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2003년03월20일 제451호 

포연이 다가오는 길을 따라

요르단 국경지역 미군기지를 돌아보며 미군의 공격 루트를 추정해보다


사진/ 전투기의 이착륙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화살표가 선명한 임시 활주로. 요르단은 미국의 대이라크 공격의 ‘길’을 제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요르단 접경도시 루웨시쉐드 외곽의 난민촌 건설현장. 모래바람이 온통 휘몰아치는 중에도 난민촌 준비 작업은 이어지고 있다.

3월16일 요르단 암만을 떠나 이라크 접경 케라메 지역으로 가는 340km 구간 중 국경을 앞두고 100여km 정도 되는 지역에 모래바람이 불어닥쳤다. 아직 50일간의 황사철도 아닌데 대단한 흙먼지로 인해 시야가 가려질 정도였다. 전쟁 상황의 예고일까 미국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사막의 폭풍’에 맞서는 ‘자연풍’의 위력도 대단했다. 기상조건은 점점 이라크쪽에 유리한 국면으로 흘러가는 인상이다. 이런 와중에 미국의 개전 D-데이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이미 요르단은 전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활주로로 변한 도로

이라크 전쟁의 여파를 가장 피부로 느끼게 될 요르단은 비상 대기 중이다. 150km의 이라크 접경지역을 경계하는 요르단 병력의 배치와 움직임이 더 분명해지고 있다. 특히 미군 주둔지로 주목되는 지역 주변은 한층 경계가 강화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월부터는 요르단에 입국하려는 이라크인들에 대해 사실상의 봉쇄에 들어갔다. 때문에 수백대의 국경 택시로 가득하던 바그다드행 터미널에는 고작 수십대의 차량이 한산하게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국경 인근 지역에 이라크 난민을 수용하기 위한 정지작업이 한창이다. 공식적으로는 난민캠프 설치장소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직도 전쟁을 막을 시간이 있는데 전쟁 이후를 언급하는 것은 곤혹감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이라크와도 전쟁 이후를 대비한 상호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어쨌든 요르단 접경지역 주변 분위기를 통해 미국의 개전 시나리오를 정리해보자.

암만에서 이라크 접경으로 가는 많은 길 중에 40번 국도가 있다. 사막지역을 가로질러 가기 때문에 과속()하려는 차량들이 주로 이용하는 길이다. 이 길을 따라 여전히 암만과 바그다드를 잇는 차량행렬은 이어진다. 유조차량의 이동은 국경에 가까워올수록 더욱 증가했다. 유조차량 행렬 사이사이 바그다드를 오가는 이라크인들과 외국인들을 태운 국경 택시도 있다. 40번 국도에 이어 5번, 10번으로 이어달리면 이라크 접경도시 케라메에 이른다.


사진/ 3월15일 암만에서 열린 반전시위에 참석하여 미군 주둔 반대 등을 외치는 요르단의 재야와 이슬람 운동권 인사들.


40번 국도를 타고 가다 보면 암만 기점으로부터 30km 정도 떨어진 지점에 전투기 이착륙에 대비한 임시 비행장 시설이 눈에 들어온다. 지역 주민들은 훈련비행에 나선 미군 전투기들이 최근 빈번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것을 방증이라도 하듯 차로에는 이착륙을 유도하는 큰 화살표가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 이라크 접경을 오가는 도중에 요르단 병력의 이동이나 한층 강화된 듯한 군사기지들을 볼 수 있었다. 요르단 군당국도 전방 병력 배치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즈락과 쉬샨 등 동부 국경지대 공군기지 활동도 강화되고 있다. 군 전투기들을 위한 새로운 활주로와 방공호를 만드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1천만달러 이상의 경비가 투입되어 진행 중인 공사는 빨라야 5월에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1천여명의 미 특수부대 요원들은 영국·요르단·오만·쿠웨이트군과 합동 군사훈련을 했다. 훈련명은 ‘이른 승리’, 지역 안보협력이 명분이었다. 이후 미군 주둔은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당시 미군은 잠재적 전쟁으로부터 요르단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앞세우며 이런 주둔은 한시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요르단 정부가 미군 주둔을 허용한 명분은 개전 이후 이라크가 스커드 미사일을 이스라엘로 날려보내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직·간접적 피해를 막는다는 것이었다. 당시 요르단은 미군의 역할을 난민 지원 등 인도주의적 작전에 국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라크 공격의 세 가지 루트

