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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파산절차’를 거쳐야 하나 지급불능 상태 빠진 채무자에게 현행 제도는 너무 제한적… 개인회생법 서둘러 제정해야
일본에서는 지난 한햇동안 21만4634명이 개인파산을 신청했다. 경제활동인구 100명당 3.2명꼴이다. 미국의 경우는 더욱 많다. 올해 3월 말까지 1년 동안 미국에서는 파산신청자 수가 경제활동인구의 11.1%인 161만여명에 이르렀다. 파산신청자의 증가는 그만큼 경제상황이 어려워졌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갱생의 길을 찾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도 된다.
채권자 중심의 사고가 걸림돌
우리나라의 경우는 다르다. 사실상 파산 상태에 빠진 사람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일본이나 미국과 비슷하지만, 이들 가운데 재기의 활로를 찾는 사람의 비율은 아주 낮다. 신용회복지원 신청을 하는 사람이 급증하면서 한달에 5천명 가까이로 늘었지만, 연간 6만명이 된다 해도 요즘 한달에 늘어나는 신용불량자 수에도 미치지 못한다. 파산 제도를 통해 갱생의 길을 찾는 사람의 수는 더욱 적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 들어 6월 말까지 법원에 개인파산을 신청한 사람은 1358명으로 지난 한햇동안 파산신청자(1335명) 수를 이미 넘어섰다. 그러나 이는 330만명을 넘는 신용불량자 수에 비하면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신용회복지원위원회가 지난 6월 말까지 신용회복지원 신청을 한 1만388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의 60.1%가 생활고 때문에 빚을 지게 됐다고 대답했다. 또 21.5%는 사업 실패로 빚을 지게 됐다고 한다. 당사자의 대답이므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만은 없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남의 돈을 떼먹기 위해 돈을 빌렸다가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이 그렇게 많을 리는 없다. 채권자들의 처지에서 보더라도 빚의 함정에 빠진 사람들을 방치하는 것은 오히려 그들을 자포자기하게 만들어 채권회수율을 떨어뜨린다. 더 큰 문제는 신용불량자의 급증이 사회적 불안요소가 돼 사회적으로 큰 비용을 치르게 만들고, 국민경제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이들을 정상적인 사회생활로 복귀시키지 못한다면 경기회복도 쉽게 기대하기 어렵다. 이들 가계의 소득은 이자를 갚는 데 대부분 쓰이고, 소비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 산업활동동향 통계를 기준으로 보면 올해 도·소매 판매는 1분기에 0.2%, 2분기에는 3.7%나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현재의 신용불량자 구제 제도들은 신용불량자의 증가 속도를 따라잡기에 크게 역부족이다. 신용회복지원 제도는 금융기관들이 한꺼번에 채권을 회수해 신용불량자들이 자기 능력으로 돈을 갚을 기회조차 잃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따라서 이 제도는 안정적인 소득이 있고, 금융기관에만 빚을 지고 있으며, 비교적 채무액이 적은 사람들을 신용불량자 상태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데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법원, 파산선고에 적극적이지만…
그러나 현행 파산 제도가 구제할 수 있는 신용불량자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파산 제도는 면책신청을 하기 전, 반드시 파산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심리적 부담이 적지 않다. 면책 결정을 받기도 비교적 까다롭고, 면책을 받지 못하면 파산자로서 멍에만 짊어져야 한다. 따라서 성실하게 채무를 갚으려는 의지를 갖고는 있지만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파산의 부담 없이 갱생할 수 있는 길을 넓혀줄 필요가 있다. 법조계에서는 지난 2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을 서둘러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법안은 회사정리법, 화의법, 파산법으로 분산돼 있는 도산 관련 법률을 단일 법률로 통합한 이른바 ‘통합도산법’이다. 급여나 사업소득 등 정기적 수입이 있는 채무자가 파산 절차에 의하지 않고도 채무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한 데 특징이 있어, ‘개인회생법’으로 불리기도 한다.
“변제기간 최대 5년 넘지 않게”
법안에 따르면,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채무자들은 먼저 개인회생 절차를 신청한 뒤 현재 소득에서 최저생계비를 뺀 나머지로 변제계획서를 만들어 법원에 제출한다. 변제기간은 최대 5년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열심히 노력해 5년간 갚을 수 있는 범위에서 갚고 나머지는 탕감해달라는 계획서인 셈이다. 채권자들이 이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법원이 판단해 변제 계획이 합당하다고 보면 인가를 하기 때문에 강제력을 갖는다. 채무자가 변제 계획대로 빚을 갚고 나면, 모든 채무에 대해 책임이 면제되고 새 삶을 찾을 수 있다. 올 들어 법원이 면책불허 사유 정도가 가벼운 파산자를 일부면책 결정을 통해 구제하고 있는 것도 정부가 개인회생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취지를 결정에 적극 반영하고 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애초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던 이 법안은 아직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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