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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섹션 : 특집 | 등록 2003.08.14(목) 제47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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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금강산 관광사업 - 80% 지지… 적자 있어도 중단은 없다 정몽헌 의장 죽음 이후 대북정책 관련 긴급 여론조사… 대북 포용정책 지지하며 철학 있는 접근 기대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의 투신자살은 남북관계에 세찬 회오리바람을 몰고 왔다. 북쪽은 금강산 관광사업을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남쪽에선 도대체 어디서부터 문제가 꼬였는지 찬찬히 되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금강산 관광사업을 계속 유지해야 하느냐, 유지하려면 사업 주체를 누구로 하느냐, 남북교류협력기금 200억원의 지원을 재개해야 하느냐 등 논란이 꼬리를 문다. 한나라당도 남북경협의 새로운 모델을 강조하는 등 당의 대북정책을 재검토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 시점에서 국민들의 목소리는 무엇일까. <한겨레21>은 정몽헌씨의 죽음 이후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이 어떤 것인지 가늠해보고자 긴급 여론조사를 벌였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국가 지원 컨소시엄으로
국민들은 정씨의 죽음 이후에도 금강산 관광사업을 유지해야 한다는 쪽에 손을 높이 들었다. 금강산 관광사업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80.0%로, 중단해야 한다는 응답(18.6%)보다 훨씬 높았다. 열명 가운데 여덟명은 사업이 지속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번엔 사업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힌 응답자들에게 “금강산 관광사업이 매월 10억원이 넘는 적자를 보고 있다”고 설명한 뒤 “적자가 나더라도 금강산 관광사업을 계속해야 하느냐”고 물어봤다. 전체 조사대상자의 52.9%는 적자가 나더라도 여전히 사업을 지속해야 한다고 답했다. 금전적 손익계산을 떠나 금강산 관광사업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절반을 웃도는 것이다. 금강산 관광사업을 유지해야 하지만 적자가 난다면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은 25.0%였다. 금강산 관광사업을 유지해야 한다는 당위론에 공감하면서도 적자가 나는 현실적 여건을 감안하면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4분의 1쯤 되는 셈이다.(쪽기사 참조) 그러나 금강산 관광사업의 진행 방식은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먼저, “국가의 지원 아래 기업이나 기업컨소시엄이 사업을 하는 게 좋다”는 견해가 54.1%로 가장 높았다. 또, “공기업 또는 정부기관에서 금강산 관광사업을 인수해 추진하는 게 좋다”는 의견(33.3%)도 적지 않았다. 반면, 현재 진행하고 있는 방식대로 “현대아산 같은 기업이 독자적으로 사업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은 9.0%에 불과했다. 각계의 백가쟁명식 해법이 제시되는 상황에서 어찌됐든 금강산 관광사업을 기존 방식대로 현대아산에만 맡겨두는 것은 무리라는 국민들의 의견이 높았다. 금강산 관광경비 지원 목적으로 편성됐으나 지난해 말 북한의 핵문제가 불거진 이후 국회의 제동으로 지원이 중단된 남북교류협력기금 200억원의 지원 재개 여부에 대해선 찬반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찬성의견(48.4%)과 반대의견(47.7%)이 어금버금하다. 민주당 심재권 의원 등 여야 의원 23명이 지난 8월6일 “남북경협을 계속 발전시켜달라는 고인의 간절한 소망을 이어가자는 취지”라며 200억원의 지원 재개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했지만 한나라당은 현금지원에 반대하는 당론을 고수하는 상황이다. 이 문제에 대한 국민여론이 팽팽한 것으로 조사됨에 따라 당분간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 관광사업에 대한 국민여론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사업을 지속해야 한다는 명분엔 공감하면서도 막상 적자를 보는 현실과 돈을 지원하는 문제에선 주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음을 엿볼 수 있다.