그러나 이후에도 요르단 주둔 미군 병력은 계속 증가했다. 현재는 남부 마안 인근의 앗자파르 공군기지, 북동부 아즈라크 인근의 무와파크 살티 공군기지, 이라크 접경의 앗사파위와 루웨이쉐드 등에 미군이 주둔 중인 것으로 소식통들은 언급했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다른 지역 주둔 미군이 대개 공군이라면 육군이 중심이 된 앗사파위 기지 내에는 애초 대략 6천여명의 미군 부대가 주둔 중이었으나 최근 들어 병력과 물자가 계속 증원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미군이 요르단 동부 이라크 접경지역을 바그다드 진격의 공격 루트로 사용할 계획임을 예견케 한다.

지역 소식통들은 “요르단에 이미 미국의 신무기 패트리어트 미사일2를 비롯한 신병기들과 특수부대 병력이 배치돼 있으며, 요르단 동부지역은 이라크 공격시 진격로로 이용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미 미군 특수부대가 요르단을 거점으로 이라크 서부 사막지대에서 작전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요르단 당국은 공개적으로 미군의 이라크 공격에 가담하지 않을 것이며 공격 거점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미군의 장기주둔과 대이라크 공격을 위한 영토·영공 이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런 요르단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한번 둥지를 튼 미군은 계속 병력을 증강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2만여명의 미군과 영국군, 오스트레일리아군 등이 요르단의 이라크 접경 군기지에 둥지를 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미군 주둔 실태는 미국의 대이라크 공격 루트를 가늠케 한다. 가장 전형적 방식인 북부 터키와 쿠르드 지역을 통과하는 공격 라인, 쿠웨이트로부터 시작하여 바스라를 치고 바그다드로 진격하는 남쪽 라인, 요르단을 통해 동부 바그다드로 진격해 들어가는 서부 라인 등이 그것이다. 전략적으로 이용하기 좋은 잘 닦인 700여km의 바그다드행 도로를 미군이 외면하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그 외에도 이라크의 방공망을 무력화하기 위한 무차별적 융단공습이 벌어질 것이다. 공습의 후속편은 대규모 지상전이다. 대규모 지상전의 길을 닦는 작업이 특수부대원들의 몫이다. 북부·남부·서부 공격이 원활하게 이뤄질 때만이 바그다드를 고립된 섬처럼 장악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를 위해 요르단에 주둔 중인 미국·영국의 특수부대와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은 바그다드로 가는 대로를 따라, 헬기 등을 이용하여 이라크 진입 작전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미·영 군당국은 최초의 공습으로부터 가장 이른 시일 안에 이라크의 심장부 바그다드의 통제권을 장악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라크군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민심을 사담 후세인으로부터 조기에 이탈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전쟁이 시작된 뒤 3~4일 이내에 미군 특수 부대원과 2만~3만여명의 영국 특수부대원이 투입된다. 이들의 임무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 배치가 완료되기 전에 바그다드 군사령부를 사전에 무력화하는 것이다.

개전만 기다리는 특수부대들

암만으로 돌아오는 길에 바그다드로 이어지는 10번 국도에는 대형 트레일러들이 바그다드가 아닌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통상 바그다드를 오가는 차량들은 유조차량과 중고 자동차 등을 적재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어둠이 깔린 시각에 이동하는 트레일러 행렬은 잘 다듬어진 컨테이너를 싣고 있었다. 시야를 가리기 위한 조치인지 천막 등으로 가려진 물체 등의 이동도 눈에 띄었다. 트레일러 행렬은 가장 많은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앗사파위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라크 전쟁의 조기종결을 위한 주임무를 맡은 특수부대원들은 이미 요르단에 틀어놓은 둥지를 떠나 비상할 날을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그들은 바그다드로 진격하는 길을 따라 보금자리를 빼앗기고 난민 대열에 참여한 이라크인들을 마주칠 것이다. 이라크인들에게 미군의 존재는 해방군이 될까 점령군이 될까. 그 판단은 이라크인들에게 달려 있다.

암만=글·사진 김동문 전문위원 yahiy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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