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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특집 등록 2002.11.06(수) 제433호

[특집] ‘평화대통령’ 골라뽑는 재미!

대북정책에서 노무현·권영길 햇볕정책 계승… 이회창·정몽준 집권하면 변화 불가피

누가 다음 대통령으로 당선되든 가장 골치 아픈 과제는 대북정책이다. 북한을 상대하기는 여간 까다롭지 않다. 이는 물론 새삼스러운 지적이 아니다. 다들 지금은 일단 대통령에 붙고 보자는 심사겠지만, 막상 청와대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높은 벽을 절감하는 게 대북정책이다.

YS와 DJ를 반면교사 삼아

YS와 DJ 정권의 대북정책은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어쩌면 새 대통령은 행운아일지 모른다. 전임자들이 무수한 시행착오를 먼저 겪었기 때문에 웬만한 함정은 피해나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YS와 DJ 정권 대북정책에 대해 최대 잘못을 지적하라면 전문가들은 거의 한목소리를 낸다. YS는 지나치게 여론에 민감한 대북정책을 편 탓에 일관성이 크게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흡수통일이나 체제붕괴를 공공연히 주장하며 북한을 자극하고, 미국·일본의 식량지원을 막기도 했다. 그 이면에서는 비밀협상을 벌여 대규모 쌀을 보내는 등 공식라인을 배제한 소수 측근 중심의 대북정책을 폄으로써 실패를 자초했다. 반면 DJ는 일관성은 유지했으나, 좀더 폭넓은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게 큰 실책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언론이나 야당으로부터 초당파적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 게 큰 화근이 됐다. 조기붕괴를 전제로 한 흡수통일정책 포기를 선언하고, 정경분리 경협정책을 통한 개혁·개방 유도,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화해·교류 협력정책을 뚝심 있게 밀어붙여 적어도 한반도에 만연한 전쟁의 공포를 몰아낸 것은 평가받을 만하다. 하지만 북한이 몰래 핵개발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햇볕정책의 한계가 드러났다.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김 대통령이 (남북관계의) 물꼬를 튼 것은 치하하지만, 국민적 합의와 투명성에 기반하지 않았기에 뒷거래 의혹까지 불거져나온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야당과 국민의 목소리를 더 겸허하게 들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노무현 민주당 후보도 이를 인정한다. 다만 그 이유를 소수정권이라는 정치적 한계와 지역분열 때문으로 들리고 있다.

국민의 지지 확보가 관건

그렇다면 다음 대통령의 대북정책 방향과 실천은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하는지 분명해진다.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확보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셈이다. 미국 등 주변국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외교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역시 자국민의 든든한 뒷받침이야말로 대북정책 성패의 최대관건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곧 대북 협상력뿐 아니라 대외 협상력의 동력이기도 하다. 일관성과 관련해 대통령의 ‘말’은 특히 중요하다. 입이 너무 무거워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너무 가벼워도 문제다. 균형감각과 신중함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개인 감정이 개입된 발언을 불쑥불쑥 내뱉거나, 얄팍한 정략적 계산에 따른 견해표명은 무엇보다 나라 안팎의 신뢰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이런 점에서 북한 핵문제가 불거진 이후 갑자기 태도를 바꿔 금강산 관광사업이나 각종 교류협력 사업의 중단을 주장하고 나온 정 의원의 처신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또 대북정책은 대선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지역갈등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지역주의는 겉으로는 영호남의 대결 의식이지만 이면에는 진보와 보수가 똬리를 틀고 앉아 ‘남남갈등’을 부채질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이는 대북인식과 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지난 수년간 DJ정권의 발목을 잡은 퍼주기 논쟁이나 최근 불거진 현대의 4천억원 대북 비밀지원설, 핵개발 문제 등을 둘러싼 논란도 따지고 보면 이면에는 복잡한 정치적 계산과 더불어 이념과 지역문제도 도사리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누가 지역갈등을 해소하는 데 가장 적임자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이념적 정체성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대북정책과 관련해 가장 강경, 보수성향을 보이는 이는 이회창 후보다. 이를 바로 뒤쫓는 후보가 정몽준, 그리고 노 후보가 비교적 중도성향을, 권 후보가 가장 진보적 성향을 보여준다. 이런 성향은 자신들의 대북정책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특히 최근 불거진 핵 문제를 푸는 각 후보의 해법은 이들이 추구하는 대북정책 정책의 본질과 차이점을 함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는 곧 화해와 교류협력을 강조하는 DJ정권 햇볕정책의 운명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정권을 누가 잡든 햇볕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노 후보나 권 후보가 집권하면 변화의 폭은 크지 않을 것 같다. 이들은 햇볕정책을 보완해 계승, 발전시킬 것이라고 공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문제를 푸는 해법도 그래서 비교적 온건한 편이다. 노 후보는 이번 북한 핵사태로 인해 그간 이룩한 성과를 순식간에 날려버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권 후보도 이와 비슷한 입장이다. 하지만 이 후보가 대권을 잡으면 사정은 크게 달라진다. 대북정책 접근틀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교류협력과 안보병행 접근을 주장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선 군사적 긴장완화, 후 교류협력이다. 이럴 경우에만 진정한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이른바 ‘평화정책’을 내세운다. 따라서 핵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지금과 같이 아무 일 없은 것처럼 남북간 펼쳐지는 다양한 교류협력사업은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의선 연결이나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사업, 대북지원 등도 재검토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 후보는 ‘핵문제가 끝까지 해결 안 될 경우’는 금강산 관광을 비롯해 경수로·경협 중단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핵문제와 관련해서는 이 후보나 정 후보가 비슷한 해법을 내놓은 셈이다. 최소한의 인도적 지원 빼고는 대북정책 전부을 재검토한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북한이 핵을 고수할 경우를 전제로 한 강경 대응책이기는 하나 다분히 보수층 표를 의식한 언행으로 비춰지기에 충분해 보인다. 더구나 부친인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숙원사업이었던 금강산관광사업까지 핵 문제와 연계해 중단해야한다고 주장한 것은 웬지 신중치 못한 언행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눈치보기에 급급해서야

미국도 핵개발의 원인 제공자라고 꼬집는 권 후보를 빼고는 다들 미국쪽 입장을 쫓아가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이는 대량살상무기인 핵이 어떤 이유로든 정당성을 갖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북한이 왜 이 시점에서 핵개발을 시인한 것인지, 진짜 핵이 있긴 한 것인지, 있다면 과연 무엇을 노린 것인지 등에 근본적인 성찰은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다들 북한쪽 잘못만 질타했지 미국의 대북강경책에는 고칠 점이 없는지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추구하는 북한정권도 나무라야겠지만, 미국이 한민족의 생존과 이익을 충분히 감안한 대한반도정책을 수립하고, 펼 수 있도록 조언하고 촉구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대통령을 꿈꾸는 후보라면 뭔가 줏대가 있으면서도, 국제정세의 흐름과도 조화를 맞추는 종합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했다.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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