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2003년02월13일 제446호 

초대 재판관, 한국도 배출하다

85개국 가운데 63개국 지지 얻은 송상현 서울대 교수… 국내 인권단체선 냉담



송상현(61) 서울대 법대 교수가 2월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국제형사재판소(ICC) 초대 재판관으로 선출됐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ICC 설립을 주도했을 뿐 아니라 초대 재판관을 배출한 나라라는 영광을 안게 됐다.

송 교수는 뉴욕에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초대 재판관에 선출된 것은 한국의 신장된 국력과 외교력의 반영이다. 국제사회에서 법과 정의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올해 안식년을 맞아 미국에 머물면서 하버드대에서, 법이 개발도상국의 사회발전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그는 일제시대 언론인이자 교육자인 고하 송진우 선생의 손자다. 서울대 법대 재학시절 고등고시 행정과와 사법과에 합격했으며,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코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1972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해왔다.

그는 전공이 민사소송법이면서도 국제중재 등 국제소송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여 법조계와 정부 부처, 재계 등 다방면에서 활약해왔다. 그는 미국의 하버드대 법대와 뉴욕대, 컬럼비아대, 하와이대 및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대 등에서 강의를 통해 한국법을 알려왔다.

송 교수는 이날 투표권이 있는 85개국 가운데 63개국의 지지를 얻었다. 그는 1차 투표에서 당선이 확정된 7명 가운데 유일한 남성이었다. 18명을 뽑는 재판관 자리에 모두 43개국에서 한명씩 후보를 냈는데, 이 가운데 여성이 10명, 남성은 33명이었다. 정식 임기는 오는 3월11일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C 건물에서 취임선서를 하는 날로부터 시작되는데, 임기는 3년, 6년, 9년 가운데 재판관들이 직접 제비뽑기를 해서 결정한다. 상근할 경우 연봉은 유엔 사무차장 수준인 20만달러(약 2억4천만원) 선이지만, 그는 상근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인권단체들은 송 교수가 재판관으로 선출된 데 대해 대체로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가 재판관으로 선출된 것은 영어를 잘하기 때문이지, 인권의식이 투철하거나 관련활동이 활발했기 때문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그를 재판관으로 추천한 정부도 ‘국제기구 자리 차지하기’ 이상의 의미로 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성 기자 firib@hani.co.kr





.




↑Back to th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