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2003년06월19일 제464호 

국방비 타령, 끝이 없어라!

미국제 무기 구매욕 채우려는 국방비 증액… 병력집약형 체제 개편이 전력증강의 핵심 과제

“정치인, 공무원, 장군들은 때로 어린아이들 같다. 그들은 적정한 수의 전차를 사고 이미 산 것을 잘 운영·유지하기 위해 충분한 부품을 구입하기보다는 반짝이는 새 장난감, 즉 더 많은 전차만을 갖고 싶어한다.”(영국의 학자 폭스턴)

최근 국방부는 국내총생산(GDP) 3.2% 수준의 국방예산 요구안을 발표했다. 국방부는 “군은 80년대 후반 이후 국가적 예산 배분에서 항상 일차적 감축과 억제의 표적이 돼왔다”고 말한다.

국방비 늘려서 신형 미제 무기 구매하자?


사진/ 한국군의 모의 전투훈련 모습.(한겨레)


국방부는 국방예산의 발이 묶임에 따라 전체 국방비 중 전력투자비가 차지하는 몫도 80년대 말까지는 40%에 육박했으나 90년대 후반부에는 약 30% 수준으로,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실질적으로 25%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주장한다. 그 결과 수십년 된 전차·차량·야포·미사일·헬기와 항공기 등을 전후방 곳곳에서 ‘닦고, 조이고, 기름칠’ 하면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전력증강 차질’이 국방비 증액의 핵심논리였다면, 올 들어 국방부는 ‘장병 사기·복지 증진’의 필요성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개인 사물함도 없는 내무실에서 ‘칼잠’을 자며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는 전방 부대 병사들의 근무환경을 들어 장병의 삶의 질 향상이 전투력 강화의 지름길이란 설명이다. 대부분 국민은 자주국방과 병사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주머니를 열 것이다.

하지만 국방부가 밝힌 자주국방을 위해 필요하다고 밝힌 전력증강계획에 대해 ‘미제 무기 사오는 게 자주국방이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최근 폴 울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 등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한국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고, 한국에 패트리엇 미사일과 아파치 롱보 헬기 등 특정 무기체계를 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도 국방예산안에 애초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차기유도무기(SAM-X) 무기체계 착수 예산 1300억원이 포함됐다.

보수 성향인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6월11일 “신형무기체계 확보는 전략적 우선순위에 따라야 한다”는 논평을 냈다. 이 단체는 “패트리엇 미사일과 아파치 헬기 등의 도입은 조기경보기, 정찰기 등 정보능력, 탄도·순항 미사일 등 장거기 투사능력을 갖춘 전략 수준의 무기체계 도입과 비교할 때 그 우선순위는 낮을 수밖에 없다. 만약 이들이 전략수준의 무기체계보다 우선적으로 도입된다면 정부의 국방비 증액 시도는 단순한 미제 무기체계 구매로 전락할 것이며 정부는 방위력 강화에 필요한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국방비 증액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려면, 군의 구조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 운영유지비가 전력투자비보다 두배가량 많은 현 국방예산은 병력집약형 체제인 군 구조에서 기인한다. 국방부가 심각하다고 강조하는 우리 군의 운영유지비 대 전력투자비의 격차는 병력집약형으로 된 군 구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운영유지비는 69만명이란 병력집약형 군 구조에서는 자연적으로 늘어나는 경직성 경비로, 국방비 증가율이 억제됨에 따라 전체 국방비에서 점유비율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국은 지난 25년 동안 40조원이 넘는 돈을 자주국방을 위해 투자했다. 하지만 국방부에 따르면, 남북한 전력 격차는 북한을 100으로 볼 때 남한은 70을 조금 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현재 우리는 북한보다 3배 이상의 국방비를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전력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비효율적 군 구조의 개선 없는 국방비 증액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병력이 줄면 지휘관 자리도 줄어들기 때문에 예산과 정책 결정권을 가진 국방부와 합참의 고급장교들일수록 군 구조 개편에 소극적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국방부가 6월11일 기획예산처에 낸 2004년도 국방예산안 요구안은, 군 구조 개편 제시는 소홀한 반면 국방비 증액 필요성만 강조하고 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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