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2003년06월26일 제465호 

“우리의 캔버스는 도시”

시민들과 함께 ‘청계천의 힘’전 준비한 플라잉시티

날아가는 도시? ‘청계천의 힘’ 전시회 기획에 참여한 작가그룹 ‘플라잉시티’는 그 이름이 고공비행하며 도시를 굽어보는 새처럼 경쾌하다. 그러나 ‘플라잉시티’의 작업은 원거리에서 저 아래 도시를 조감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꿈틀꿈틀 배로 땅바닥을 밀며 앞으로 전진하는 지렁이처럼 성실한 답사와 진지한 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사진/ 기획회의 중인 ‘플라잉시티’ 작가들(왼쪽). 거리 취재는 작업의 밑바탕이 된다(오른쪽).(플라잉시티 제공)

2년 전 결성한 ‘플라잉시티’에 참여하고 있는 작가는 전용석(35), 김기수(35), 장종관(33), 옥정호(31), 유석규(33)씨로 모두 5명이다. 지난해 ‘도시와 대안공간전’에 이어 올봄 ‘표류에의 초대’전에서 선보인 이들의 작업은 도시계획과 시민들의 일상 사이 나 있는 공간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는 것이었다. 강변북로와 월드컵공원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마포구 망원동의 버려진 집들에 침입해 변기뚜껑·종이박스 같은 폐품들을 주워모아 놀이터에서 설치미술품을 만들거나, 인기척도 나지 않는 성북동의 으리으리한 주택가에서 7·4남북공동성명을 고래고래 외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그리고 초등학생, 중·고등학생들과 더불어 자기가 답사한 지역을 그림으로 그리는 심리지리 워크숍을 진행해 각자 마음속 지도를 그려보게도 했다. 이들의 홈페이지(www.flyingcity.org)에 들어가면 우리 도시에서 발견할 수 있는 기이하고도 낯선 장면들이 ‘오늘의 오브제’라는 이름으로 일주일에 두세번씩 업데이트된다. 사진, 회화, 설치미술, 인터넷, 글, 워크숍, 영상… 이들의 표현 수단은 한마디로 ‘멀티’다.

‘플라잉시티’가 청계천을 바라보는 전제는 개발과 이주라는 패턴이 반복된 서울 성장사가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1967년 청계천 복개 공사가 시작되면서 이곳에 살던 빈민들은 어느날 갑자기 트럭에 짐짝처럼 실려 성남으로 집단이주를 당했다.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겠지만 요즘 거론되고 있는 장지지구 역시 서울시 계획대로라면 또다시 청계천민 이주단지가 된다. 벌써 장지지구엔 ‘공구상가 이전 반대’ 등의 현수막이 쫙 붙어 있다.” 전용석씨는 청계천, 성남, 장지지구를 쭉 취재하면서 의사소통과 정책결정의 단계에서 주민들의 의견은 의도적이고도 효과적으로 무시돼왔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이번에 ‘플라잉시티’가 초점을 맞춘 대목은 이곳에 숨어 있는 역량을 강조해 청계천이야말로 도심의 중요한 생산벨트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공구상가, 택배 오토바이, 노점상은 그 역동하는 표정의 키워드들이다. ”다른 사람들은 역겹다, 낡았다, 지저분하다고 손가락질하지만 우리는 그곳에서 삶의 활기를 발견한다.”

‘청계천의 힘’전을 시민들과 함께 준비하면서 ‘플라잉시티’는 “상인들을 단지 피사체로만 인식하는 태도가 위험스러워 보였다”고 걱정한다. 도시를 답사하면 할수록 점점 더 사진은 적게, 말은 많이 하게 됐다. “한 컷의 이미지를 얻는 것은 오히려 쉽다. 우리들은 사람들을 만남으로써 그 공간에 스며들어 있는 질서를 비평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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