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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북 균형개발, 말은 좋은데… 변화에 휩싸일 서울 강북의 지형도… 기대 속에서도 ‘강남식 싹쓸이개발’ 우려
“원래 서울은 한강변이 아니라, 남산을 사이에 두고 한강에서 한참 떨어진 청계천의 저지대 주위에서 자라났다. 한강이 상전벽해의 변화를 시작한 것은 1968년 ‘불도저’ 김현옥 시장이 한강개발 3개년 계획을 착수한 것이다. 이 계획은 수자원개발공사가 공유수면을 매립하고, 그 땅을 불하받은 주택공사와 건설업체들이 앞다투어 아파트를 짓는 땅장사였다. 1970년 삼성동·압구정동·대치동 등 영동 제2지구 365만평의 구획정리 사업이 추가되자 강남은 지역 전체가 공사장으로 변했다.”
10년 안에 강남·북 격차 줄어든다?
서울시 행정1부시장을 지낸 강홍빈 서울시립대 교수는 <서울에세이>에서 ‘하면 된다’ 식으로 진행된 강남 개발 열풍을 이렇게 회상한다. 당시 정부는 강남으로 사람들을 끌어오기 위해 강북으로부터 시청·대법원·검찰청 등 정부관서와 금융기관, 명문 학교들을 옮기고, 임시조치법을 만들어 강남 지역에 부동산투기 억제세, 영업세, 등록세 등을 면제해주었다. 강북은 각종 시설의 신·증축이 억제되고, 택지개발이 전면 금지되기까지 했다. 1963∼79년에 강북의 신당동·후암동 땅값은 25배 오른 반면 강남 땅값은 800~1300배로 뛰었다. 10년 동안 도심에서 거주인구 4만, 고용인구 8만명이 감소했다. 인구 비율, 각종 인프라, 문화시설, 학교 등의 격차 또한 엄청나다. 강남은 1970년 이후 서울의 개발 이익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7월1일 착공하는 청계천 복원 사업은 30년 넘게 계속된 서울의 강남 중심 개발 궤도를 전면 수정하는 작업이며, 그동안 개발과 관리에서 소외된 4대문 안 도심 전체 재정비의 시작이다. 서울의 강북 도심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중심축인 청계천의 변화는 강북 지역의 지형도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발표된 ‘뉴타운’ 개발 계획도 강북의 변화를 뒷받침한다. 서울시 도시계획과 선권수 종합계획팀장은 “70년대부터 계속된 강북 개발 억제와 강남 중심 개발로 인한 지역 격차 때문에 90년대 중반부터 서울시 안에서 강남북 균형 개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큰 틀에서 본다면 청계천 복원 사업과 주변부 개발, 뉴타운 사업 등이 강북을 되살리는 균형 개발의 틀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10년 안에 강남북의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한다. 서울시가 4월 발표한 ‘2020년 서울 도시기본계획’의 핵심도 복원되는 청계천 일부를 도심으로 편입시키고 강남북 균형발전을 위해 강북 개발에 초점을 맞춰 기존 도시를 재편한다는 것이다. 서울 도심과 강북은 거대한 변화의 실험을 앞두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강남북 균형 개발이라는 뜻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앞으로 방향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7월1일부터 시작되는 청계고가와 복개 구조물 철거, 하천 복원은 2005년 9월까지 끝나지만 본격적 사업은 사실 그때부터다. 청계천 주변과 4대문 안 도심 개발은 10~20년 동안 계속될 장기적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 도심 또는 강북이 어떤 모습을 갖추게 될지에 대해 아직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울시는 공사를 먼저 시작한다. 정확한 청사진이 될 ‘서울도심부개발기본계획’은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연구 중인데 올해 말에나 확정될 계획이다. 때문에 일부 시민단체나 환경전문가는 일단 철거가 시작되면 되돌릴 수 없는 상태에서 서울시가 용적률을 높여 고층건물을 허가해 강남식의 난개발을 하는 것 아니냐며 7월 착공에 반대하고 있다.
