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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 게릴라 씨를 말리리라” 터키 정부가 파병하려는 진짜 속셈… 쿠르드 국가 건설 막는 건 군부독재 사활과 직결
터키 정부가 국민들의 거센 반대에도 파병을 추진하려는 진짜 속셈은 이라크 북부지역에서 자치주를 건설해 살고 있는 쿠르드족과 산악지역의 쿠르드 게릴라를 무력으로 제압해 쿠르드 민족의 독립국가 창설을 저지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터키 정부는 이라크 북부 산악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쿠르드 게릴라를 공격하는 데 대한 미국의 동의와 이라크 북부지역으로의 파병을 파병조건으로 제시하면서 미국과 협상해왔다.
일반 국민들 70% 이상이 파병 반대
터키 정부는 미국이 이라크에서 위기에 몰리고 있는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 이라크에 파병하는 대신 이라크 북부 산악지역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쿠르드 게릴라를 ‘싹쓸이’하겠다는 의도를 공공연히 밝혀왔다. 터키 정부는 지난 10년 넘게 벌여온 쿠르드 게릴라와의 전투에서 잃은 병력만 해도 수천명에 이르지만 한번도 제대로 소탕해본 적이 없다. 이렇게 터키 정부가 쿠르드 게릴라 소탕에 사활을 거는 것은 터키 군부독재 체제의 사활과도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 북부에 쿠르드 민족의 국가가 건설될 경우 터키 사회를 밑바닥층에서 지탱해온 쿠르드 민족이 대규모로 이동해갈 것이고 이로 인해 터키 사회라는 건물은 강한 지진을 만나 기둥이 부러진 것처럼 순식간에 붕괴될 것이기 때문이다.
터키의 정치권이나 한국의 보수 정치권에서 내세우는 논리는 거의 유사하다. ‘파병이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경제이익론’에서 ‘친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도와주어야 한다’는 ‘의리론’까지 다양하다. 이런 논리들을 개발해 국민들을 상대로 설득하고 있지만 파병 반대 여론을 넘어서기엔 역부족이다. 우선 터키 국민들 대다수가 파병을 반대하는 이유를 정치권이나 군부에서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가 국론분열의 단초가 되고 있다. 국민들이 파병을 반대하는 배경에는 종교적 정서가 자리잡고 있다. 같은 이슬람 형제인 이라크 민족을 향해 총부리를 겨눌 수 없다는 정서가 터키 국민들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10월7일 터키 의회는 국민 여론을 무시한 채 파병안을 승인함으로써 터키 국민들의 대규모 저항에 직면해 있다. 이라크전을 전후해 중동의 정치지형은 급격히 변하고 있다.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 중에서 가장 가까운 동맹국을 자처했던 터키에서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기 전에 사상 최대의 반미·반전 시위가 벌어졌다. 미국 정부의 간곡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미군의 터키 육로 이용을 거절해 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군은 모두 쿠웨이트를 통해 수천km를 돌아 이라크에 들어가야 했다. 이 문제로 미국과 터키간 외교관계는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지난 7월 이라크 북부의 국경을 넘어온 터키 특수부대원들을 미군이 체포 구금하는 사태로까지 발전했다. 미국이 위험을 무릅쓰고 터키군을 이라크에 불러들이는 이유는 그동안 쿠르드 게릴라들과의 전투를 통해 축적된 전투 경험을 이용하겠다는 것과, 같은 이슬람교도라는 문화적 공통성 때문에 미군 이상의 역할을 하리라는 계산에서다. 이와는 별도로 터키군의 이라크 파병은 많은 위험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사담 후세인 체제에 저항하면서 미국에 호의적이던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쪽은 터키군의 파병에 언제나 반대 의견을 표출해왔으며, 이라크의 과도정부기구에서도 며칠 전 터키군 파병을 부결시킨 바 있다. 모술시를 중심으로 한 이라크 북부지역을 사실상 두 지역으로 분할 지배해온 쿠르드 민주당이나 쿠르드 애국동맹조차 이 문제로 미국과 등을 돌릴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수세기에 걸쳐 박해를 당해온 쿠르드 민족은 정서적으로 터키군이 이라크 북부지역인 쿠르디스탄에 발을 내딛는다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다. 따라서 미국쪽에는 쿠르드 민족과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북부지역을 피해 터키군을 바그다드와 가까운 곳에 배치하려는 절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쿠르드쪽은 터키군의 파병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지금 이라크 땅에서 파병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터키의 견제와 협력관계는 모두 쿠르드 민족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다. 이 와중에 한국군이 파병하면 모술에 배치될 것이란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최악의 경우 한국군이 터키의 요구를 수락한 미군의 명령에 의해 산악지역의 쿠르드 게릴라들과 전투를 벌이는 상황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아테네= 하영식 전문위원 youngsig@teledomenet.g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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