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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 안보, 심기 불편하시네 NSC와 담당부처들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 참여정부 외교안보팀 새로 짜야 한다는 목소리도
“미국보다 내부 대미 동맹파들을 설득하기가 더 어렵다.” 노무현 정부의 개혁성을 믿고 청와대에 입성한 한 관계자는 긴 한숨부터 내뿜는다. 그는 앞으로 대미 관계와 관련해 넘어야 할 현안이 쌓여 있으나, 내부 이견 조율 과정을 거치려니 벌써부터 진이 빠진다고 푸념한다. 실제로 파병문제도 아직 말끔하게 매듭짓지 못한 상태이고, 용산 미군기지 이전, 주한미군 재배치, 대사관 이전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끝이 없어 보인다.
부상하는 NSC 견제 심리도 작용
따라서 지금은 국력 소모적인 큰 혼선을 미리 막기 위해서라도 외교안보팀의 공과를 따져보고, 필요하면 인적 쇄신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더구나 부시 행정부는 한국 정부 내 강온파의 세력 변화 동향을 주시하면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노무현 참여정부 외교안보팀의 특징이라면 단연 국가안보회의(NSC)의 급부상을 꼽을 수 있다. NSC는 각 부처의 견해를 조정하고 협의하는 기구다. 하지만 외교정책을 최종 결정하고 책임을 지는 대통령의 판단을 돕고, 그의 의중을 직접 실천에 옮기는 적극적인 구실까지 한다는 점에서 ‘실세’라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실무 총괄을 맡고 있는 이종석 NSC 사무차장은 핵심 중에 핵심으로 불린다. 본인은 이런 별칭을 다소 부담스러워하지만 제도적으로 그에게 힘이 실려 있다는 점에서 이런 현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NSC 사무처 인사권을 쥐고 있는데다, 대통령에게 올라가기 직전의 주요 정책들은 대개 그의 손에서 사전 조율된다. 외교안보 관련 부처 실장들이 참석하는 실무조정회의와 통일부, 국정원 등 차관급 비상설 협의체를 열어 직접 견해를 듣는다. 주요 현안이 불거질 때는 각 부처 실무책임자를 수시로 청와대로 부르기도 한다. NSC 사무처의 위력은 대통령의 신뢰와 더불어 정보의 독점에서 나온다. 과거 각 부처에서 대통령에게 직보했던 정보들도 이제는 NSC 사무차장을 거치게 되어 있다. 가끔 관련 부처 장관들은 NSC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기도 한다. 장관이 직접 서류를 들고 오거나 국방부는 김희상 국방보좌관, 외교부는 반기문 외교보좌관을 통해 고급 정보를 올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초기의 이런 행태에 NSC 사무처가 강한 이의를 제기하자 노 대통령은 정보보고 통로를 NSC 사무처로 단일화하는 조처를 취했다. 그렇지만 ‘정보가 곧 힘’이라는 점에서 NSC 사무처와 관련 부처간의 정보독점 신경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각 부처 차원에서는 모든 고급정보를 NSC 사무처에 넘길 경우 해당 부처들의 힘이 급격히 빠질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처간 이견과 갈등이 큰 이유는 이같은 NSC의 부상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부처는 NSC 사무처를 별도의 권력기관으로 간주한다. 단순히 부처간 견해를 협의 조정하는 기구가 아닌, 또 다른 경쟁기관으로 보는 시각이다. 얼마 전 파병부대의 성격과 관련해 노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NSC 사무처 견해와 상반되는 소신을 밝힌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이나 위성락 외교부 북미국장의 거친 발언이 나온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어쩌면 대통령 견해에 대한 항명으로 비칠 수도 있는 절제되지 않은 발언을 한 배경에는 국익을 보는 시각의 차이뿐 아니라 NSC 사무처를 견제하려는 심리가 깔려 있다.
