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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50년, 다시 전운이… 북·미 우발적 군사충돌 현실화 가능성… 작전계획 수립 등 일촉즉발의 위기 깊어가
한반도 주변 정세가 심상찮다. 북-미 무력충돌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라크 전쟁 다음 목표는 북한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만만찮다. 그럼에도 북한과 미국은 한치 양보도 없이 마주보고 달리고 있다. 한반도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우발적 상황에 대비해 계획을 세우거나, 김정일 정권을 위협하는 것 자체가 문제인 건 아니다. 다만 부시 행정부 내부에서 외교적 노력이 실패할 경우 무력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득세하고 있는 점이 우려된다. 미국 정부는 (북한 핵문제를 풀기 위한) 실질적·외교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결국 부시 대통령은 내키지 않더라도 또 다른 한국전쟁 발발 위험을 무릅쓰고 대북 군사행동을 명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김정일 정권 붕괴를 위해서라면…
2월28일 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무시무시한 비밀계획’이라는 글을 통해 점증하는 북-미 무력충돌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특히 그는 정부 고위관료의 말을 빌려 “외교적 노력이 끝난 것은 아니다. 외교적 노력을 시작조차 하지 않았으니…. 자칫하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는 쓸데없이 위험을 부풀리는 게 전혀 아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냉전이 끝난 뒤인 1990년대 초반부터 이른바 ‘윈-윈 전략’에 바탕해 2개 지역에서 동시에 성공적인 전쟁을 치를 준비를 해왔다. 이에 따라 2개의 전시 작전계획이 수립됐다. 대 이라크 전쟁에 대비한 ‘작전계획(OPLAN) 1003’과 대북한 전쟁에 대비한 ‘작전계획 5027’이 그것이다. 이들 계획은 애초 이라크와 북한이 각각 쿠웨이트와 남한을 상대로 기습전쟁을 벌이는 것에 대한 방어책으로 마련됐다. 그러나 1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공세적으로 바뀌었다. 이라크에서 후세인 정권을 축출하는 게 목표인 것처럼 이제는 북한에 대해서도 김정일 정권을 무너뜨리는 게 핵심으로 떠올랐다. 미국의 군사안보 전문 인터넷 사이트 <글로벌시큐리티>(www.globalsecurity.org)가 공개한 ‘작전계획 5027’ 내용을 보면, 한-미 연합군은 북한의 기습공격에 맞서 3단계 작전계획을 세워놨다. 먼저 전쟁이 터질 경우 한-미 연합군은 우선적으로 서울과 수도권 방어를 위해 전방에서 총력전을 펼치도록 계획돼 있다. 2단계에서는 보강된 미군병력이 북한지역 주요 요충지 점령에 나서면서 북한군의 공격을 막도록 돼 있다. 마지막으로 3단계에서는 반격전을 펼친다. 미 해군과 해병이 주도하는 상륙작전이 펼쳐지고, 북한 점령에 들어간다. 이런 전술변화에 따라 1990년대 초반 48만명으로 추산되던 전시 미군 파병규모는 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69만명으로 늘어났다. <글로벌시큐리티>는 최신 전시파병 규모는 병력 69만명, 전함 160척, 전·폭기 1600대 등이 개전 90일 안에 한반도에 배치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2년마다 개정되고 있는 작전계획의 1998년 판을 보면, 공세적 면에 치중한 전쟁계획이 더욱 구체적으로 언급된다. <글로벌시큐리티>는 미군 고위관계자의 말을 빌려 “우리가 작전을 모두 마치면, 북한은 어떤 형태의 군사적 행동도 더 이상 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군은 모두 죽게 될 것이다. (…) 개정된 작전계획 목표는 북한이 국가로서 정상적 기능을 못하도록 하고, 김정일 정권을 끝장내는 것”이라고 적고 있다. 이를 두고 북한이 “우리는 전쟁을 원치 않지만, 피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맞선 점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9·11 테러사건 뒤 보완작업을 시작해 2002년 2월 개정을 마친 작전계획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제거계획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른다.” <워싱턴포스트>는 3월8일 비무장지대에서 근무하는 미군 장교의 말을 빌려 ‘작전계획 5027’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먼저 북한군은 비무장지대에 있는 병사들을 상대로 독가스 공격을 시작할 것이다. 특수군 병력이 투입됨과 동시에 서울을 향해 무차별 포격을 가할 것이다. 개전 초기에만 100만명 정도가 죽을 것이다.” 그는 “북한의 승리는 일시적일 것이며, 한-미 연합군이 궁극적으로 북한 전역을 장악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그동안 발생할 상상을 뛰어넘는 인적·물적 피해는 누구의 몫인가
