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2003년08월28일 제474호 

‘몰카 드라마’의 진실게임

청주지검 내에 정말 이원호씨 비호세력은 있는가, 김도훈 검사는 왜 굳이 몰카촬영을 했는가

청주지검 김도훈(38) 전 검사의 구속으로 막을 내릴 듯했던 ‘몰카 드라마’가 연장 방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사 중단 압력의 실체가 없다”는 대검찰청의 감찰 결과에도 불구하고 ‘외압’ 의혹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의 드라마 같은 이번 사건에 대한 청주지검의 수사 결과는 충격과 함께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막강한 수사권을 갖고 있는 현직 검사가 정당한 수사 기법을 외면하고 왜 범죄에나 사용되는 몰카 제작에 개입했는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질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청주지역 시민단체들과 검찰은 서로 상반된 분석을 제기하고 있어 진실을 가려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원호씨 사건처리 과정의 미스터리


사진/ 김도훈 전 검사가 ‘몰카’를 통해 밝히고 싶었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시민단체들은 김 전 검사가 청주지검과 토착세력의 고질적인 유착 관계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몰카에 개입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청주지역에서 문제의 인물로 지탄받고 있는 키스나이트클럽 대주주 이원호씨의 비호 세력을 압박하기 위해 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향응 몰카를 확보할 ‘유혹’을 느꼈다는 것이다. 실제로 청주지검과 이씨의 유착 의혹은 이 지역에서는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씨는 이 지역에서 검찰 접대를 잘하기로 유명한 사람”이라며 “청주지검 수사관들 중 이씨와 술자리를 안 가져본 사람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씨는 청주지역 경찰 간부들과도 교분을 쌓아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씨는 탈세와 공갈, 살인교사 등의 혐의로 오래 전부터 청주지검과 충북지방경찰청의 수사망에 올라 있었지만 그동안 단 한차례도 구속된 적이 없었다. 이런 정황들 때문에 김 전 검사가 청주지검과 경찰이 이씨를 비호하고 있다는 의혹을 갖게 됐다는 설명이다.

김 전 검사에 앞서 이씨를 내사했던 청주지검의 한 검사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내사를 중단한 것도 김 전 검사의 의혹을 키운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검사의 고교 선배인 이 검사는 이씨의 범죄 혐의를 상당 부분 포착했음에도 이씨의 수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주지검 관계자는 “김 전 검사가 올 초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긴 고교 선배 검사한테서 이런 얘기를 들었는데, 김 전 검사는 이를 검찰 상부의 압력으로 해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청주지검의 이원호씨 사건 처리 과정도 의혹을 사고 있다. 청주지검은 지난 8월1일 이씨의 살인교사 혐의에 대한 내사를 사건부에 정식으로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김 전 검사가 이미 6월20일 이씨를 갈취교사 혐의로 긴급체포하겠다고 소속 부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밝혀져 의혹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담당 검사가 사건 관계자를 구속시키겠다고 직속 상관에게 보고한 사건이 어떻게 한달이 넘을 때까지 내사 사건부에 기록되지 않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또 이씨 사건이 사건부에 등재된 시점도 미묘하다. 사건부에 등재된 날이 공교롭게도 양 전 실장의 향응접대 사실이 <한국일보>에 보도된(7월31일) 다음날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검 감찰부는 “김 전 검사가 이씨에 대한 긴급체포를 스스로 철회해 사건부에 등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청주지검은 “첩보를 입수한 김 전 검사가 내사를 해왔으나 인사이동이나 전담업무 변경 때 인수인계가 안 되면 사건이 흐지부지될 우려가 있어 정식 내사 사건으로 등재했다”며 “그러나 살인 사건 관련자의 소재 불명을 이유로 일시 중지된 상태”라고 밝혔다. 청주지검이 지난 15일 이원호씨를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하면서 밝힌 탈세 규모가 애초 김 전 검사가 주장한 것과 차이가 나는 점도 의문으로 남는다. 청주지검은 이씨가 4억4천여만원을 탈세했다고 밝혔는데, 김 전 검사는 검찰 외압 의혹을 폭로하면서 이씨의 탈세 규모가 6억원이라고 주장했었다. <충청리뷰>는 지난 23일치 기사에서 “경찰 수사과정에서는 (이씨의 탈세 규모가) 1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보도했다.