“전문성 없다”vs “미국편 든다”
외교 · 국방 · 통일부 실무 간부들은 겉으로 대놓고 얘기하지는 않지만 NSC 사무처 간부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위성락 외교통상부 북미국장은 11월12일 사석에서 “(미국) 협상 파트너에게는 고분고분하면서 안에 와서는 떠들고, 그런 사람은 협상을 전혀 못하는 사람”이라며 “안에서는 민족자주를 대변하는 사람처럼 떠들면서 미국 사람들만 만나면 빌어서 해결하려는 사람도 있다”는 발언을 해 적잖은 파문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NSC 사무처 사람들이 전문성은 부족하면서 지나치게 과분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비판이다. 남북관계 전문가만 있고 외교 전문가는 없다는 얘기도 끊이질 않는다. NSC에는 3명의 실장과 1명의 위기관리센터장이 있다. 한국국방연구원 출신의 서주석 전략기획실장, 통일부와 국정원에서 각각 파견 나온 이봉조 정책조정실장과, 김만복 정보관리실장이 NSC의 허리 역할을 하며, 각 실 아래에 각 부처에서 파견나온 국·과장·사무관급 직원이 포진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 결정은 거의 몇몇 실장급선에서 이뤄지며, 그나마 보안 등의 이유로 정보가 폭넓게 공유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실장급은 대개 국내파 혹은 유럽파로 불리는 인물들로 채워졌다. 애초 정권 인수위원회에서는 정책조정실장 자리에 외교 전문 관료를 발탁할 예정이었으나 참여정부 외교정책 기조와 코드가 맞는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이유로 이봉조 당시 통일부 정책조정실장을 낙점했다. 미국 정부와의 협상 경험이나 인맥이 거의 없는 이들이 눈코 뜰 새 없이 쏟아져나오는 대미 관련 정책현안들을 어떻게 제대로 다룰 수 있는냐는 게 외교·국방 라인의 비아냥이다. NSC 사무처는 외교부에서 파견 나온 실무자들이 여럿 있고 외교부와 협의구조도 잘 돼 있어 문제가 없다고 밝혔으나, 실무 간부급 사이의 상호 불신은 꽤 깊어 보인다. 다만 북핵과 6자회담 등과 관련해서는 그나마 호흡을 잘 맞추고 있다는 평가다. 이는 이종석 사무차장과 이수혁 외교부 차관보와의 돈독한 신뢰관계가 크게 작용한 탓으로 보인다. 이 차관보는 정권 출범 초기와 달리 이 사무차장을 비롯한 NSC 사무처 참모들이 점차 미국과의 협력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한 점에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북핵 위기가 한창 고조되었을 때는 거의 매일 2차례 이상 통화할 정도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가동 중인 북핵 대책반 반장은 이 차장이, 태스크포스 팀장은 서주석 전략기획실장이 맡고 있다. 이수혁 차관보는 대외 협상을 전담하는 일종의 북핵 전담 대사로 자리매김되어 있다. NSC 관계자들은 파병 등 국내 정치 상황과 맞물려 있는 현안에서 외교·국방 부서가 지나치게 미국편을 든다는 데 크게 낙담해한다. 이들은 대통령과 운명을 함께하는 NSC 사무처로서는 파병과 같이 노무현 정부의 핵심 지지층이 극구 반대하는 현안에는 아무래도 신중하게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외교·국방 라인은 미국과의 동맹 정도에 정책 성공의 사활을 건다. 따라서 NSC 참모들은 종종 정부 부처가 국내의 정치적 맥락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부처 입장만을 대변하는 정책을 주장하는 데 심기가 불편하다.
