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범죄와의 전쟁’ 연장선? 노태우 정권 공안정국 때 본격 등장한 손배가압류… 외국의 경우엔 영국에서 처음 시작
‘노조 탄압용 신무기’라 불리는 파업 손배가압류는 언제 등장했을까. 1990년 10월22일 노동부(장관 최영철)는 전국 근로감독과장회의를 열고 “회사가 불법 쟁의에 따른 손실을 노조에 청구하도록 지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당시 노태우 정권은 사회 각계의 민주화 요구에 맞대응하기 위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해 공안정국을 조성했는데, 이 지침도 그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다. 막강한 정치세력으로 떠오르는 노동조합을 그 기반부터 와해시키겠는 발상이 이 지침에 깔려 있다. 그러나 파업 손배소송은 이보다 1년 앞선 1989년에 이미 등장했다. 대구의 (주)건화는 1989년 8월 노조의 쟁의 행위에 대해 1700만원의 손배소송을 제기해 이듬해 7월 540만원의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90년 노동부 지침 이후에는 노조에 대한 손배가압류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한진중공업은 91년 노조 파업과 관련해 7200여만원의 손배가압류를 신청하는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6차례 18억여원의 가압류를 제기하기도 했다. 외국의 경우 노동운동이 가장 먼저 시작된 영국에서 손배가압류가 시작됐다. 영국의 노조 간부들은 1890년대에 파업 관련 소송에 휘말리는데 자기 집을 팔고 노숙자로 전락하는 경우도 생겼다. 1901년 타프 베일 철도파업에 대한 손배 판결은 노동자의 대규모 저항을 불러오기도 했는데, 이를 계기로 1906년 노동쟁의조정법이 제정되면서 쟁의 행위에 대한 민사상의 면책이 보장됐다. 그러나 1980년대 보수당 정권의 등장 이후 일련의 노동조합 약화 프로그램에 의해 대폭 축소된다. 손배소송과 가압류는 불법 파업에 대해서만 취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러나 현행 노동법상 대부분의 파업이 불법으로 판정되고 있기 때문에 노동운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 1월 두산중공업 노조원 분신 사태 이후 “사용자에 의한 손배가압류의 남용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철도노조의 경우 정부는 75억원의 손배소송을 청구했고, 정부산하기관인 예금보험공사 또한 장은증권노조에 대한 손배가압류 방침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