땅값이 오르기 시작하면…
또 한국 근대사에서 반복돼온, 과거를 지우는 싹쓸이 개발의 위험이 그나마 골목골목마다 역사의 정취가 남아 있는 강북마저 휩쓸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는 상태다. 서울시는 지난 99년 발표한 서울도심부관리기본계획에서 도심부 개발에 대한 기본 정책 방향이 과거의 대규모 재개발보다는 도심의 특성과 매력을 살리면서 변화를 줄 수 있는 소단위 적응형(수복형) 재개발로 가야 한다는 원칙을 세운 바 있다. 종로통에 임금이나 고관들의 행차가 지나가면 백성들이 피해 가는 뒷골목이었던 청진동의 피맛길을 되살리고, 북창동의 정취를 보존하는 등 더 이상 싹쓸이 개발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개발을 통해 땅값이 오르면 더 큰 이익을 내려는 욕망을 제어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서울시는 용적률이나 고도제한, 지구단위계획 등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시정개발연구원은 5월 공청회에서 도심 용적률이 현재 평균 250%에서 20년 뒤 450%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도심 곳곳에는 36층짜리 SK사옥, 30층짜리 파이낸스센터 등 용적률 1000%가 넘는 고층 건물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이에 대해 최막중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청계천은 ‘복원’이라는 구호에 갇혀 있는 곳이 아니며, 청계천 복원이 서울시가 추진하는 강남북 지역균형개발과 합쳐 큰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애초 청계천 사업은 고가를 뜯어내고 물을 흘려보내는 토목 공사 차원으로 시작됐으나 이런 작업은 숙명적으로 개발을 유도할 수밖에 없다. 주변환경이 쾌적하게 바뀌고 개발 심리가 퍼지면서 땅값이 올라가고, 결국 시장 논리에 의해 더 높은 임대료를 낼 수 있는 음식점을 비롯한 유흥·위락 시설들이 들어서거나, 토지주들의 이해에 따라 타워팰리스 같은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들어설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이런 ‘난개발’을 막는 방법은 청계천 복원 사업 이후를 생각한 강북 개발 ‘그랜드 디자인’만이 해결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일단 청계천재개발법인처럼 민간 전문가와 개발회사, 지자체(정부), 토지주들이 포함된 민관 합동기구를 만들어 그 안에서 마스터플랜을 짜고 실행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최 교수는 강조한다. 현재 청계천 주변을 비롯해 4대문 안 도심 지역이 밤에는 사무실의 인구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공동화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모여들고, 낮과 밤 모두 살아 움직이도록 복합적으로 개발돼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전문가들은 또 강북의 중요한 노동공간인 이곳의 특성을 살려 인쇄·전기전자·금은세공·의류·패션 관련 산업 등은 제작 과정을 경량화, 업데이트해 남겨두고, 이전할 업종은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 전체적인 시각에서 ‘기계 금속은 안산공단, 큰 규모의 인쇄업은 파주출판문화단지 식으로’ 옮기는 등 체계적인 계획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왕십리는 청계천 개발의 축소판”
최 교수는 특히 “왕십리는 청계천과 맞물려 있는 도심형 뉴타운 개발인데다 금형산업이 밀집된 곳이기 때문에 청계천 개발의 축소판으로도 중요하다. 이곳에 용적률을 얼마나 주느냐, 도심에서 왕십리를 잇는 왕산로를 몇차선 더 늘려야 하는가, 산업의 기능 이전과 업데이트 등이 중요한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강북이 탈바꿈하는 것이 결국 땅값의 강남화, 즉 서울 전체적으로 땅값이 상승하는 결과를 빚지 않으리라는 것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선권수 팀장은 “내년까지 임대주택 10만호를 짓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면서도 “개발 비용이 투자되고, 환경이 개선되면 땅값이나 집값이 오르는 것을 억지로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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