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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파병 ‘소탐대실’ 국제 반전여론 무시한 전쟁 지원 반대 목소리… 일부선 실질적 국익 내세워 전투병 파병 촉구도
국민에 외면 받으며 미국에 환심 얻는다
하지만 다수 국민은 과거 베트남전 참전으로 입은 인명피해 기억 때문에 국군의 해외 파병에 선뜻 동의하지 못한다. 여기에 시민사회단체들은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통화를 ‘더러운 거래’라며 비판하고, ‘이라크 전쟁과 한국군 파병 반대’ 성명을 연이어 내고 있다. 참여연대는 14일 ‘참여정부, 당당한 외교의 서막이 미국의 부도덕한 전쟁에 대한 지지, 동참이라니!- 국제반전여론 외면하고 미 군사주의 손들어준 한국, 무슨 명분으로 한반도 전쟁 반대 호소할 건가’란 길고 직설적인 제목의 성명을 냈다. 참여연대는 “정부는 파병을 강행하기에 앞서 이번 전쟁을 지원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가 요구될 때 이번 결정이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지, 전쟁을 반대하고 있는 중동 및 유럽국가들에 대한 외교적 대안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라크전 지원에 대한 불법성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국민 앞에서 분명히 밝혀라. 아울러 국회는 이라크전과 한국군의 참전에 단호히 반대함으로써 명분도 실리도 없는 저자세 외교에 제동을 걸어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 등은 15일 오후 5시 서울 종묘공원에서 ‘이라크 침공·한반도 전쟁위협 반대 3·15 반전평화 촛불대행진’을 벌였다. 지난달 15일 열린 대규모 반전집회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이날 집회에서는 한국 정부의 이라크 파병계획 철회 요구가 거세게 터져나왔다.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은 파병 및 전쟁지원 안건이 국회 상임위에 상정되는 날부터 국회 앞에서 항의시위를 할 계획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는 15일 노무현 대통령의 이라크전 지지 표명과 정부의 이라크 파병계획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해외파병과 같은 중차대한 일을 결정함에 있어 국민의 여론을 바로 수렴하고 정당하지 않은 전쟁에 한국과 우리 군인이 개입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여야 국회의원 35명은 13일 ‘이라크 사태에 대한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한반도 평화가 세계평화와 직결된 문제임을 인식하고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전평화운동에 지지를 보낸다”고 밝혔다. 14일 민주노총 지방의원 43명도 ‘이라크 전쟁 반대 한국군 파병 반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네티즌들도 파병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엠파스는 ‘대이라크전 한국군 파병 요청, 어떻게 해야 할까요’를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이에 대해 △명분 없는 전쟁- 파병 거부 옳아(46.7%)를 답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고 △파병 불가피- 비전투병 지원해야(26%) △한-미 관계 복원 기회- 전투병 파병 등 적극 협력(14%) △파병은 안 돼- 다른 방법 검토해야(12.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물론 반대 목소리만 있는 게 아니다. 뜨거운 반전 여론에 밀려 파병 찬성 이야기는 잘 눈에 띄지 않는다. 파병 찬성 주장은 <매일경제> 11일치에서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한국 정부가 전투병까지 파견해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을 전하는 기사 정도다. 매일경제는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앞두고 우리 정부에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 같은 요청은 한국이 미국의 ‘진짜 동맹’인지를 테스트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며 “그러나 북핵 위기를 맞이해 한국이 미국과 같은 배를 타는 것을 국익으로 판단한다면 차제에 화끈하게 미국을 밀어줘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사에서 전투병 파병을 주장한 전문가의 실명은 하나도 등장하지 않았다. 신문은 “비록 중동에서 다소간에 국익손실이 있다 하더라도 한-미 동맹을 이번 기회에 공고히 과시하고 이를 통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면 그것이 국익의 상위개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전투병 파병’과 같은 전면적 협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략적 선택 기준 마련… 국민에 물으라
한 정부출연기관 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전략적 선택의 기준을 시험하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 국가의 정책결정 기준은 단기적인 이익보다 장기적인 비전에 의해 선택되어야 한다. 미국의 신뢰와 협조를 받지 않고는 남북한 화해협력 등이 어렵다는 게 국제 정치의 현실이다. 정책 책임자가 국제문제를 판단할 때 기준은 도덕적으로 옳고 그름 차원이 아니라 실질적 국익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뜨거운 반전 여론을 의식해 대놓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라크전 지지와 파병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정부가 마땅히 미국에 참전 약속을 하기 전에 국민들의 의사를 물었어야 했다. ‘참여정부’와 ‘토론공화국’을 자처하고 나선 노무현 정부가 이번에는 부시 대통령에게 먼저 전화해 ‘국민 여론을 묻고 참전 문제를 다시 알려주겠다’고 말하기를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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