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선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을 사회로 편입시키기 위해 ‘쿼터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공무원 채용 때 천민층에 25%를 의무적으로 할당함으로써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천민층을 끌어안으려는 제도다. ‘역차별’이라는 반발이 거셌지만 인도사회의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방대 차별을 해소하려면 ‘지역별 인재할당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런 여론에 따라 민주당 한화갑 의원 등 여야 의원 92명이 지난 2001년 ‘지방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가공무원 임용 때 지역별 인구비례에 의해 지방대 출신을 할당하고, 예산의 5%를 지방대에 지원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그러나 인재할당제는 위헌이라는 의견이 제기되었고 경제부처에서 재정지원에 난색을 표시해 이 법안은 아직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

참여정부는 지방분권을 핵심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지방대 육성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 직속의 국가균형발전위원회(위원장 성경륭 한림대 교수)는 최근 종합적 지방대 육성방안을 마련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재가를 얻는 대로 7월 안으로 구체적인 시행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 뼈대는 아래와 같다.

지역인재 채용 장려제= 지방대 출신 인재를 채용하는 기업에 세제감면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제도다. 위헌의 소지가 제기된 지역인재할당제 대신에 도입한 것이다. 할당제는 의무사항이지만, 장려제는 시행업체에 한해 혜택을 준다는 점이 다르다.

고등교육재정지원법=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을 포괄해 재정지원을 확대하되, 법안에 지방대에 대한 우선지원 조항을 삽입할 방침이다. 교육부가 법안을 마련해 올해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사립대 구조조정 활성화를 위한 사립학교법 개정= 사립대학이 문을 닫더라도 재산이 사학재단으로 환원되도록 사립학교법 관련 조항을 고칠 예정이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사립대가 문을 닫으면 무조건 모든 재산이 국고로 귀속된다. 다만, 건실한 사립대학의 폐교를 방지하기 위해 법안을 한시적으로만 적용할 계획이다.

산학협동 관련 법안 정비= 국공립대학은 산학협력단 설치를 의무화하고, 사립대도 산학협력단을 설치해야만 재정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모든 대학이 지역의 산업체와 컨소시움을 형성하지 않으면 각종 프로젝트의 재정지원을 못 받게 된다. 대학 따로, 기업 따로인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하는 제도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