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2003년05월07일 제458호 

‘약한 연결’이 직장을 만든다

커뮤니티 세대의 구직 연결망 구실 관계 측정해 결과 예측하는 툴도 개발

그동안 연고주의에 의해 형성된 ‘신뢰 관계’는 특정 집단의 잇속을 채우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외부인의 진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배척하는 데 급급했던 게 사실이다. 기업체의 고용주들은 친족 관계에 매달려 무경력자에게 중책을 맡기기도 했다. 이들은 순응적 체질로 고용주에게 고분고분할 수밖에 없었다. 강한 연줄망은 짧은 시간에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데 유리하다. 하지만 숙련도에 따른 잠재적 취업기회를 박탈당하는 부작용도 있는 게 사실이다. 특정 연줄에 기댈 수 없는 사람들이 그들만의 폐쇄적 집단을 형성했다. 이래저래 끼리끼리 문화로 자리잡은 전통적 연결망은 사회악을 낳기 일쑤였다.


사진/ 네트워크 시대의 생존전략을 세우자! 거미줄처럼 연결된 네트워크를 보여주는 이미지.


이런 가운데 네트워크에 의한 디지털 인맥은 전혀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560만여개에 이르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구직 연줄망’ 구실을 하기도 한다. 다양한 관계 속에서 살고 있는 개인(노드)들 사이의 관계(링크)를 모은 연줄망이 (네트워크) 직업을 구하는 데까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사회학자 마크 그라노베터는 <취업>(Getting A Job)에서 ‘약한 연결’이 일자리를 얻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한다고 밝혔다. 핏줄·고향·학교·직장 등이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게 강한 연결이라면 어쩌다 만나는 동호회는 약한 연결에 속한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약한 연결을 이루는 사적 접촉을 통해 일자리를 구할 확률이 82.5%나 됐다. 나머지만이 강한 연결의 도움을 받았다.

자신의 필요에 따라 관계가 형성되는 디지털 인맥이 뜨는 까닭은 시대의 흐름과 맞물려 있다. 사실 디지털 인맥은 사돈의 팔촌만도 못하다. 언제든 관계를 끊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약한 연결에 속하는 디지털 인맥은 하나하나의 링크의 색깔이 달라 다양한 교류를 할 수 있다. 강한 연결에 묶인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배경에 속하기에 정보도 한정되기 마련이다. 고용주의 경우에도 개인의 능력에 대한 경험적 지식이 없기에 개별적 접촉을 통한 구인이 유리하다. 기존 노동자들이 추천하는 사람은 어느 정도 검증을 거쳤기에 비능력자 채용의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네티즌들은 커뮤니티 활동으로 다양한 인맥을 만들어 취업의 기회까지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기회를 잡지는 못한다. 빵빵한 ‘허브’(연결선이 많은 사람) 구실을 하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도 아니다. 네트워크의 중심에 있는 사람과 링크되어 있는 게 중요하다. 한국과학기술원 정하웅 교수(물리학)는 “전통적 인맥에서는 누구를 안다는 것의 척도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디지털 인맥은 커뮤니티의 시삽처럼 연결자로서 관계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 드러난다. 약한 연결로 두루 중심에 있는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시삽들은 관계의 중심에 있는 것을 밑거름 삼아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추세다.

그렇다면 디지털 인맥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디지털 인맥은 객관적으로 정량화하는 게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수많은 연결선을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벤처 컴퍼니 그룹 ‘크레벤’(www.creven.org) 대표 백기락씨는 6년여 동안의 커뮤니티 경험을 살려 인맥 관리를 위한 ‘HNM(Human Network Management) 툴’을 개발하고 있다. HNM 툴은 CRM(고객관계관리)을 개인 차원에서 활용하는 것으로 ‘6단계(Degrees) 이론’에 따라 인맥을 구성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측정해 결과를 예측한다. 예컨대 전자우편이나 팩스, 음성메일 등을 주고받은 횟수와 분량 등을 따져 친밀도를 수치로 확인하는 식이다. 현재 크레벤은 1대 1 관계를 측정하는 1단계 인맥관리 툴을 개발해 테스트하고 있다. 디지털 인맥도 전통적인 인맥이 그랬던 것처럼 관리하기 나름이다.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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