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2002년12월20일 제439호 

한랭전선 ‘세력확장’

낙관론·비관론 팽팽히 맞선 세계경제…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지구적 불황 예측도


사진/ 세계경제의 성장엔진 구실을 하는 미국경제는 장기침체 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미국 주식시장의 취약성은 쉽게 극복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GAMMA)


2000년 하반기 미국경제가 장기호황을 마감하면서 세계경제는 올해로 2년째 침체에 빠져 있다. 그래서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6%대에 이르는 것을 놓고 ‘한국경제가 선전했다’고 국내외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나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해외경제의 회복 없이 홀로 계속 잘나가기를 기대하기는 무리다. UBS워버그증권은 최근 “소비자 신용에 대한 정부의 제재와 함께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줄이기 시작하면서 한국의 소비주도 성장세도 일단락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이제 성장의 동력을 기업투자에서 찾아야 하는데, 기업들은 해외경제의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에 매우 신중하다. 세계경제는 과연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뒷받침해줄 것인가

지구의 기상도 뒤엎을 불안 요인들

경제연구소나 한국은행은 내년 세계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제 아래 우리 경제를 예측했다. 그러나 세계경제에 대한 해외의 시각은 여전히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모건 스탠리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가 2002년 1월에 제기한 ‘미국경제의 더블딥(이중침체)’ 주장은 대표적인 비관론이다. 로치의 주장은 올해 상반기에는 그다지 힘을 얻지 못했지만, 하반기 각종 경제지표가 나빠지면서 힘을 얻고 주가를 급락시켰다. 4분기 들어 이중침체에 대한 우려가 다시 가라앉으면서 미국의 주가도 다시 회복됐다. 그러나 경제지표들은 여전히 방향을 확신하기 어렵게 한다.

미국경제에 대해 ‘우울한’ 전망을 고수해온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여전히 ‘비관론’에 가까운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이코노미트가> 최근 펴낸 <2003년의 세계>(The world in 2003)에서 자니 민턴 베도스 워싱턴 특파원은 “2003년 내내 미국은 우울한 뉴스들로 점령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장 먼저 미국의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하면서, 다우존스지수가 1997년 수준인 7천∼8천대에 머무를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우울한 예상 뉴스는 그것만이 아니다.

“내년 초 브라질이 총체적인 채무 위기를 보일 가능성이 크고, 월스트리트의 은행들도 타격을 입을 것이다. 투자자들이 안전한 정부채권으로 돈을 쏟아붓고, 이로 인해 정부채권 수익률이 전례 없는 수준까지 하락할 것이다. 실질 인플레이션율(물가상승률)은 0까지 떨어질 것이다. 가격하락이 상품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디플레이션의 고통에 훨씬 몸살을 앓을 것이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최악의 묵시록을 쓰지는 않았다. 경기가 둔화되는 가운데도 미국 소비자들의 가처분소득이 증가해왔기 때문에 소비붕괴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또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계속 낮출 것이기 때문에 주택시장 수요가 줄더라도 주택가격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경상수지 적자폭이 국내총생산(GDP)의 5%에 육박하겠지만, 일본이나 유럽보다는 미국경제가 낫기 때문에 달러화 가치도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봤다. 내년에 최악의 상황이 닥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12월11일 ‘2003년 세계전망 보고서’를 발표한 세계은행도 세계경제의 성장 전망치를 애초 예상치보다 크게 낮췄다. 그러나 올해보다는 성장률이 높을 것이라는 점에서 비관론은 아니다. 세계은행은 ‘정체’라는 표현을 썼다. 세계은행의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 예상치는 2.5%다. 이는 세계은행이 애초 예상했던 3.6%보다 크게 낮춘 것이다. 세계경제 성장률은 2001년 1.1%였으며, 올해는 1.7%로 예상했다.

미국 성장률·달러가치 등 변수로 작용


사진/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은 세계경제를 먹구름에 휩싸이게 할 것인가. 이라크 어린이들이 후세인의 사진을 들고 있다. (GAMMA)


2.5%라는 성장률에 대해 우리나라 경제연구소들은 ‘완만한 회복’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 그러나 세계은행은 한마디 경고를 잊지 않았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경제에 그늘을 지우고 있다. 세계가 불황에 빠져들 위험성도 있다.” 세계은행은 단기적으로 세계경제의 회복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소비자의 신뢰감 상실, 취약한 주식시장과 불량채권, 미국의 기업회계 스캔들의 영향, 일본 금융시스템에 대한 투자자들의 계속되는 염려, 유럽에서 통신 및 다른 기술분야의 과잉투자, 라틴아메리카의 채무문제 등을 꼽았다.

세계은행은 세계경제의 성장엔진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내년 성장률이 2.6%로 올해 2.3%보다는 조금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체로 성장률이 2.5% 이하일 때를 침체로 보는 만큼 미국은 여전히 침체수준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본은 제로 성장에서 0.8% 성장으로, 유로지역은 0.8%에서 1.8% 성장으로 회복세가 더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전체로도 2.1%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세계은행은 내다봤다.

그러나 세계경제의 이런 정체에도 동아시아 경제는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보고서는 예상했다. 동아시아의 성장률은 6.1%로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리라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수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중국이 내년에도 7.5%의 성장률을 나타낼 것이라고 본 것은 우리 경제에는 긍정적이다. 반면, 라틴아메리카는 아르헨티나의 외채위기와 브라질·베네수엘라의 경제불안 등으로 올해 20년 만의 최악인 1.1%의 성장에 그치고, 내년에도 애초 예상했던 3.8%에 크게 못 미치는 1.8%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낙관적인 전망도 있기는 하다.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딘위터는 지난 12월9일치 보고서에서 내년에 세계경제가 3%가량 성장하고, 2004년에는 3.9% 성장하면서 정상궤도에 진입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미국증시는 내년까지 2∼3% 성장에 그치겠지만,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과 소비, 재고물량 감축분 생산요인들이 성장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경기회복을 비로소 실감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건스탠리는 한국경제에 대해서는 국내 경제연구소들과 상반되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민간소비 증가율이 3.4%에 그치면서 경제성장률도 4.3%에 머문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성장은 무역적자 폭을 계속 늘릴 것이므로 미국의 달러가치는 소폭 하락할 것이다. 그러나 달러가치의 소폭 하락으로는 미국 무역적자 폭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달러가치가 급락할 가능성과 그로 인한 세계경제 혼란 요인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변수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인가

세계경제에 대한 전망이 수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경제연구소들이 우리 경제를 예측할 때 사용한 세계경제 전망치를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 SERI 전망 2003 >은 내년 세계경제의 성장률을 2.5%로 보고 있다. 이는 세계은행과 별 차이가 없는 수치다. 그러나 미국경제의 성장률을 2.8%, 유로지역 성장률을 2.5%로 본 것은 세계은행의 최근 전망치보다는 조금 높은 것이다. 미국과 유럽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을 감안하면 삼성경제연구소의 내년 한국경제 전망도 비교적 해외변수를 유리하게 가정했다고 볼 수 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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