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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정치판 바꾼다? 정치자금 수사와 정치개혁의 함수관계… 여론 압력에 법 개정 해도 실효성 의문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고 사과상자에는 사과가 없다”는 농담은 1997년 유행했다. 한보비리 사건 수사과정에서 정태수 한보 회장이 사과상자에 돈을 담아 정치인들에게 건넨 사실을 공개하면서 퍼진 말이다. 그해 가장 인기 있는 단어는 ‘떡값’이었다. 돈을 받은 정치인들은 받은 돈의 성격을 두고 ‘뇌물’이 아니라 ‘떡값’이라고 강변했다. 당시 전·현직 의원 등 정치권 인사 38명이 이른바 ‘정태수 리스트’에 등장했다. 검찰은 이들 가운데 13명만을 기소하고 나머지는 조사만 하고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여론은 들끓었다. 실제 당시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개별 정치인이 받은 돈이 뇌물, 알선수재 등 다른 범죄에 해당하지만 않는다면 처벌할 수 없었다. 94년 3월 여야 정치권이 합의해 정치자금법 11조 1항(정치자금을 기부하고자 하는 자는 기명으로 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해야 한다)을 개정하면서 ‘정당에’라는 단어를 교묘히 삽입해 정치인 개인이 받는 정치자금은 처벌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현대 비자금 사건에 이어 SK 비자금 사건 수사가 이어지면서 정치권은 97년과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치개혁 입법이 당장의 화두가 되어버렸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국회 대표연설에서 완전 선거공영제를 비롯한 ‘정치개혁 입법’을 꺼냈다. 김근태 통합신당 대표 역시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정치권 전체의 집단적 양심고백에 대해 사면을 전제로 한 ‘정치자금에 대한 특별법’ 제정 카드를 들고 나왔다. 민주당도 어줍잖게 끌려갈 수밖에 없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시민사회도 97년처럼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4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정치개혁시민연대는 정치자금 투명화 방안을 중심으로 한 정치자금법의 대대적 개정 등 정치개혁 조처를 이행할 것을 정치권에 촉구하고 나섰다. 앞으로 검찰 수사가 더 진행되면 이같은 여론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이 받고 있는 혐의가 공개되면 정치자금 수수 행태와 정치인들의 도덕성에 대한 문제제기로 확대될 공산이 크다. 부정적 여론이 극대화할수록 법 개정 가능성은 높아지겠지만, 정치개혁과 관련한 법적·제도적 개선의 주체 역시 정치권이라는 점 때문에 법 개정이 가져올 효과가 얼마나 될지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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