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2003년07월10일 제467호 

개헌론 띄워 신당행 차단?

신당바람에 골머리 앓는 한나라당의 비상 처방… 권력구조 개편론 진의 여부 아직은 불확실

노회한 정객의 치고빠지기인가, 아니면 고도로 계산된 애드벌룬 띄우기인가.

권력구조 개편의 한나라당 개헌론을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개헌을 하겠다는 의지라기보다는 분위기 탐색을 노린 ‘치고빠지기식 발언’이라는 해석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신당바람을 잠재우기 위한 개헌론 공론화의 서곡이라고도 평가하였다.

개헌론을 끄집어낸 것은 새 원내총무로 선출된 홍사덕 의원이었다. “정부가 만약 대한민국을 계속 위태롭게 운전해간다면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국회가 뭔가 비상한 구상을 해야 한다”는 게 문제의 발언이었다. ‘비상한 구상’이라는 말은 정치권에서 즉각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론으로 해석됐다. 홍 총무는 자신의 신념을 ‘한반도 통일을 염두에 둔 이원집정부제’라고 밝혔다.

이원집정부제·4년중임제 등 의견분분


사진/ 얘기를 나누는 최병렬 대표(오른쪽)와 홍사덕 총무. 방향은 다르지만 두 사람 모두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한겨레 윤운식 기자)


정치권에서 개헌론은 꺼내기만 하면 커다란 메아리를 울린다. 동조든 반대든 여기저기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된다. 때문에 다른 현안들은 일순 뒷자리로 밀려난다. 워낙 폭발력이 큰 문제여서 날카로운 전선이 형성되는 탓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홍 총무가 우회적으로 개헌 추진 의사를 제기하고 나서자 정책위의장으로 뽑힌 이강두 의원이 단서를 달고 즉각 맞장구를 쳤다. 최병렬 대표는 내각제는 반대했지만 대신에 ‘대통령 4년중임제 개헌론’을 꺼냈다.

한나라당에선 대선 직후부터 내각제 개헌론이 부단히 제기됐다. 특히 영남의 다선 의원들은 대부분이 내각제론자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때 내각제 반대론의 기수로 활약했던 박관용 국회의장조차 “이제는 내각제를 할 때가 됐다”며 ‘전향’을 선언했다. 영남 의원들의 내각제 선호도가 높은 것은 다수당이 정권을 차지하는 내각제 구조에선 영남에 기반을 둔 정당이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불거진 개헌론이 새삼 주목받게 된 이유는 그것이 정치권 재편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권력구조 개헌론은 늘 정치권 재편의 촉매제 구실을 했다. 내각제를 고리로 연대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자민련 총재의 ‘DJP연합’이 대표적이다.

개헌을 성사시키려면 국회 의석의 3분의 2를 확보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점유하였고, 민주당의 구주류 의원들과 자민련도 개헌에 적극적인 편이다. 신당 추진 과정에서 민주당이 둘로 나눠질 경우 개헌추진 세력이 3분의 2 의석을 확보하지 말라는 법도 없는 것이다.

한나라당으로선 정치권에 일고 있는 신당바람에 수세적일 수밖에 없다. 의원들의 탈당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개헌론은 신당바람에 맞불을 놓을 수 있는 좋은 카드다. 지역정당구조 타파가 신당의 명분이라면 내각제 개헌론이 신당 반대세력의 명분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당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나름의 효율적인 전략인 셈이다.

효율적 전략임에도 실현 가능성 의문

개헌론엔 함정이 있다. 개헌론이 신당바람에 필적하기 위해선 국민들의 공감대가 그만큼 높아야 한다. 그런데 최병렬 대표가 지적한 대로 내각제 지지론이 35%를 넘은 적이 없다.

그러나 정치가 펄펄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는 것은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 됐다. 더구나 정치권은 왕왕 미세한 여론의 흐름을 거대한 목소리로 증폭시키는 앰프 역할을 해오지 않았던가. 언론인 출신으로 국회부의장을 지낸 5선의 홍사덕 총무는 내각제 개헌론의 다양한 함의를 누구보다도 잘 꿰뚫고 있는 인물이다. 개헌론을 무시할 수도, 그렇다고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어려운 까닭이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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