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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섹션 : 특집 | 등록 2003.10.09(목) 제479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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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이렇게 ‘싸나이’는 태어났다 군 입대 뒤 남자의 성의식은 어떻게 뒤틀어지나… 경험자들의 증언을 종합해 구성해본 콩트
20대 초반의 한 젊은이가 군 입대 뒤 ‘있을 수 있는’ 상황을 군복무 중인 이들과 최근 전역한 사람들의 증언을 종합해 그려봤다. 물론 기사에서 언급한 상황이 현재 군대 상황과 100% 일치하거나 군복무 중 모든 젊은이가 뒤틀린 성의식과 여성관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담배연기가 자욱하다. 회사 앞 선술집에서 열린 입영 전야 환송식이 무르익고 있었다. ‘군대 잘 갔다오라’며 건네는 이별주를 한잔 두잔 받던 김철민(21)의 얼굴도 어느 새 불그스레해졌다. “야, 너 아직 총각이지?” 예비역인 직장 선배 ㄱ이 밀린 숙제가 생각난 듯 불쑥 물었다. “그럼, 딱지 떼고 가야겠네. 앞으로 몇달은 여자 구경 못할 텐데 풀고 가야지. 오늘 2차는 내가 쏜다. 가자.”
“딱지 떼고 가야지!”
이미 술에 취해 있던 철민은 직장 동료·선배 4~5명과 택시를 타고 사창가로 갔다. 택시에서 내린 철민은 어느 골목으로 들어간 것까지는 기억났지만, 다음부터는 ‘필름’이 끊어지고 말았다. 다음날 아침 철민은 목이 말라 눈을 떴다. 눈을 떠보니 낯선 여관방이었다. 전날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옆에는 입영장소인 보충대까지 같이 가기로 한 친구 녀석이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철민은 친구와 보충대로 갔다. 서둘러 군복으로 갈아입고, 입고 온 사복을 소포로 고향으로 부칠 때, 이제 철민은 민간인이 아니고 군인이란 사실을 절감했다. 집합 명령이 떨어졌다. 잔뜩 긴장한 훈련병들이 막사 밖에 모였다. 병장 계급장을 단 군인 하나가 나와서 보충대에서 대기할 동안 지켜야 할 주의사항들을 이야기했다. 설명을 마친 병장은 마지막으로 “질문 있는 사람 있느냐”고 외쳤다. 술이 덜 깨 병장의 설명을 제대로 못 들은 철민이 손을 들었다. 병장이 야릇한 웃음을 지으며 되물었다. “야, 너 진짜 질문 있어?” 철민은 어리둥절했지만 “예, 질문 있습니다”라고 군인답게 씩씩하게 대답했다. “질이 있어야 문도 있을 것 아닌가. 질은 여자한테만 있는데 너는 남잔데 무슨 질이 있나. 네가 정말 질문이 있다면 바로 군의관한테 보여주고 집으로 가라.” 웃음거리가 된 철민은 얼굴이 홍당무가 됐다. 보충대에서 며칠 대기하다 사단 신병교육대로 간 철민은 본격적인 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소총을 지급받고 훈련받는 기간 내내 철민은 ‘소총을 애인 다루듯 하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었다. 훈련병들이 실수하면 다른 사람들이 생명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사격장의 군기는 무척 엄했다. 근엄한 표정의 교관이 소총의 방아쇠 당기는 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인지를 방아쇠에 두고 방아쇠의 사전압력을 서서히 가하여 무의식중에 직후방으로 격발이 이루어지도록 당겨야 한다.” 야전 교범(FM)에 충실한 교관의 설명에 훈련병들이 흥미를 느끼지 못하자 노련한 조교가 보충설명에 나섰다.