정몽헌씨는 왜, “자금지원 중단·특검 수사”
국민들은 정몽헌씨가 무슨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정부의 자금지원 중단과 대북송금 특검 수사 때문”이라는 의견이 58.3%로 나와, “기업을 대북관계 개선에 이용한 왜곡된 햇볕정책 때문”이라는 응답(33.3%)보다 우세했다. 절반이 넘는 국민들이 대북송금에 대한 특검 수사가 정씨의 죽음에 영향을 끼쳤으리라 추정하는 셈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충청권에서 자금지원 중단과 특검 수사 때문이라는 응답이 78.6%에 이른다는 점이다. 전라권의 69.2%보다 더 높다. 대북송금 사건에 대한 특검 수사가 정씨의 죽음에 영향을 끼쳤다는 인식은 특검 수사가 남북관계를 악화시켰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이런 견해에 동의한다는 응답(61.6%)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33.1%)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이런 의견분포는 특검 수사 이전의 여론과 견주면 더욱 도드라진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2월27일 <문화일보>와 TNS의 여론조사에선 “거부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56.7%로 거부권 행사에 찬성하는 의견(34.0%)보다 높았다. 특검법 통과 이후인 4월 초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도 특검법 수용에 긍정적 의견(64.0%)이 부정적 의견(17.0%)보다 높았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대북송금 특검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특검 착수 이전과 이후로 현저히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정씨의 죽음은 대북사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에 일정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정씨의 죽음 이후 금강산 관광과 경제협력 등 대북사업에 대한 의견이 달라졌느냐는 물음에 29.7%가 “그렇다”고 답했다. 어떻게 달라졌느냐는 물음엔 “대북사업에 좀더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응답(19.2%)보다 “대북사업에 좀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80.8%)이 우세했다. 정씨의 죽음이 대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리라는 응답(42.9%)이 더 많았지만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29.1%에 이르렀다. 다만, 현대그룹의 정주영-정몽헌 부자가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했다는 데 대해선 국민들 사이에 별로 이견이 없었다. 정파나 지역, 연령을 초월해 95.9%가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한 정씨 부자의 공로를 인정했다.
북핵 논란에도 화해·포용 정책 지지 확산
대북 화해·포용 정책이라는 큰 틀의 정책 방향에 대해선 75.1%가 찬성의견을 보였고 반대의견은 23.0%에 불과했다. 김대중 정권 시절인 지난 2001년 <한겨레> 여론조사에서는 찬성 70.5%, 반대 24.3%였다. 대북송금 논란이 이어졌고, 이에 대한 특검 수사가 진행됐는데도 오히려 2년 전보다 화해·포용 정책에 대한 찬성의견이 높아진 것이다. 이는 북한핵 논란으로 안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 햇볕정책의 승계를 다짐한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잘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43.7%)보다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48.3%)가 조금 높았다. 특기할 만한 부분은 대북 화해·포용 정책에 찬성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는 점이다. 포용정책 지지자 75.1% 가운데 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후한 점수를 준 응답자가 전체의 39.1%였지만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도 30.0%에 이르렀다. 이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지난 6월 여론조사에서 노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승계하지 않았다고 평가한 응답이 35.8%에 이른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참여정부의 대북정책 부정적 평가 많아
노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에 대해선 방향과 철학이 없다는 의견(32.8%)과 변덕스럽고 비협조적인 북한의 태도 때문이라는 응답(31.1%)이 엇비슷하게 나타난 가운데, 정부의 대북정책에 제동을 걸어온 야당 때문이라는 응답(20.7%)도 적지 않았다. 북한에 지나치게 강경한 미국의 책임을 지적한 의견은 12.7%였다.
공교롭게도 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긍정 42.7%·부정 53.9%)와 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긍정 43.7%·부정 48.3%)가 거의 일치한다. 북한핵 논란, 특검법을 둘러싼 논란과 호남소외론, 미국과 중국, 일본 방문 등 노 대통령 취임 이후 불거진 주요 정치적 사안들이 모두 대북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이런 일치는 우연만은 아닐지 모른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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