청와대 보좌관들과의 갈등도
외교 · 국방 라인의 대미 인식은 꽤나 현실적이다. 이들은 친미나 숭미주의자로 매도당하는 게 못마땅하다. 민족의 사활이 걸린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마지노선을 지키기 위해 국익 차원에서 현실주의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변한다. 한국 정부보다 미국 정부가 더 신뢰한다는 대표적인 친미 인사로 꼽히는 한승주 전 외무장관을 주미 한국대사로 강력 추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 반기문 외교보좌관이나 김희상 국방보좌관도 대표적인 현실주의자로 불린다. 사실 초기 정권 인수위 핵심 관계자들이 이들을 대통령 측근에 둔 이유가 있었다. 대통령의 ‘가정교사’ 구실을 하되 대통령을 무조건 가르치려고 하기보다는 대통령의 뜻을 다른 쪽, 특히 미국에 가서 분명히 전달하고 설득해주기를 바랐던 것이다. 예를 들어 주한미군 재배치나 역할 재조정 등 민감한 현안들에 대해 무조건 한-미 관계가 중요하다고 주장하지 말고, 미국 견해와 반대되는 정책을 취했을 경우의 대비책을 세우는 역할 등이다. 이는 노 대통령의 구상을 뒷받침하고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미국 사정에 밝고 폭넓은 대미 인맥을 구축해온 이들이 애초 맡겨진 소임을 다했는지에 대해서 NSC 사무처 참모들은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윤영관 외교부 장관도 비슷한 맥락에서 NSC 참모들과는 다소 서먹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애초 그에게 상대적으로 자주적이고 대등한 대미 관계 수립을 위한 창조적 역할을 기대했으나 외교부나 미국 논리에 휘둘려 제 구실을 못한다는 내부 비판이 적지 않다. 파병 논란으로 불거진 NSC와 국방부의 갈등은 사실상 이종석 사무차장과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간 대립으로 비쳐진다. 가까이에서 두 사람의 갈등을 지켜본 한 인사는 “앞으로 함께 일하기 힘들 정도”라고 귀띔한다. 하지만 두 사람이 각각 대북 정책과 대미 군사정책 분야에서 최고전문가라는 점에서 양쪽의 견해를 지혜롭게 중용해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NSC와 정세현 통일부 장관 사이도 약간의 긴장이 존재하고 있다. 다만 통일부는 파병 등 민감한 현안과는 한 발짝 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심한 충돌은 빚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나 장관급 회담 등에서 정 장관이 지나치게 북핵과 남북관계 현안을 기계적으로 연계하는 듯한 처사에 조심스럽게 불만을 터뜨리는 인사도 있다. 하지만 정 장관이 북핵 문제를 도외시한 채 일방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에만 박차를 가할 경우 쏟아질 국내 반발 등을 고려한 처신이라는 점에서 수긍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고 있는 NSC 사무처의 입장이 항상 다수의 견해로 받아들여지지는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오히려 정부 내 소수파에 가깝다. 그나마 대통령의 힘이 실려 있기에 제 구실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그래서 NSC 사무처 관계자들은 대통령이 정책을 최종 결정하기 이전 논의 단계에서는 항상 버겁다고 불평한다. NSC 사무처와 유사한 입장을 취하는 일부 비서관 등이 힘을 보태주고 있기는 하지만, 정작 관계부처 장관들이 참석해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NSC 상임위원회에서는 종종 NSC 사무처의 입장과 배치되는 결정이 내려지곤 한다. 파병 관련 결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청와대 개편 때 어떤 선택할까
이런 맥락에서 외교안보팀을 새로 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국정 난맥의 요인이 보좌관제에 있다는 비판도 있다. 보좌관들은 순수 가정교사 역할에 머물러야 하나 개성이 강하고 고위급이 들어와서 자기 목소리만 내는 바람에 혼선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사실 노무현 정권 지지세력 이탈의 주요 요인은 외교안보 정책 때문이 아니냐. 파병 결정도 그런 구조에서 NSC 목소리와 달리 결정된 것이다. 쇄신이 절실하다. 대통령이 한번 임명하면 다른 목소리가 이를 용인하고 인사조치를 손놓는 것도 한 요인이다. NSC 상임위에서 파병을 결정하면 8명 가운데 6명이 찬성이다. 그러면 대통령도 어쩔 수 없다는 쪽이다. 인적 쇄신이 불가피하다.”(비관료 출신 NSC 사무처 관계자) 하지만 이와 상반된 견해도 존재한다. “NSC와 보좌관 사이에 의견 조율이 안 된다는 비판이 있지만 그동안 해본 결과로는 괜찮은 시스템이다. 보좌관들은 대통령 자문과 외부를 상대하고, NSC 사무처는 정보 종합과 판단을 한다. 그런대로 먹혀들고 있다고 본다. 청와대 개편론이 나오는데, 이 시스템은 당분간 그대로 갈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초기에 NSC와 집행 부처간 알력과 보좌관실과의 충돌도 있었다. 서로 의견이 달라 외부에 충돌로 비치기도 하지만, 결국 주요 결정은 NSC를 통해 이뤄진다.”(관료 출신 NSC 사무처 관계자) 구조와 인적 쇄신도 순탄치 않음을 예고한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견해를 존중하면서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효율적인 외교안보팀은 어떻게 짜여져야 할까. 조만간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 개편을 앞두고 노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지 자못 궁금하다.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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