한밤중 이뤄지는 ‘문화영화’ 감상
“그러니까 데이트할 때 애인 가슴을 만지고 싶을 때 어떡하면 되냐. 확 만지면 분위기도 깨지고 산통도 깨지지. 소총 방아쇠 당기는 것도 똑같아. 애인 젖가슴 만지듯 하면 된다고. 일단은 젖가슴 근처에 손을 살짝 갖다놓아야지. 방아쇠를 손가락에 걸 때도 힘을 주지 말고 애인 젖가슴에 손 얹듯이 슬며시 올려놔.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분위기 봐서 애인 가슴을 주물럭거리는 것처럼, 방아쇠에 건 손가락에 조금씩 힘을 주라고. 그러다 보면 어느 새 땅 하고 총알이 나가게 되어 있어. 절대 무리하게 힘주지 말어. 갑자기 애인 가슴을 움켜지면 여자가 소리치고 놀라는 것처럼 방아쇠를 갑자기 당기면 총도 놀라서 엉뚱한 곳으로 총알이 날아간다고.” 철민은 신병 교육을 마치고 더블백을 메고 자대로 ‘팔려갔다’. 내무실에 들어가니 고참들이 ‘사회에서 뭐하다 왔냐’ ‘여동생 있느냐’ ‘축구 잘하느냐’ 등 벌떼같이 질문을 쏟아부었다. “야 신병, (여자와) 몇번 해봤냐.” 순간 철민은 군생활 시작부터 범생이란 인상을 주면 꼬일 것 같아 “좀 해봤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내무실의 병사들이 “그럼 그 이야기 좀 해봐라”며 눈빛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철민은 입대 전 에로비디오와 3류소설에서 봤던 장면을 적당히 짜깁기해 성 경험담을 풀기 시작했다. “막내야, 자냐?” “…” “자는 모양이네. 아무리 군대가 좋아졌다 해도 이등병까지 이런 것을 보는 것은 좀 문제가 있지.” 일석 점호 뒤 고참들이 재빨리 ‘작업’에 들어갔다. 내무실에 숨겨둔 음란비디오를 비디오 기기에 넣었다. 일직사관이 순찰을 돌면 불침번이 신호를 주기로 되어 있어 간부들에게 들킬 염려는 없다. 벌써 텔레비전 화면에서는 붉은 살덩어리들이 얽혀 헉헉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철민을 비롯한 이등병들은 침낭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채 자는 흉내를 냈지만 귀는 온통 텔레비전에 집중되어 있었다. 화장실 간다고 잠깐 일어난 철민의 눈에 텔레비전 화면에 가득 찬 성행위 장면이 들어왔다. 고참들은 1주일에 한번가량 음란비디오를 상영했는데 이를 ‘문화영화 감상’이라고 불렀다. 철민은 100일 만에 휴가를 나왔다. 신병교육대 훈련까지 합치면 4달 만에 보는 사회는 음란한 환락 도시였다. 네온사인이 화려한 거리를, 미끈한 허벅지를 드러내고 가슴의 윤곽이 도드라진 옷을 입은 젊은 여성이 철민 곁을 지나갔다. 알샤한 화장품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동안 잊고 지낸 성욕이 불끈 솟아오르면서 철민은 울화통이 치밀었다. “내가 하루에 4~5시간 자면서 작업하랴 훈련하랴 뺑이칠 때, 저것들은 밤마다 야하게 차려입고 남자 꼬시려고 쏘다니겠지.”
마침내 고참이 되어…
휴가 복귀하는 날 오후 고참과 영등포역 앞에서 만났다. 아직 기차시간은 3시간 정도 남았고 멀뚱멀뚱 철민과 눈이 마주친 고참은 “야, 부대 들어가기 전에 똘똘이 목욕이나 시키고 가자”고 말했다. 철민은 고참과 함께 군복을 입고 햇볕이 내리쬐는 사창가 골목으로 들어섰다. “군인 아저씨, 참한 색씨 있는데….” “재미보고 가.” 휴가 복귀한 철민을 붙잡고 고참들은 “몇번 하고 왔느냐”고 물었다. 철민은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서 과장스럽게 휴가 중 성 체험담을 늘어놨다. 일병이 된 철민은 내무실에서 ‘문화영화’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2~3달마다 외박을 나오는 철민은 습관처럼 매매춘을 하게 된다. 철민은 여성이 하찮은 존재이며 섹스의 도구란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 상병이 된 철민은 요즘 신병들의 성 체험담을 듣는 게 생활의 작은 즐거움이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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