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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특집 등록 2003.01.30(목) 제445호

[특집] 대통령님 등 밀어드릴까요?

카리스마를 버린 노무현 당선자의 파격적 행보… 대중 목욕탕·볼링장 등 서민적 행보 보여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거침없는 행보가 정치권의 낡은 관행을 깨뜨리고 새로운 대통령 상을 제시하고 있다. 역사상 처음으로 당선자가 야당을 찾는 등 여야의 벽을 뛰어넘는 대화정치는 적대적 긴장관계를 누그러뜨리고 있으며, 파격적 소탈함은 대통령과 일반 국민 사이의 거리감을 좁히고 있다.

1월의 어느 토요일 오후, 노 당선자는 일찌감치 퇴근길에 올라 명륜동 자택으로 향한다. 오랜만에 맞는 한가함이 어색했는지 노 당선자는 경호원들에게 묻는다. “볼링칠 줄 아는 사람 있나요.” 노 당선자는 젊은 경호원들과 함께 비원 근처 볼링장에 들러 3게임을 즐겼다. 처음에는 주뼛거리던 경호원들도 승부에 몰두했다. 볼링장 손님들이 신기해하며 구경하러 몰려들었고, 경기가 끝난 뒤 노 당선자는 사인을 해주느라 20여분간 자리를 뜰 수 없었다.

“교통신호 조작도 삼가라”

이 볼링장은 노 당선자가 선거운동을 하느라 들른 곳으로, 당시 “당선되면 다시 찾아오겠다”고 약속했다. 그로서는 선거공약도 지키고 경호원들과 가까워질 기회를 살리기도 한 셈이다.

노 당선자가 3번이나 대중목욕탕을 찾은 일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애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경호원 2명도 알몸으로 탕 안까지 쫓아갔다는 것이 경호 관계자 새로운 설명이다. 그는 “멀찌감치서 경호했다. 다른 사람들이 눈치 못 채게 하려는 것도 있었지만, 대통령 당선자와 알몸으로 마주친다는 게 너무 불경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알몸 경호’란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 없는 일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종필 자민련 총재는 동료 의원들과 골프는 함께 하면서도 몸은 꼭 따로 씻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계보의원들과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두자는 뜻으로 이해된다. 이에 비하면 ‘노무현 방식’은 기존 권력자들의 카리스마를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파격이다.

노 당선자는 차를 탈 때 요인경호를 위한 경찰의 교통신호 조작을 삼가라는 지시도 내렸다. “조금 일찍 서둘러 출발하면 되지 시민들 불편을 끼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노 당선자가 내세운 이유다. 대신 경호원들의 등골에 식은땀이 흐른다. 빨간 불에 걸려 횡단보도 앞에 멈춰 있다 보면 일반 차량과 나란히 서 있는 경우가 많은데, 경호팀으로서는 초긴장상태에 돌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 당선자가 애초 고집을 꺾고 방탄차량으로 바꾼 이유도 경호원들의 이런 고충 때문이다.

그래도 경호원들은 싫지 않은 분위기다. 노 당선자의 예측불가능한 방문이 오히려 위험요소를 줄이고, 미리 현장에 가서 점검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격의 없이 대해주는 노 당선자의 친밀함이 이들의 사기를 높여주고 있다.

노 당선자는 경호원들에게 “대통령이 시장을 보러 나왔다든가, 아이를 데리고 산책을 했다든가 하는 장면에서 국민에게 행복감을 줄 수 있다”며 ‘탈권위경호’를 주문하고 있다.

노 당선자의 이런 서민적 행보는 비서실에서도 거듭되고 있다.

말투 흉내내는 개그도 빠르게 등장

서갑원 의전팀장은 아침에 사무실로 들어서려다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노 당선자가 서 팀장의 책상에 앉아 다른 비서실 직원들과 함께 그날의 조간신문 기사를 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어느 날 저녁에는 노 당선자가 비서실에 들러 “자, 저 먼저 나갑니다. 다들 퇴근하시죠”라고 말해 편안함을 느꼈다.

최근 노 당선자의 말투를 흉내내는 개그맨이 등장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낙연 대변인은 “이례적으로 빠르게 등장한 것”이라고 말했고, 민주당 한 당직자는 “80년대는 대통령을 흉내낸 개그맨이 방송에 나오지 못했고, 김대중 대통령 때는 임기말에 흉내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아예 취임도 하기 전에 개그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 그 자체가 발전”이라고 말했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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