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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는 곡예를 멈추지 않았다 보수세력의 상징성 내세워 틈새정치 모색… 방북 성과로 입지 강화해 공천권 행사할 듯
“6월쯤이면 때가 온다. 정치판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자민련 김종필 총재(JP)는 얼마 전 몇몇 측근들과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호기롭게 얘기했다. 국회의원 재보선에 후보조차 내지 못한 자민련의 곤궁한 처지에 비춰보면 ‘때’ 운운하는 JP의 말은 술기운에 기댄 객기 정도로 치부될 법했다.
북한과 일본을 잇고 국내에서 입지 확보
지난 4월15일 JP는 청와대쪽에 방북추진 사실을 알리며 “김정일쪽에 따로 전달할 얘기가 없느냐”고 의사를 타진했다. 청남대 3당대표 골프회동 이틀 전이었다. JP는 “북핵 관련 3자회담에서 일본이 배제된 상황에서 일본의 대북 경제지원과 북-일 수교교섭이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북한으로서도 경제적 활로를 찾으려면 일본 자금이 필요하다. 이런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일본의 중진 실력자들을 만나고 오겠다”는 뜻도 전했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으로선 JP의 제안이 고마울 수밖에 없다. 국내에 JP만큼 일본 정계와 잘 통할 수 있는 인물이 어디 있겠는가. ‘원조보수’를 자처해온 JP가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준다면 국내 보수세력으로부터 트집잡힐 일도 없는 것이다. JP는 청와대쪽에 ‘대통령 특사자격’을 요청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쪽으로선 밑질 게 없는 장사였던 셈이다. 노 대통령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활동영역을 포착해내는 JP의 노회한 정치력에 다시 한번 탄복했다는 후문이다. 4월20일 청와대쪽과의 교감 아래 일본을 방문한 JP는 고이즈미 총리와 나카소네, 모리 전 총리와 잇따라 만나고 돌아온다. JP가 6월이면 ‘때’가 온다고 얘기한 것은 민주당이나 한나라당 보수세력 일부의 이탈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자민련 고위 당직자는 “JP의 1차적 관심은 민주당이나 한나라당 일부 이탈세력과 연합해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이고, 그 다음은 내년 총선에 나가 10선의원이 되어 ‘한국 신기록’을 세우는 일”이라고 귀띔했다. 방북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한 뒤 정치권 새판짜기의 틈새를 노려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 총선에서 자민련의 교두보를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자민련은 당보를 발행하지 못할 정도로 살림이 어려운 상황이다.
현란한 줄타기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하지만 자민련 내부의 상황이 복잡해 JP의 뜻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자민련도 민주당, 한나라당과 마찬가지로 대표직 경선을 뼈대로 하는 당 개혁안을 마련해놨다. 대신 명예대표 조항을 둬 JP가 2선으로 퇴진하더라도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통로는 열어뒀다. 개혁안은 당무회의를 통과해야 확정되지만 JP는 개혁안을 당무회의에 올리지 않고 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전당대회를 열고 대표를 경선하는데도 자민련만 무풍지대로 남겠다고 할 경우 JP는 2선후퇴를 요구하는 소장파 의원들의 내부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어쨌든 JP는 내년 총선에 출마하고 다시 한번 자민련의 공천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이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11석에 불과한 자민련 의석을 지렛대 삼아 정치세력 간 틈바구니를 파고들면서 필요에 따라 이쪽저쪽을 오가는 JP의 현란한 ‘줄타기 곡예정치’를 국민은 다시 한번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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