ㄱ부장과 김도훈 검사의 갈등설


사진/ 검사들의 ‘진실게임’ 무대가 된 청주지방검찰청. 김도훈 전 검사는 자신이 근무했던 청주지검 유치감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런 분석과 달리 검찰 내부에서는 김 전 검사의 행동을 ‘오해설’로 설명한다. 김 전 검사가 자신의 직속상관인 ㄱ부장검사의 독특한 캐릭터를 이해하지 못해 오해를 했다는 것이다. ㄱ부장은 평소 상대방이 모멸감을 느낄 수 있는 말투를 자주 사용했는데, 김 전 검사한테서 이원호 내사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ㄱ부장이 김 전 검사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검 관계자는 “자존심이 강한 김 전 검사가 ㄱ부장의 ‘조언’을 잘못 이해할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청주지검 주변에서는 김 전 검사가 지난해 <충청리뷰> 사건을 수사하면서 ㄱ부장과 갈등을 일으켰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충청리뷰>의 광고 비리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ㄱ부장과 일선 검사들의 견해가 충돌했다는 것이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의 김홍장 사무처장은 “청주지역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충청리뷰>를 검찰이 무리하게 수사해 많은 시민단체들의 비난을 샀다”며 “올 초 서영제 청주지검장(현 서울지검장)이 지역 인사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비공식적으로 사과를 한 일이 있다”고 말했다. <충청리뷰>의 권혁상 편집장은 “서 검사장이 ‘내가 너무 무리하게 하지 말라고 했는데, 담당 부장의 뜻이 워낙 확고해 (수사를) 막지 못했다. 수사 검사의 수사 의지를 막지 않는 게 내 소신’이라며 간접 사과했다”고 밝혔다.

검찰 내부에서는 김 전 검사의 도덕성을 비난하는 견해도 있다. 검 전 검사가 자신이 담당했던 사건의 피의자들을 정보원으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이번 몰카 사건이 터졌다는 것이다. 특히 몰카 사건을 수사했던 청주지검의 한 검사는 지난 주말 검찰 내부 전산망에 김 전 검사의 비위 사실을 공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 검사는 “김 전 검사는 제주도 여행 때 자신이 사기대출 혐의로 지명수배했던 홍아무개(몰카 제작 혐의로 구속)씨의 부인 장아무개씨(〃)에게 부탁해 호텔을 예약하고 숙박비를 제공받았다”고 폭로했다.

‘김도훈 검사 비위사실 공개’ 파문


사진/ 몰래카메라가 설치됐던 ㅇ모텔 2층 창문에서 내다본 키스나이트클럽. 몰카 사건에도 불구하고 이 업소는 매일 밤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 검사는 또 “김 전 검사가 장씨로부터 비밀 휴대전화를 건네받아 수시로 통화하고 수차례 만났다”며 “김 전 검사와 홍씨 일당과의 유착을 뒷받침해주는 내용이 더 있지만 지금은 자세히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검사는 김 전 검사가 제기한 외압설에 대해 “경찰이 내사하던 키스나이트클럽 탈세사건은 김 전 검사가 마음껏 수사 지휘를 할 수 있었고, 이원호씨 살인교사 내사 사건도 이씨를 처벌할 단서가 특별히 없는 사안이었다”고 반박했다. 김 전 검사가 변호인단을 통해 제2의 외압 증거를 폭로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검찰 내부에서는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외압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도 없으면서 한때 검찰에 몸담았던 사람이 검찰 조직을 뿌리째 흔들려고 하는 행동이 괘씸하다”고 말했다.

검찰의 이런 폄하에도 불구하고 김 전 검사의 ‘제2의 폭로’ 내용에 정치권과 검찰, 언론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전 검사가 변호인단에 맡겨뒀다는 외압 증거에 이원호씨의 비자금 내역도 포함됐다는 주장이 청주지역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씨의 비자금이 민주당으로 흘러들어간 정황이 포착된다면 ‘몰카’ 사건의 불똥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청주지검 주변에서는 민주당 경선자금 관련 자료를 보관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돈다. 진실게임으로 번지는 ‘몰카 드라마’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청주=글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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