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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섹션 : 특집 | 등록 2003.11.26(수) 제486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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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국가안보전략을 만들라 진보와 보수 양쪽에서 욕을 먹는 외교 · 안보팀… 혼선 막으려면 인적 개편과 안보전략 수립 필수
노무현 대통령의 외교·안보팀은 보수와 진보세력 양쪽으로부터 모두 욕을 먹고 있다. 보수세력과 진보세력은 앞으로 북핵 문제, 주한미군 재배치, 이라크 파병 등 굵직한 안보 현안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빨리 외교·안보팀을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언뜻 양쪽이 비슷한 주장을 하는 것 같지만, 혼선이 생긴 이유나 구체적인 대안 마련에 들어가면 전혀 이야기가 다르다.
동맹파 개편? 자주파 문책?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과 언론에서는 자주파와 동맹파의 대립이라고 하는데, 자주파라는 게 있기나 하는가. 진짜 자주파라면 이라크 파병을 거부해야 한다. 그런데 청와대나 내각의 외교·안보팀 가운데 파병을 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대등한 한-미 관계를 이야기하던 노무현 대통령은 친미 편향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에게 포위당했다.”(한 시민단체 관계자) “참여정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강화해 외교·안보 정책의 통합·조정 구실을 맡긴 것은 잘했다. 하지만 NSC 인적 구성이 한쪽으로 쏠려 있다.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세부적 이해가 부족한 NSC 일부 인사들이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에 빠져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판단을 무시하고 국익을 해치고 있다.”(한 국책연구소 연구원) 외교·안보팀 개편과 관련해 진보쪽에서는 청와대 외교·안보 참모, 외교부, 국방부 책임자 등 이른바 ‘동맹파’에 대한 인적 개편을 요구하고, 보수쪽은 NSC 이종석 사무차장 등 이른바 ‘자주파’에 대한 문책을 요구하며 맞서는 형세다. 이런 논란에 대해 NSC 한 관계자는 “우리는 자주파도 동맹파도 아니다.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평화파나 국익파라고 불러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라크 파병에 가려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야말로 최대 안보 현안이다. 파병 문제 등을 따로 떼서 비판하지 말고 한반도 평화를 추구하는 실리외교란 측면에서 외교·안보팀을 평가해달라”고 주문했다. 다시 말해 최근 빚어진 상황이 혼선이 아니라 의도된 것이란 해명이다. 보수 세력은 외교·안보 현안의 혼선을 최소화하고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노무현 대통령부터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예비역 장성은 “안보정책 결정 과정은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대통령의 개성과 인식 방식, 능력과 자신감, 정치적 갈등 처리 성향 등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다. 최근 미국에서 암살 40주년을 맞아 인기를 끌고 있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쿠바 미사일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단호한 결정으로 위기관리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에도 미적거리며 외교·안보팀의 혼선을 방치했다. 외교·안보에 대한 최고 결정권자로서 대통령은 상황 장악을 확실히 하고 주도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능 확대된 NSC, 어떻게 운영할까
진보세력쪽도 노무현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이 철학과 전망에 바탕을 두고 바뀌어야 한다고 비판한다. 박순성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동국대 북한학과 교수)은 “세계는 9·11 이후 말 그대로 전환기다. 급변하는 21세기에서 우리의 전망과 철학은 무엇인가. 우리 정체성의 확립 차원에서 국가의 정체성, 한-미 관계, 남북 관계 등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소장은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말하는 현실주의는 미래에 대한 전망이 없는 과거지향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 이들은 현실이 아니라 과거에서 내려오는 기득권, 미국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패배주의에 얽매여 있다”고 말했다. 이철기 동국대 교수(국제관계학)는 “현 외교·안보팀이 미국 편향적 사고, 맹목적인 대북 대결의식, 한반도 평화와 남북 문제를 해결할 비전과 안목의 부족을 드러냈다. 더 늦기 전에 이들을 전면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교·안보팀 인적 개편과 관련해 관료·군 출신 등을 빼면 민간 출신 외교·안보 전문가는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정욱식 평화네크워크 대표는 “21세기 남북 화해협력·탈냉전 시대에 맞는 외교·안보 전문가가 적다. 시민사회에서도 당위적 주장에 그칠 게 아니라 외교·안보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하려는 사람을 준비해야 한다. 진보적 학계나 시민단체들도 외교·안보 관련 싱크탱크를 만들어 정책 대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외교·안보 현안 혼선과 관련해 NSC가 쟁점이다. 지난 3월 NSC가 국가위기 관리와 범정부 차원의 국가안전보장 총괄 조정으로 기능이 확대되고 사무처 인력도 대폭 확충되는 등 위상과 권한이 크게 강화됐다. NSC 사무처 인력이 강화되면서 이른바 ‘자주파’들도 청와대에 들어갔다. 현 정부가 NSC를 확대·강화할 때 미국 NSC를 참고했다. 길정일 청강문화산업대학 교수는 ‘미국 NSC 운영사례 연구’란 논문에서 “기본적으로 미국 NSC는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조직이다”라고 설명했다. 길 교수는 NSC 창설 당시 회의체에 대한 법률 조항을 최소화함으로써 대통령이 국가안보회의를 자신의 리더십에 맞게 재단해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여유를 줬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NSC의 성공적 운영을 좌우하는 요소로 △대통령의 관심과 활용의지 △국가안보보좌관, 국무장관, 국방장관 등 NSC 핵심 구성원 사이의 신뢰와 일체감과 선의의 공유 △국가안보보좌관의 개인적 역량 등을 지적했다. 길 교수는 미국 NSC 핵심 구성원들 사이의 과도한 경쟁이나 부처간 수평적 관계를 수직적 관계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있을 때마다 외교·안보 정책의 효율적 통합 관리는 멈췄고, 미국의 대외정책이 표류했다고 분석했다.
부처마다 ‘알아서’ 하다보니…
한편, 외교·안보팀의 인적 개편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전략의 작성 필요성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거짓말 같지만 48년 정부 수립 이후 외교·안보 분야에서 국가안보전략 같은 전략문서가 출간된 적이 없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직면해서 국가의 생존과 안보가 최고의 국가 이익이 되어온 한국에서 대통령의 안보 분야 비전을 반영하고, 각 부처의 이해를 조정하고 정책을 집행하는 근거가 되는 외교·안보 전략문서가 없다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경우 국가안보전략 문서는 안보 환경과 안보 위협을 평가한 뒤 국가이익, 국가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작성한다. 국가안보전략에 따라 통일, 경제·과학기술, 국방, 외교, 사회 등 각 부처들이 정책을 추진한다. 이 관계자는 “지금껏 명시적인 국가전략 문서가 없다보니 국방부·통일부·외교부 등은 그동안 부처의 경험과 판단 등에 따라 각자 ‘알아서’ 외교·안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가끔 부처 이기주의도 튀어나오고, 조직논리가 국가이익에 앞서는 경우도 생긴다. 최근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 이라크 파병 혼선도 국가안보전략의 부재에서 비롯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국가안보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이에 대한 전략을 짜는 절차가 입법화되지 않으면 대통령이 국가안보전략을 실제로 작성하기 어렵다. 우리도 미국처럼 대통령에게 국방·경제·정치·외교 분야를 포함한 국가안보전략을 국회에 제출하게 하는 등 국가안보 전략 작성 절차를 체계화·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21세기 한국의 국가전략에 대한 시민사회, 학계, 정치권 등 각계의 다양한 논의가 일어날 것이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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