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2003년02월27일 제448호 

정신장애인에 ‘불지른’ 언론보도

‘장애인 사실’ 어김없이 강조해 장애인에 대한 위험한 편견 심어줘

대구 지하철 방화참사 보도과정에서 언론의 ‘악습’이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다. 2월18일 사고가 난 직후 일부 언론은 앞다퉈 “전동차에 정신질환자가 방화를 했다”고 보도했다. 또 “정신과 신체가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 저지른 어처구니없는 재난”이라거나 “정신·지체 장애인의 불특정 다수를 향한 ‘아무나 죽어라’식 범죄”라고 사건을 설명했다. 언론뿐 아니다. 19일 오후 대구시가 만든 ‘상황보고’ 문건 용의자 인적사항에도 ‘정신장애 2급’이란 설명이 붙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을 보면 용의자 김씨는 ‘정신질환자’나 ‘정신지체인’이 아니다. 그는 흔한 질환인 뇌졸중(중풍)에 의한 후유 장애 때문에 한쪽 팔과 다리가 불편한 뇌병변 장애인이다. 이 때문에 사고 이튿날인 19일 보건복지부가 직접 “대구 지하철 참사와 관련한 뉴스 내용과 관련해 정신지체 장애와 뇌병변 장애는 정신질환이 아니다”고 해명에 나서기까지 했다.

박숙경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팀장은 “‘용의자가 정신질환자인가 아닌가’ 하는 점은 사실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오히려 용의자를 정신질환자로 몰며 마치 모든 정신적 장애인을 매우 위험한 집단으로 호도하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정신질환자는 아무 때나 범죄를 저지르는 위험한 사람이라는 잘못된 편견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고 직후 인터넷 등에서는 ‘장애인들을 격리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정신적 장애인의 범죄율은 일반인의 범죄율의 50% 수준에 불과하다. 실제로 2000년 발간된 범죄백서 통계를 보면 일반인의 경우 교통범죄를 제외한 범죄 발생률이 10만명당 2545명으로 2.5%인 반면, 정신병적 장애인은 전체 17만6396명 가운데 3201명으로 1.8%로 나타났다.

용의자 김씨가 장애인이라는 사실도 사건과 직접적 연관이 없다. 그럼에도 방송은 앞다퉈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뉴스 첫머리에 주요하게 보도했고, 신문도 제목과 기사 첫머리에서 이를 어김없이 언급했다.

박 팀장은 “이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대중 앞에 나서기가 두려워질 정도가 됐다고 심경을 토로해오고 있다. 사고와 직접적 연관이 없는 장애에 대한 지나친 강조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악화시키고 사회적 낙인을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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