끔찍한 시나리오… 군사대응 수위 높여
일촉즉발의 위기감을 증폭하는 것은 북한과 미국이 마찬가지다. 북한은 3월2일에는 미국의 RC-135S 정찰기가 영공을 침해했다며 미그-25와 미그-29 전투기 각 2대를 긴급 발진시켜 추적했다. 주요 외신들은 “북한의 전투기가 약 22분간 미군 정찰기를 추적했으며, 화기지원 레이더를 조준하면서 대응 비행했다. 가장 가까이 다가왔을 때 북한 전투기와 미 정찰기 사이의 거리는 15m 밖에 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한 군사전문가는 “15m까지 근접했다면, 부딪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그는 “북한의 미그기가 미 정찰기와 충돌할 수 있었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미국은 당연히 보복에 나섰을 것이고, 상황은 누구도 예측 못하는 지경까지 이를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미국도 군사적 대응수위를 높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3월5일치 기사에서 미 국방부가 이미 지난달 3일 B-1, B-52 폭격기 24대를 괌에 배치할 계획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괌의 <채널8뉴스>는 이들 폭격기 가운데 8대가 앤더슨 공군기지에 도착했음을 비중 있게 다루면서 “현재 미 공군이 운용하는 B-1 폭격기는 72대에 달하며, B-52 폭격기는 85대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약 15%가 이라크와의 한판전쟁을 앞둔 상황임에도 북한을 겨냥해 배치된 것이다. 여기에 한국군과 미군은 3월4일부터 약 한달 일정으로 합동 야외기동훈련인 독수리연습에 들어갔다. 독수리연습에는 유사시 한반도에 배치될 미군 부대 일부도 참여하는데, 미 2사단 소속 34기갑 연대병력 400여명도 이 때문에 최근 우리 땅을 밟았다. 또 3월19일부터는 유사시 한반도 방어를 위해 전개될 미군 증원전력 이동과 한국군 지원절차 등을 훈련하는 연합전시증원(RSOI) 연습을 이와 연계해 벌일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미 8군은 2800명에 달하는 병사들의 해외이동을 금지했다. 또 지난 2월6일에는 이라크 전쟁준비에 참여하는 키티호크 항공모함을 대신해 항공기 약 75대를 탑재한 칼 빈슨 항공모함과 부속 전투선단을 한반도 인근으로 파견했다. 2월5일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북한이 핵 재처리시설 재가동 준비가 위험스러운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미군은) 필요하다면 테러정권과 대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도 같은 달 8일 중국에 북한 핵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것을 요청하면서 “(무력 사용을 포함한) 모든 선택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이준 전 국방장관이 1월16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한 핵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이 안 돼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경우 한반도에서 전쟁은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말한 것도 이런 상황 때문이다.
대북 선제공격을 누가 막으랴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한-미연합군의 작전통제를 받지 않는 미 공군 7사단이나, 한반도를 책임구역에 포함시키고 있는 미 태평양사령부가 북한을 공격하려 할 경우 지휘계통상 미국 대통령의 재가만 있으면 가능하다. 사실상 한국 대통령이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을 막을 수 있는 법·제도적 장치가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이미 1994년 핵위기 당시 우리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북폭 일보 직전까지 내달은 전력이 있다. 남북의 정상이 서로를 얼싸안은 뒤에도 전쟁의 공포는 여전하다. 우발적 사건 하나가 곧장 전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진다는 것은 남과 북 모두의 파멸을 뜻한다. 그럼에도 전쟁을 바라보는 한-미 간 인식 차는 깊다. 미국의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3월10일치 기사에서 두 병사의 입을 통해 이를 극명히 보여줬다. “오늘밤에라도 당장 싸울 준비가 돼 있다”는 미군 병사와 달리 한국군 초병은 “걱정이 많이 된다. 그저 사태가 잘 풀리기를 기도하면서, 북쪽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의 간절한 기도에도 한반도를 둘러싼 전쟁의 음습한 그림자가 시나브로 짙어지고 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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