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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벨트로 세계를 묶어라? 미국의 탐욕 여실히 드러내는 이라크 석유전쟁… 에너지 무기로 국제질서 주도권 강화 꾀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와 전쟁을 하려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미국의 공식설명은 다음과 같다.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을 없애고, 중동을 민주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9·11 이후 테러와 대량살상무기 제거 필요성을 시간이 날 때마다 강조해왔다. 최근 폴 윌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은 “이라크를 아랍 최초의 민주국가로 만들겠다”며 이라크 사람들을 해방시키겠다는 사명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미국 사람을 빼고는 누구도 이런 ‘뻔한 거짓말’을 믿지 않는다. 대개 국제관계에서 드러난 명분과 추구하는 실리가 다른 것은 오래된 상식에 속한다.
중동 민주화? 소가 웃는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와의 회견에서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부시 대통령이 미국의 무기산업과 석유자본을 즐겁게 하려는 동기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공격했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도 지난해 10월 이라크 공격의 비밀스러운 동기는 ‘검은 황금’이라고 지적했다. 만델라와 <이코노미스트> 모두 ‘석유 요인’이 이라크 공격을 이해하는 데서 중요한 요인임을 지적했다. ‘미국이 석유 때문에 이라크를 공격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이라크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확인된 석유 매장량만 1125억 배럴로 세계 2위라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또 이라크 석유의 품질은 뛰어나며 채굴비용이 적게 들어 수익성이 높다. 하지만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석유 욕심’을 넘어 미국의 세계전략 차원에서 국제질서를 주도하는 기반을 한층 강화하려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말 한국국방연구원이 펴낸 ‘미국의 대이라크 확전: 카스피해와 에너지 안보’, ‘이라크 전쟁- 분석과 전망’은 이라크 전쟁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이해를 위와 같은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보고서는 미국이 이라크 군사작전을 통해 △후세인 정권의 교체를 통한 친미정권의 수립 △카스피해 통제력 강화를 통한 미국 중심의 에너지 메커니즘 구축 △유럽과 중앙아시아, 중동, 그리고 카프카스(그루지야·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3국에 대한 군사기지 벨트 건설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세계질서의 안정자 구실에 필요한 군사·외교·경제적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게 미국의 진정한 의도기 때문에 이라크 전쟁은 복합적 목적이 깔린 장기계획 실현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먼저 미국은 유라시아와 아프리카를 양분하는 미군 주둔 군사기지의 전략적 벨트를 대테러전쟁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확대란 두 가지 계기를 통해 만들고 있다. 만약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이 이길 경우 미국이 자국의 군사기지를 배치했거나 앞으로 배치할 수 있는 전략적 벨트를 살펴보자. 유럽 지도를 보면 독일에서 체코공화국, 슬로바키아, 헝가리를 거쳐 곧 나토에 가입할 루마니아, 불가리아, 터키로 이어진다. 이 벨트는 이라크를 지나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로 이어지면서 아라비아해와 인도 양쪽으로 연결된다. 벨트는 다시 오른쪽으로 이란, 왼쪽으로는 시리아 등을 분리하면서 유라시아와 아프리카를 관통하는 거대한 미국의 군사 영향권 벨트를 완성하는 의미가 있다. 9·11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 새로 만든 미국의 군사기지를 포함하면 미국의 군사전략적 벨트는 러시아와 중국이 유라시아와 발칸으로 진출하는 길목을 차단하는 중요한 전략적 거점이 된다. 또 이라크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경우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한층 엄격한 관계설정, 이라크와 이란에 친미정권 수립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으로 통제력을 확보함으로써, 테러 지원 가능성이 높은 시리아와 리비아를 중앙아시아와 육로상으로 차단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미국이 바라는 테러에 대한 장기적인 고사작전이 가능해진다.
