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2002년12월20일 제439호 

한국호에 신바람이 나려나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2003년 경제 전망… 성장 이어가도 부동산·주가 등 변수 많아


사진/ 경기부양 조처의 부작용이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아져 가계에 부담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용호 기자)


경제 예측은 자주 빗나간다. 아니, 거의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빗나간다. 그래서 예측이란 틀리라고 있는 것이라는 말조차 있다. 예측이 어긋나는 것은 어느 뛰어난 전문가도 모든 변수를 다 고려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예측들이 경제주체들의 행동에 영향을 주고, 그것이 결과를 바꿔놓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경제 예측 자료를 읽을 때는 단순히 ‘결론’만을 봐서는 안 된다. 결론을 도출한 과정도 함께 살펴야 한다. 그래야 상황이 변화함에 따라 결론을 합리적으로 수정할 수 있다. 대통령 선거와 함께 한해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전문가들의 내년 경제 예측을 종합해본다.

성장·물가
성장 둔화되고 물가 오른다

내년 경제를 예측하기에는 너무 불확실한 변수들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푸념한다. 미국경제의 움직임이 안개 속에 싸여 있고,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도 우리 경제에 끼칠 영향을 정확히 계산해내기 어려운 변수다. 그러나 내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올해만 못할 것이라는 데는 전문가들 대부분의 의견이 일치한다. 완만한 성장은 이어지되 성장세는 둔화된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우리 경제가 5%대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올해 성장률은 6.2%(한국은행)가량으로 추산된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성장률을 잠재성장률 수준인 5.3%가량으로, 산업연구원은 5.6%가량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이 가장 낙관적이라는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은행의 성장률 예상치는 5.7%다. 경기는 상반기보다는 하반기가 나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은행은 내년 상반기에는 성장률이 5.5%, 하반기에는 5.9%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전망의 밑바탕에는 2001년 중반 이후 지속된 경기부양 조처의 부작용이 주택가격 급등,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현실화되면서 올해 같은 내수 부양 위주의 성장세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외부적으로는 내년 세계경제가 2%대의 성장세를 보이고, 미국이 이라크와 전쟁을 벌이더라도 단기전에 끝날 것이라는 낙관론에 바탕을 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만약 세계 경제 환경이 급속히 악화될 경우 2001년의 경기침체와 유사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경제성장률이 5%대라고 해도 체감경기는 이보다 못할 가능성이 있다. 올해는 수입가격에 비해 수출가격이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져 무역손실이 엄청났다. 지난 3분기는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5.8%였음에도 국민총소득 증가율은 3.8%에 그쳤다. 내년에도 수출단가가 크게 높아지지 않는 한 국민들은 경제 성장을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올해(한국은행 예상치 2.7%)보다 높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삼성경제연구소는 3% 중반, 한국은행은 3.4%, 한국개발연구원은 3.6% 상승을 점쳤다.

부동산
상승 점치지만 급랭 가능성도


사진/ 저금리 상황에서 가계대출을 통한 부동산 매입 수요는 지속될 것인가. 내년 부동산 시장은 급랭 뒤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각종 부동산 대책과 저금리 상황에서 가계대출의 급증으로 올해 부동산 가격은 급등했다. 내년에도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지만, 일부에서는 급락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지난 12월10일 텐커뮤니티가 공인중개사 405명을 대상으로 내년 주택가격 전망을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39.8%가 상승을 예상했다. 45.2%는 보합세, 15.0%가 하락을 예상했다.

물가가 상승하는 만큼 부동산 가격도 오른다는 대답이 많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얘기다. 관심거리는 상승폭이다. 대한주택공사 주택도시연구원은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5.8%고, 회사채 수익률이 연 8%,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일 경우 매맷값은 전국 평균 2.75%, 전셋값은 3.12%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의 경우 주택 매맷값이 3.04% 오르고, 전세는 3.83%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집값이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은 외환위기 이후 누적된 아파트 공급 부족이 내년에 곧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또 단기부동자금이 많고, 저금리 상황에서 가계대출을 통한 부동산 매입 수요도 크게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내년에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다가 급랭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4분기 이후 강북 개발이나 신도시 개발을 중심으로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이 하나둘씩 가시화되고 있어 실수요자들이 서둘러 주택을 마련할 필요성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오히려 “물가상승에 따른 시중금리 상승 압력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는 주택 신규수요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가계대출 연체 심화와 그에 따른 담보주택 처분이 확산되면서 주택시장에 초과공급을 만성화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급랭 뒤 장기적인 침체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리상승 가능성은 경제연구소들이 내년 물가상승률을 올해보다 높게 잡는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초 공공요금이 대폭 인상될 가능성이 있고, 명목임금 상승률이 올해 1분기 8.4%, 2분기 11.0%에 이르러 물가를 압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식
새 정부 출범 초반엔 오른다던데…


