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2003년08월20일 제473호 

카드 돌려막기는 면책불허 사유?

법조항만으로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개별 사례들… 윤강열 판사에게 들어본다

어떤 경우에 파산신청이 기각되고 어떤 경우에 면책 결정을 받을 수 있는지, 법조항만으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서울지방법원 파산부 윤강열 판사에게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보았다.

-파산선고가 기각되는 것은 어떤 경우인가.

=상속재산 등 다른 재산이 있으면 기각한다. 또 채무액이 소득에 비해 아주 적다면 갚을 길이 있다고 보고 파산선고를 하지 않는다. 채권자가 채무자를 압박할 의도로 파산신청을 한 경우에도 채무자가 실제 변제능력이 있다면 기각한다.

-가족의 수입이나 재산도 고려하는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부부도 재산은 따로 관리하게 돼 있다. 부모가 돈이 많다고 해도 고려사유가 아니다.

-재산을 빼돌리면 면책이 불허된다고 들었다.

=그것은 사기파산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다. 파산신청 전에 아내에게 집을 넘긴다든지, 특정 채권자에게만 빚을 갚으면 면책되지 않는다.

-이자가 비싼 빚부터 갚고 이자가 싸거나 보증인이 있는 빚은 뒤로 미뤄뒀다가 파산 및 면책 신청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도 특정 채권자에게만 빚을 갚는 경우에 해당되는가.

=그렇지는 않다. 악의적인 편파변제에 대해 면책이 불허되는 것이다.

-도박뿐 아니라 낭비로 인해 빚을 진 경우도 면책불허 사유인데.

=낭비로 인해 과다한 채무를 부담하거나 재산을 감소시키는 행위는 범죄다. 범죄가 될 정도의 낭비를 하는 경우가 면책불허 사유이지, 어려운 형편에 비해 많이 썼다고 해서 낭비로 보지는 않는다. 수입이 없는데도 신용으로 비싼 명품만 사들여 빚을 진 경우가 낭비에 해당한다.

-주식투자로 인해 큰 빚을 지는 경우는 어떤가.

=투자에 실패한 것만으로는 면책불허 사유가 아니다. 돈이 거의 없는데도 고금리로 돈을 빌려 투기적인 투자를 했다가 실패했다면 면책을 불허한다.

-법조항만 보면 ‘카드 돌려막기’도 면책불허 사유처럼 보인다.

=금융기관들은 카드 돌려막기도 채무자가 지급불능 상태에서 ‘사술을 써서 새로 금전을 취득한 경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카드 돌려막기로 이미 발생한 원리금을 갚은 경우라면 불허 사유로 해석하기 어렵다.

-‘카드깡’은 법에 면책불허 사유로 명시돼 있는 것 같다.

=‘신용거래로 구입한 상품을 현저하게 불리한 조건으로 처분하는 행위’에 속해 불허 사유로 많이 삼는다. 하지만 카드깡과 카드 돌려막기는 그것으로 이자를 갚는 데 썼다면, 사채업자를 거쳤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카드깡도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일부면책으로 구제를 하는 편이다.

-일부면책은 어떻게 하나.

=면책불허 사유가 있더라도 악의성, 정도의 심각성을 고려해 심하지 않다면 일부면책을 한다. 이미 발생한 이자는 전부 탕감하고, 앞으로 3년간 이자를 면제한다. 그리고 채무자의 변제능력을 고려해 원금의 60~80%를 탕감하도록 하고 있다. 일부면책 조건은 모든 채권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한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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