있다.

연합군을 겨냥한 이라크 저항세력의 게릴라식 공격은 미국 주도의 이라크전 동맹전선을 크게 흔들고 있다. 스페인 내 반전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으며, 야당은 이라크 주둔 스페인군의 즉각적인 귀환을 요구하고 있다. 마드리드 시민들은 11월30일 희생된 정보장교 7명의 주검이 도착하던 날 대규모 반전시위를 벌였다. 일본 야당도 일제히 파병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제1 야당인 민주당의 마에하라 세이지 중의원은 “지금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며 “우리는 결단코 거기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사진/ 바그다드 미군기지를 ‘깜짝 방문’한 부시 미 대통령. 저항세력은 부시의 두려움이 입증됐다며 기고만장해 있다.(SYGMA)


한국도 파병 결정을 철회하라는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미국과 동맹군의 분열을 꾀한 이라크 저항세력의 의도가 상당 수준 먹혀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이라크 연합전선의 동요가 이라크 저항세력의 사기를 더욱 고무하고 있는데다, 공격의 수법 또한 나날이 지능화되고 있다. 더구나 저항세력은 11월28일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부시 대통령의 극비 방문에 더욱 힘을 얻고 있다. 그의 깜짝 방문이 자신들에 대한 두려움을 입증한 것이라며 기고만장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미군을 비롯한 연합군의 사기는 땅에 떨어진 상태다. 이들을 더욱 막막하게 만드는 것은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저항세력의 추가 게릴라식 공격을 방어하기에는 힘이 크게 부친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다른 뾰족한 묘수도 없다. 현재 이라크에는 15만명에 이르는 연합군이 진을 치고 있다. 여기에다 연합국가에서 온 외교관, 민간업체 관계자들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미 군정 당국이 각지에 흩어져 있는 이들 모두의 안전을 보호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더구나 이라크 저항세력은 일반 민간인과의 식별이 어렵기 때문에 도로변에 설치된 폭약이나 지뢰, 박격포나 휴대용 로켓발사기 등을 이용한 치고 빠지기식 공격을 당해낼 도리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후세인 추종세력들은 이라크인들에게 막대한 달러를 보상금으로 내걸면서까지 연합군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앞으로 연합군 병사나 민간인의 희생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을 예고한다.

부시 행정부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이제 동맹국들에게 무작정 서둘러 파병을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어렵게 됐다. 무엇보다 동맹국이 파견하는 군인이나 민간인을 완벽하게 보호할 자신감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부시, 안팎으로 사면초가 상황

한국군의 추가파병에 대해서도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규모의 병력을 보내달라고 요구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미군의 안전도 책임지지 못하는 마당에 동맹국 병사들까지 떠맡기에는 힘이 부친 게 현실이다. 미국은 동맹국들의 인적·물적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나 그저 동맹국들의 결정이나 처분에 맡길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처지가 된 셈이다.

벨기에의 브뤼셀을 방문 중인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11월30일 “이라크에 병력을 보낸 나라들은 그곳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저항세력의 공격 때문에 동맹국 정부들이 그들의 이라크 정책을 재고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데서도 여전히 접지 않고 있는 기대감을 드러낸다. 하지만 동맹국 파병 병사들이나 민간관계자들에 대한 이라크 무장 저항세력의 공격이 지속되고 희생자가 속출할 경우 사정은 크게 달라진다.

전문가들은 미군들이 저렇게 매일 죽어나가면 조만간 부시 대통령이 커다란 정치적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동맹국들도 이런 와중에 어떤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국내 여론 추이와 현지 상황 등을 좀더 봐가면서 파병이나 재건 사업에 동참할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 부시 행정부로서는 이라크 저항 무장세력을 조기에 진압하거나 자신감을 회복하지 못하면 미 국내와 동맹국 모두로부터 외면당하는 사면초가 상태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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