사진/ 주식시장은 정치 주가 상승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인가. 국내 주가는 해외변수의 영향력이 높아 낙관하기 힘들다. (한겨레 강창광 기자)


정치 주기로 보면 내년에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미국은 새 정부 출범 3년차에 주가상승률이 가장 높았는데, 내년이 바로 그해다. 우리나라는 새 정부 출범 초기 1∼2년 동안 주가가 많이 오르고, 집권 후반부에 들어서면 주가가 떨어지는 패턴을 보였다. 지난 1988년 노태우 정부 출범 1년차에 주가는 39.6% 올랐고, 1993년 김영삼 정부 1년차에는 40.3%나 올랐다. 김대중 정부 들어서는 1년차에는 외환위기 여파로 3.3% 떨어졌으나 2년차에 이를 만회하려는 듯 73.2%나 올랐다. 물론 김대중 정부 출범 초인 1998년에도 1월에는 50%나 주가가 폭등했다.

그러나 이런 정치 주기는 다른 경제변수들이 작용한 ‘우연’일 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주가는 역시 펀더멘털대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LG투자증권은 “과거 대통령 선거 때와 비교해 현재의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선거 뒤 주가 상승을 낙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외국인 보유비중이 36%에 이르는 만큼 해외변수의 영향력이 매우 커졌다는 얘기다. LG증권은 “현재 미국 증시를 포함한 주변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대선 직후 주가가 올랐다는 과거 경험에 의존해 주식을 매입하는 투자전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교보증권의 연구 결과 과거 한국 증시의 주가가 정치주기와 밀접한 연관을 보인 것은 반도체 경기 사이클과 한국 정치 사이클이 우연히 일치했기 때문이었다. 정권 출범 초 반도체 경기가 좋았고, 정권 후반기에 반도체 경기가 나빴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경기에 대해서는 낙관론이 우세한 편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12일 ‘주요 업종의 실적과 2003년 전망’ 자료에서 “반도체 D램 시장의 수급이 안정되고 플래시메모리 시장이 성장하면서 내년에 생산과 수출이 각 20.5%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올해보다 낮게 나오는 것은 과거처럼 반도체 경기가 전체 경기를 이끌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바탕에 깔려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만 증시 분석가들이 현재의 기업수익 수준에서 보더라도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는 점은 참고할 일이다.

취업
청년실업 해법이 안 보인다


사진/ 20대 대졸자의 취업난은 지속될 것인가. 대부분의 업종에서 내년에 채용인원을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류우종 기자)


내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은 반대로 실업률은 높아질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내년 실업률을 3.2%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3.1%로 전망했다. 실업률이 3%대라면 그렇게 높은 것은 아니다. 경제활동인구가 2500만명가량이므로 실업률이 1%포인트 올라가도 실업자는 25만명 늘어나는 정도다.

그러나 최근 몇년째 취업난에 시달려온 20대 대졸자들이 문제다. 20대 실업률은 현재 6%대에 이른다. 사회 전체의 실업률이 높아진다면 내년 20대의 취업난은 올해보다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청년들은 고용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다른 세대보다 실업의 고통이 더 크다. 인터넷 채용정보업체인 잡링크의 조사 결과를 보면 구직회원 2534명 중 71%가 “내년 상반기에는 취업난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대답했다. 취업 성공까지 걸릴 기간에 대해서는 “7∼12개월”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36%로 가장 많았다.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도 내년 청년들의 취업난이 더 심해질 것임을 보여준다. 채용정보회사인 리쿠르트가 12월 초 매출액 기준 200대 기업 중 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내년도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채용계획을 세운 64개 업체의 예상채용인원은 1만1553명이었다. 올해 1만1952명보다 3.3% 줄어든 것이다. 취업계획을 아직 확정하지 않은 업체들도 내년 신규인력 채용에 더 소극적일 것으로 보여 실제 채용인력 감소율은 이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종별로는 유통업과 식음료업계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이 올해보다 채용인원을 줄일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는 올해 3736명에서 내년에 3830명으로 채용인원을 늘릴 것이라고 대답했다. 유통업계는 신규점포 확장 등으로 그동안 채용인원을 해마다 크게 늘려왔다. 그러나 내년에는 내수 소비가 위축될 것으로 보고 채용인원을 크게 늘리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비교적 경기가 좋은 전기·전자업계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신규인력을 채용할 예정이다. 정보통신업계는 올해보다 10%가량 채용인원을 줄일 것이라고 대답했다. 금융업계와 건설업계도 채용규모를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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