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2003년11월19일 제485호 

기사는 값어치 있습니까

지나치게 상업적 · 친기업적이라는 지적도…공짜신문 업계 “우리는 어떤 편향도 경계한다”

<메트로> <더 데일리 포커스> 등 공짜신문들이 1년5개월 사이 수도권 지하철을 평정했다.

발행부수공사협회(ABC)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발행부수가 가장 많은 종합일간지 부수가 63만부가량이다. 63만부에서 무가지를 빼고 나면 ‘수도권에서 유효 부수가 50만부 이상 되는 신문은 무료신문밖에 없다”는 공짜신문 업계의 주장이 허풍이 아닌 셈이다.


사진/ 공짜신문 시장에 종합일간지도 뛰어들고 있다. 〈문화일보〉는 11월17일 〈AM7〉을 창간했다.


‘광고성 기사’ 많이 눈에 띄어

하지만 공짜신문들의 내용 분석과 독자들에 미친 영향을 체계적으로 연구한 결과는 별로 없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이 지난 9월 말 발표한 <메트로>와 <더 데일리 포커스>에 대한 모니터 보고서가 유일하다. 한 언론운동단체 관계자는 “갑자기 공짜신문 시장이 급팽창해버리는 바람에 미처 공짜신문을 눈여겨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민언련은 두 신문의 지면(8월18~29일)을 뜯어본 뒤 기사가 지나치게 상업적이고 경제 관련 기사들이 재벌과 기업의 일방적 주장을 전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짜신문 지면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47%로, 6개 중앙일간지 평균치인 52%에 비하면 낮았다. 하지만 광고 이외에도 특정 업체나 상품을 홍보하는 ‘광고에 가까운 기사’의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언련은 광고에 가까운 기사를 △광고를 기사처럼 편집해 독자를 헷갈리게 하는 ‘기사형 광고’ △기사를 통해 특정 업체나 상품을 소개하는 ‘광고성 기사’로 나누었다. 민언련은 “기사형 광고도 문제지만 기사를 통해 특정 상품을 홍보해주는 광고성 기사가 더 큰 문제다. <메트로>는 8월22일치 22면에 실린 ‘디카족의 새로운 아지트’라는 기사에서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를 자세하게 소개했고 8월29일 16·17면에 걸쳐 말레이시아 관광 기사를 실으면서 특정 리조트를 자세히 소개했다”고 지적했다. <더 데일리 포커스>도 8월28일 10면에 실린 ‘모델하우스 탐방’ 기사에서 경기 남양주의 한 주택 분양을 안내했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메트로>는 칼럼도 상품 광고에 활용하고 있었다. 8월25일엔 이공계 출신을 위한 작문법 책의 저자가 책 내용을 중심으로 쓴 칼럼이 실렸다. 8월28일 한 의사는 칼럼에서 간접적으로 자신의 의료기술을 홍보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민언련은 “<메트로>와 <더 데일리 포커스>의 정치·사회·경제 기사는 전반적으로 단편적인 소식을 나열하는 데 그쳤으며, 가십에 가까운 내용이 많아 보도의 연성화가 심각했다. 경제기사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는데 증시와 금융정보, 부동산 정보, 신상품 소개 등 홍보성 기사의 비중이 높은 반면 파업 등 노동 관련 소식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두 신문의 경제기사 취재원을 보면 특정 기업이 195건이었고 정부와 공공기관이 89건인 반면, 노동계 관련 인사는 1건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사진/ 공짜신문은 가치중립적인 사실 보도에만 충실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은 서울 태평로 언론회관에 있는 메트로 안내돌.


