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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6%가 “나도 당할 수 있다” 93.3%가 모방범죄 공포… 설문조사로 본 ‘초위험사회에 대한 국민 체감지수
대한민국 사람들 10명 가운데 9명은 이번 대구지하철 참사와 같은 대형사고가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자연재해보다 안전미비·범죄 등 사람에 의해 일어나는 사고를 더 무서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명 가운데 한명이 ‘대책 고민’
<한겨레21>은 ‘초위험사회에 대한 국민 체감지수’를 확인하기 위해 2월22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전국의 성인남녀 700명을 상대로 긴급 전화여론조사를 실시했다(95% 신뢰수준에서 오차한계 ±3.7%). 조사결과 대형참사를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성별·연령·직업·소득에 상관없이 고르게 나타났고(87.6%), 지역별로는 인구밀집지역인 서울(91.7%), 경기·인천(91.1%) 등 수도권 주민들과 사고발생지역인 대구·경북(91.1%) 주민들의 불안감이 다른 지역 주민들의 경우보다 높았다. 또한 대도시·중소도시 주민들의 불안감(각각 90.4%, 87.3%)이 군·읍·면 지역 주민들의 경우(78.4%)보다 높았다. 모방범죄에 대한 공포감도 컸다. 응답자의 93.3%가 대구지하철 참사처럼 불특정다수를 향한 우발적·충동적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대답했다(‘매우 그렇다’ 32.6%, ‘그런 편이다’ 60.7%). 도시 거주민들이 비도시지역 거주민들보다 불안감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고(대도시 96.2%, 중소도시 92.3%, 비도시 85.6%), 성별·연령·직업·소득별로는 큰 차이가 없었다.
또한 국민은 ‘천재’보다는 ‘인재’에 더 큰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홍수·태풍·지진·산사태 등 자연재해(63.3%)보다 가스폭발·대형화재·건축물 붕괴 등 안전시설 미비로 인한 대형사고(81.4%)와 방화·시설물 파괴·폭파 등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사람이 저지르는 사고(73.3%), 강도·살인·폭력 등 흉악범이 저지르는 범죄(76.4%)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수치는 ‘매우 느낀다’, ‘느끼는 편이다’라는 응답비율을 합한 것). 연령이 높고 학력이 낮고 비도시지역 거주민일수록 자연재해에 위협을 느낀다는 응답비율이 높았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사람에 의해 일어나는 사고에 대해서는 20대(63.7%)가 상대적으로 낮은 위험인지도를 보였다. 흉악범죄에 대해서는 남성(67.7%)보다 여성(84.8%)이 더 큰 위협을 느꼈으나, 예상과는 달리 도시지역과 비도시지역 거주민들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대중교통수단에 가장 큰 두려움
사회 전체의 안전관리시스템에 대해서는 세명 가운데 두명(67.9%)이 불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자보다는 여자가, 20대나 50대 이상보다는 30~40대가 재난이나 대형사고가 났을 경우 안전하고 신속한 구조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번 대구지하철 참사의 피해규모가 커진 원인에 대해서는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기관사·상황실 근무자 등 지하철 관계자들의 사고대처능력 부족(49.4%)을 꼽았고, 다음으로 인화성 물질로 이뤄진 지하철 차량시설(19.7%), 차량 내 자동화재진압기구나 자동경보시스템 부재(18.6%)를 꼽았다. 승객들의 대피지식 부족(9.0%)이나 화재진압·응급환자 수송 등 긴급구조체계 허술(1.4%)을 꼽은 수치는 미비했다. 국민 안전의식수준에 대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과반수가 안전의식 수준이 낮다고 응답했고(59.0%), 보통이라는 응답은 34.0%, 높다는 응답은 5.4%에 그쳤다. 안전관리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안전의식수준이 높다고 해도 대구지하철 참사처럼 특정인이 방화나 폭파 등의 범죄를 저지를 경우 피해갈 길이 없다. 절대 다수의 국민은 상대적 박탈감이나 처지 비관에 따른 우발적·충동적 범죄에 대해서는 ‘사회복지제도 확대’ 등으로 이를 예방해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었다(95.9%).
복지제도 확대 부담엔 63.4%만 동의
국민은 대구지하철 참사와 같은 일에 자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여기고 있었고, 모방범죄에 대한 불안감도 떨치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절대 다수(96%)가 관련 방송과 신문보도를 꼼꼼히 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더라도 국민 마음속에 새겨진 경악과 공포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이화주 기자/ 한겨레 여론조사팀 hol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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