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2003년05월21일 제460호 

정부, 불난 집값에 기름 붓다

저금리는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금리 인하 조처는 정부가 나서서 거품 키우는 꼴

요즘 집값이 상승하는 요인을 제대로 설명하기란 무척 어렵다. 아파트 입주물량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만큼 수요-공급의 시장 메커니즘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불가능하다. 시장논리가 작동하지 않고 투기수요가 판치고 있다는 편이 더 적절하다. 아예 “부동산 정책이고 뭐고 사람들이 다들 아파트 값이 더 뛴다고 여기면 그렇게 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기대심리가 퍼지면서 ‘실제로’ 아파트 값이 뛰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누구나 공감하는 요인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저금리다.

투기꾼에겐 ‘탈출 기회’


사진/ 현대산업개발이 동두천시에 분양하는 ‘아이파크’ 모델하우스. 관람객들이 갑자기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실질금리 마이너스’로 대표되는 저금리 시대에 시중에 떠도는 400조원의 돈이 어디로 가겠는가? 은행에 넣어둬 봤자 이자도 제대로 안 나오고 경제침체 장기화로 기업투자 수익도 낮은 판에 돈이 갈 데는 부동산 시장뿐이다. 실제로 부동산경기 활황은 저금리에서 비롯된 레버리지(지렛대) 효과가 크다. 금리비용보다 높은 수익이 기대될 때 은행 등에서 빌린 돈을 지렛대 삼아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다. 예컨대 자기 돈 2억원을 아파트 구입에 써 2천만원의 수익을 올린다면 자기자본이익률이 10%이지만 자기 돈 1억원에다 나머지 1억원은 은행에서 빌려 같은 수익을 얻으면 이익률이 20%로 증가한다. 저금리로 금융비용이 낮아지자 너나 할 것 없이 남의 돈 꿔서 집 사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금융통화위원회는 최근 투자·소비 위축으로 인한 경기하강을 막아야 한다며 콜금리를 연 4.25%에서 4.0%로 인하했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이번 금리인하로 부동산 투기가 재연될 우려가 있지만 이는 정부의 미시적인 대응으로 처리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미시적 대응으로는 주택담보대출비율(부동산시세 대비 실제 대출금액) 축소가 있을 수 있지만, 이 조처는 집값 안정이 아닌 금융권의 가계부실대출 대책으로 이미 써먹었다. 그렇다면 과연 이번 금리인하가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어떨까?

원론적으로 말하면 각종 부동산대책이 쏟아진다 해도 저금리가 버티고 있는 한 부동산 시장은 더욱 과열될 수밖에 없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원은 “투기 단속에도 불구하고 워낙 저금리라서 사람들이 부동산에 넣어뒀던 돈을 빼서 다른 데로 빠져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여전히 돈을 부동산에 넣어두고 싶어하고, 이에 따라 집값은 더 뛰게 된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금리인하는 부동산 시장으로의 새로운 자금 유입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이는 투기꾼들이 마지막으로 털고 나올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집을 팔고 시장에서 빠져나오려면 사려는 상대편 사람이 나타나야 하는데 금리인하가 이를 받쳐주는 작용을 한다는 얘기다.

저금리 효과가 집값 상승에 오래 전부터 충분히 반영됐기 때문에 추가로 금리가 떨어져도 지렛대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리가 부동산 시장에 더 이상 충격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단기간의 시점에서 보면 금리 0.25% 인하가 큰 쇼크를 주지 않을 수 있지만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장래의 추가적인 금리인하를 벌써 예상한, 예전보다 더 많은 뭉칫돈들이 부동산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홍익대 전성인 교수(경제학)는 “이번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경기부양 효과가 제대로 안 나타나면 또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 통화당국이 추가적인 금리인하를 묵시적으로 용인하고 준비하는 듯한 느낌을 시장에 던져준 것이다. 이런 당국의 신호가 부동산시장 투기를 더 촉발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전국 곳곳에 투기 바람 부는 판에…

금리인하는 경기부양과 자산가격 상승이란 두 효과를 동시에 가져온다. 그러나 자산 인플레이션은 눈깜짝할 사이에 번갯불처럼 부작용이 나타난다. 전 교수는 “통화를 확 풀면 당장 부동산 거품이 더 끼게 된다. 반면 경기부양 효과는 한참 뒤에 나타난다. 이번 금리인하는 경기를 부추기기는커녕 부동산 투기바람만 더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돈 빌려서 집을 샀던 개인들이 빌린 돈을 갚으려면 경기가 좋아야 한다. 따라서, 경기가 나쁜 요즘 부동산 값마저 크게 떨어지면 난리가 난다거나 기름이 바닥난 채 공중에 떠 있는 비행기(가계부실)를 구하려면 조금씩 기름을 넣어주고 연착륙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이번 금리인하는 언젠가는 터질 거품을 정부 스스로 계속 키우고 있는 꼴이라고 할 수 있다. 새도시 개발, 행정수도 이전, 동북아중심국가 추진 등으로 전국 곳곳에 투기 바람이 부는 판인데 금리까지 또 한 차례 내림으로써 집값 폭등의 불길을 잡기에 역부족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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