민언련은 “공짜신문들은 모두 생활정보를 강조하지만 특정 업체의 소비성 정보에 가깝다. 기사 세부 주제를 보면 백화점 관련 정보와 건강 관련 기사 비중이 가장 높고 패션, 외식 등 소비 중심의 생활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짜신문 업계는 “우리는 뉴스를 전달하는 미디어일 뿐 친자본이든 친노동이든 일체의 편향성을 경계한다”고 주장한다. <메트로>는 창간할 때부터 “정치적으로 종교적으로 어떤 편견도 갖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의 주장이나 사설 따위는 싣지 않는다. 오직 사실만을 정직하게 보도함으로써 가치판단을 독자의 몫으로 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93% 보던 신문 안 끊는다

조충연 <더 데일리 포커스> 경영기획실장은 “우리는 일간지가 하는 여론 형성과 사회계도 같은 저널리즘에는 관심이 없다. 우리는 정치·사상·이념에 대해 철저히 중립적이고 자기 색깔을 갖지 않는다. 무료신문은 독자들을 가르치려는 생각을 애초부터 하지 않았다. 그냥 텔레비전 아침뉴스처럼 사실 보도에 충실한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언론의 본령과 품위를 지키기 위해 선정성 기사나 무분별한 폭로 기사, 700으로 시작하는 폰팅 광고, 등록번호가 없는 사금융 광고는 싣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일간지에 비해 기사나 광고의 질이 떨어지거나 정치적으로 한쪽에 쏠리지 않았다는 반론이었다.

물론 현실에서 가치중립적 언론이 가능하냐는 반론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공짜신문들도 매일 1면 표지기사를 결정하고 어떤 연합뉴스 기사를 쓸지 선택할 때는 고유한 가치판단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공짜신문이 출근 시간대 지하철을 중심으로 퍼진 탓인지 기존 일간지 독자들의 정기구독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언론재단이 지난달 하순 서울에 사는 만 20살 이상의 신문 정기구독자(500명)와 비구독자(100명)를 대상으로 실시한 독자조사에 따르면, 공짜신문을 읽어본 뒤 정기구독하던 신문을 끊었다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공짜신문을 읽어본 응답자의 93%가 ‘정기구독 신문을 끊을 생각이 별로 없다’거나 ‘끊지 않겠다’로 조사됐다. ‘끊을 예정’이란 응답자가 2.4%(5명)였다.

이에 비해 공짜신문을 읽은 뒤 길거리나 지하철 가판대에서 일간신문을 사는 빈도가 줄었다는 응답자는 44%로 조사돼 공짜신문이 가판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줬다.

조사 대상자의 37.7%는 ‘메트로나 포커스 같은 이름을 듣거나 본 적이 없다’고 대답해 공짜신문의 인지도가 높지 않았다. 지난주에 공짜신문을 읽은 횟수를 묻는 열독 정도도 높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주일에 5일 나오는 공짜신문을 모두 읽은 사람은 13.7%였고, 하루(26.2%)·이틀(27.3%)·사흘(24.6%)만 읽는 등 공짜신문을 꼬박꼬박 챙겨 읽지 않는 응답자가 78%에 이르렀다. 공짜신문을 읽는 사람들의 하루 평균 구독시간은 21분으로 조사됐다. 중앙일간지 정기구독자의 43분에 비하면 절반가량이다.

조사를 벌인 한국언론재단은 “이런 결과는 공짜신문을 발행하는 입장에서 보면 아직 공짜신문 배포 대상을 확대할 여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여론 파악에 도움 된다는 응답 높아

공짜신문의 기사량에 대해 53%가 ‘제한된 기사를 다룬다’고 대답했고, 32%가 ‘보통이다’고 대답했다. 한편 14.5%가 ‘충분한 기사를 다룬다’고 응답해 공짜신문이 기존 일간신문을 대체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짜신문이 여론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도움이 된다’(37%)가 ‘도움이 안 된다’(23%)보다 높았다. 한국언론재단은 이 결과를 두고 공짜신문이 일정하게 사회적 소통 기능을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한국언론재단은 “이 조사는 대상이 600명이었고, 이 중 공짜신문을 읽어본 사람의 수는 268명에 불과해 그 결과가 대표성을 가지긴 힘들지만, 공짜신문에 대한 기본적인 경향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공짜신문쪽은 이번 조사가 표본부터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다. 가정과 직장의 일간신문 정기구독자를 조사했기 때문에 공짜신문 주독자인 출근 시간대 지하철 승객 독자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글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orgi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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