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적십자사에서 봉사하고 있는 국민부인회 회원들.
“남자들은 만날 싸움만 했죠. 실제로는 여자들이 일을 다했어요.” 이덕희 이민 100주년 기념사업회 부회장은 하와이 여자 이민자의 힘을 무시하지 말라고 한다. 1905년까지 초기 이민자 2천여명 가운데 680명만이 여자였다. 그 뒤 사진신부로 들어오며 수가 부쩍 늘어났다. 많은 여자들이 남자들과 똑같이 사탕수수밭에서 일했고, 남편이 정치에 골몰할 때 집안을 이끌었다.

그렇다고 여자들이 조국의 일에 손을 놓은 것은 아니었다. 기념사업회가 찾아낸 자료에 의하면 1910년 이전에 ‘신명부인회’를 조직해 사회활동을 했고, 1909년에는 ‘부인교육회’를 만들어 여자들의 교육에 힘썼다. 1913년 결성된 대한부인회는 1919년 대한부인구제회로 이름을 바꾸고 독립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한인여성들은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 해외 독립단체에 적지 않은 액수의 성금을 보냈다. 1919년 안중근 의사의 의거에 보낸 성금 내역서가 아직 남아 있는데, 1500명이 50, 20, 25센트씩 냈다. 또한 중국 충칭 한인독립군단에 2천달러를 보냈고, 독립운동 중 부상당한 이들을 위해서는 1500달러를 보냈다. 이 많은 돈들은 힘겨운 노동과 바쁜 가사일 속에서도 여성 스스로 번 성금이다.

초기 이민여성들은 농장에서 일하거나 독신 노동자들의 세탁을 맡아 돈을 벌었다. 1941년 태평양전쟁 시작 뒤 미군의 세탁계약이 일본인을 제외한 한국인과 중국인에게 주어지면서 많은 이들이 본격적으로 세탁업에 진출했다. 이들은 집이나 아파트 건물을 사서 임대를 하며 돈을 벌기도 했다. 초기 이민자들끼리는 계를 붓는 경우가 많았다. 곗돈은 은행융자를 받을 수 없는 형편에서 유일한 금융수단이었다. 일부 여성들은 곗돈으로 부동산을 장만하고 임대료를 거두기도 했다. 초기 이민여성들의 경제활동만 봐도 얼마나 억척스러웠는지 알 수 있다.

유현산 기자 jongs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