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2003년04월16일 제455호 

전쟁은 돈을 먹고 자란다

미 군산복합체의 꽃 피는 봄날…벡텔·럼즈펠드·이라크의 ‘질긴’ 관계

“돈을 따라가면 전쟁의 배후가 보인다!”

바그다드에서 포연이 채 가시기도 전부터 미국 군산복합체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원유 매장량이 세계 2위인 이라크의 전후 복구작업을 둘러싼 다국적 기업의 이전투구가 불을 뿜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배후조종’한 것으로 알려진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책위원회 위원 30명 가운데 9명이 국방과 안보 관련회사에서 자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들 업체가 지난 2년 동안 따낸 군수계약 총액만도 760억달러에 달한다.

이라크 침공을 주도한 딕 체니 부통령과 정유·설비업체 할리버튼사의 ‘특수관계’는 잘 알려져 있다. 미 정유업계에서는 할리버튼사의 자회사인 켈로그 브라운&루트사가 약 7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이라크 원유시설 재건사업에서 약 4억9천만달러의 이익을 낼 것으로 추산한다. 아버지 부시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체니 부통령이 1995년 회장으로 취임한 뒤, 할리버튼사는 미 국방부의 군수계약업체 순위가 73위에서 18위로 껑충 뛰었다.

거대 토목·건설 업체인 벡텔사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주목할 만하다. 벡텔사는 오랫동안 공화당 외교정책 담당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럼즈펠드 장관은 레이건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1980년대 중반 두번이나 바그다드를 방문한 바 있다. 벡텔사 최고 경영자에서 레이건 행정부 국무장관으로 직행한 조지 슐츠가 남긴 기록을 보면, 럼즈펠드 장관은 당시 이라크와 요르단을 연결하는 원유 파이프라인 건설 계약 추진과정에서 핵심역할을 맡았다.

럼즈펠드 장관은 1983년 12월 후세인 대통령을 직접 만나 파이프라인 건설을 제안했다. 당시 후세인 대통령은 “좋은 의견이지만 이스라엘의 폭격 위험이 있다”며 주저했고, 럼즈펠드 장관은 슐츠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는 메모를 보냈다. 그 뒤 2년여 동안 레이건 행정부 관료들과 벡텔쪽 인사들은 파이프라인 건설을 설득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유엔 조사단이 이라크 정부가 이란군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발표한 당일에도 후세인 대통령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후세인 대통령은 2년 뒤 터키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잇는 파이프라인 건설이 더 이롭다고 판단해 벡텔사와의 계약을 거부했다.

그럼에도 미 행정부는 1980년대 말까지는 대이라크 관계를 원만히 유지했다. 벡텔사는 특히 1988년 후세인 정권이 수천명의 쿠르드족을 학살한 뒤에도 바그다드 외곽에 이른바 무기 전용이 가능한 대규모 화학공장 건설 계약을 맺었다. 실제로 지난해 후세인 정권이 유엔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벡텔사는 이라크에 화학무기 기술을 공급한 회사 가운데 하나로 언급돼 있다.

이 밖에도 이라크 침공을 적극 지지한 국방정책위원들의 활약상은 눈부시다. 최근 미국의 한 비영리단체(Center for Public Integrity)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제임스 울시 전 미 중앙정보국 국장은 미국과 영국 정부로부터 지난해 6억8천만달러 상당의 군수계약을 따낸 정보통신 컨설팅업체 부즈알렌해밀턴사를 위해 뛰고 있다. 퇴역 해병대 장성 잭 쉬한은 거대 벡텔사 선임 부사장을 맡고 있고, 미 합참 부의장 출신 퇴역 해군 제독 데이비드 제레미아는 5개 군수업체의 자문에 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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