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2003년11월12일 제484호 

PISA가 주는 교훈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 협동학습능력 크게 떨어져… 미·영은 교육 불평등 구조 심각

최근 보수언론들이 고교 평준화를 공격하면서 인용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자료에는 정부가 교육 백년대계를 세울 때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다.

PISA에 따르면 우리 학생들은 읽기·수학·과학에 대한 성취 수준은 높았지만, 교과에 대한 흥미도와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자신감, 협동학습능력은 다른 회원국들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흥미도와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은 학교 교육을 마친 뒤에도 계속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요소다. PISA는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에 대한 지원이 없다면 학교나 미래의 직업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진단했다. 자신감은 학생들 스스로 어려운 도전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정도를 평가한 것이다. 한국은 협동학습능력도 미국·덴마크 등 서구 선진국보다 월등히 낮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채선희 박사는 “협동학습능력은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인데, 이 점수가 낮다는 것은 우리의 학교 교육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상위 5% 학생들의 학력이 OECD 수준에 비해 떨어지고 있는 것도 하루빨리 개선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세계 경제가 지식기반 사회로 재편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를 선도할 고급 인력의 양성은 국가 경쟁력을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학과 과학 분야에서의 남녀간 학력차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 분야에 대한 남녀간 학력차는 세계적 추세지만, 한국은 다른 회원국들에 비해 정도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고무적인 조사 결과도 있다. 하위 5% 학생들의 성적은 다른 회원국들에 비해 양호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위권 학생들의 평균점수는 PISA 참가국 전체 평균과 비슷하다.

비평준화론자들이 교육 선진국으로 꼽는 미국은 영국과 함께 교육의 불평등 구조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영국은 형평성 점수가 읽기·수학·과학 세 분야에서 90∼99점까지 차이가 나 OECD 평균을 웃돌았다. 자녀의 학력이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들 나라의 사립학교제도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반면 전체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매우 높게 나타난 핀란드와 홍콩은 형평성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조사 결과는 우리의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데 좋은 자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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