미국의 포괄적 이해를 반영한 전쟁
또한 보고서는 미국의 이라크 전쟁은 테러근절이나 석유확보 같은 차원을 넘어 미국이 구상하는 장기적인 세계전략의 판을 짜는 치밀한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군사행동의 실질적 이익은 국제에너지 수급체계의 주도권 확보를 꼽을 수 있다. 이라크의 유전뿐 아니라 세계 에너지 자원의 보고로 떠오른 카스피해 연안의 자원개발과 송유관 사업이 포함된 포괄적 이해가 걸려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이해는 “자고 일어나니 카스피해만큼 중요해진 사안은 전례가 없었다”는 딕 체니 미 부통령의 최근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카스피해는 러시아·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이란·아제르바이잔 등에 둘러싸인 면적 37만㎡ 염분호수다. 현재 900억~2천억 배럴의 석유와 600조㎥의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1945년 이후 발견된 가장 큰 자원 매장지의 개발과 이를 국제시장으로 운송하는 송유관 경로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미국·러시아·터키·이란·중국·파키스탄·인도가 ‘거대게임’을 벌이고 있다. 애초 거대게임은 19세기 중앙아시아를 놓고 영국과 러시아가 벌인 식민지 쟁탈전을 뜻했다. 이 지역의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이 쿠웨이트·멕시코만·북해지역 매장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각 나라의 경제적 다툼이 치열해졌고 다시 거대게임이란 용어가 등장했다. 미국이 9·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통해 이 지역에 군사적으로 개입한 뒤 이라크 공격이 성공할 경우 카스피해와 중앙아시아에 대한 자원개발을 둘러싼 경쟁구도에서 전략적 우위에 서게 될 것이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끝나고도 중앙아시아에 미군을 장기주둔시킬 기반을 만들고 있다. 중앙아시아의 미군은 카스피해 원유와 가스공급을 보장하는 데 핵심구실을 할 것이다. 현재 이 지역에서 생산된 원유와 가스를 운반할 송유관 건설문제가 쟁점이다. 미국은 기존 러시아를 통과하는 송유관에 대한 의존을 낮추고, 안정적인 공급을 보장받기 위해 이미 1999년 카스피해-아제르바이잔-그루지야-터키-지중해를 통과하는 송유관 건설에 합의했다. 미국은 또 카스피해-투르크메니스탄-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인도양이란 새로운 송유관 건설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송유관들이 성공적으로 작동할 경우 미국은 페르시아만 연안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나라들에 대한 의존을 낮출 수 있다. 특히 미국은 9·11 이후 극단적인 중동의 이슬람 세력이 석유값 상승쪽으로 정책을 몰고가면 미래의 에너지 수급이 불투명해진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지난해 미국 에너지부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중동산 석유의존도는 특단의 조처가 없으면 2000년 24%에서, 2020년에는 50%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원유 공급선 다변화가 시급한 미국은 카스피해를 통해 국가 에너지 안보의 기초를 다지려 한다.
미국의 석유 통제, 한국경제에도 위협적
미국의 세계전략이 구체적으로 한반도 안보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 우리는 석유소비량 세계 6위, 석유수입은 세계 4위, 에너지소비량은 세계 10위로 안정적 에너지 자원공급이 필수적이다. 미국은 최근 한국의 국익우선주의 정책 노선, 남북 화해 분위기, 반미정서 등을 감안할 때 기존 한-미 안보동맹관계로는 이 지역에 대한 일정한 통제력을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느끼고 있다. 미국이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면, 대부분 해외 에너지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경제를 미국이 통제하는 에너지 수급체계에 묶어두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미국은 에너지 구조가 취약한 한국을 자국의 에너지 우위체제에 편입시켜 이념동맹의 한계에서 오는 공백을 메우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미국의 이라크전 의도를 면밀히 분석하고 에너지안보와 군사안보를 동시에 고려하는 복합안보 메커니즘에 대한 정책적 고려를 해야 할 상황을 눈앞에 두고 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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