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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사라지다, 딱 한번 팔고… 돈만 떼먹히거나 반품·환불 기대하기 힘든 ‘불법 유사 홈쇼핑’ 조심하세요
TV홈쇼핑 숫자 아무도 모름!
국내 TV홈쇼핑 업체는 몇개나 될까 한마디로 말하면 “모른다”가 정답이다. 수를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난립하는 유사 홈쇼핑 업체 때문이다. TV홈쇼핑 업체는 방송위원회의 승인 여부에 따라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방송위로부터 승인을 받은 5개 전문 홈쇼핑 사업자(LG홈쇼핑·CJ39쇼핑·현대홈쇼핑·우리홈쇼핑·농수산TV)가 있는 반면, 이들 외에 나머지 홈쇼핑은 모두 승인을 받지 않은 업체다. 물론 방송위의 승인이 없었다고 해서 곧바로 ‘불법 홈쇼핑 업체’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방송위의 승인은 일정한 케이블 채널을 고정적으로 확보해 상품판매 방송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다. 승인받지 않은 홈쇼핑 업체라도 종합유선방송 등의 일정 시간대를 임대해 광고방송을 내보낼 수 있다. 다만 어떤 홈쇼핑이든 광고방송을 내보내려면 사전에 방송위의 광고심의를 거쳐야 한다. 유사 홈쇼핑 업체는 다시 두 부류로 나뉜다. 인포모셜(Information+Commercial) 사업자와 말 그대로 유사 홈쇼핑 사업자가 그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후자는 불법이다. 둘의 공통점은 전문 홈쇼핑 채널을 갖지 못한 채 케이블 방송에서 중간중간 광고시간을 임대해 상품광고를 내보내는 것이다. 반면 둘의 차이점은 사전 광고심의를 받느냐 아니냐에 있다. 인포모셜 사업자는 사전 광고심의를 받은 뒤 바둑·영화·여성 케이블 텔레비전 등 정식 케이블 채널(종합유선방송)을 통해 광고를 방송한다. 인포모셜 사업자는 27개로 추산되는데, 5개 전문 홈쇼핑 채널에 견주면 유사 홈쇼핑에 속하지만 그렇다고 불법은 아니다. 이와 달리 누가 어디서 하는지도 모르게 난립하는 진짜 유사 홈쇼핑 사업자는 전국적으로 줄잡아 2500개에 이른다. 이런 유사 홈쇼핑 사업자는 두 가지 점에서 불법이다. 하나는 사전 광고심의를 받지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광고방송 송출이 금지된 지역 중계유선방송(전국 800여개)을 통해 광고를 내보내는 것이다. 정식 케이블 텔레비전 채널은 방송광고를 할 수 있지만, 지역 중계유선방송은 방송광고 송출이 금지돼 있다. 그렇다면 지역 중계유선은 무엇인가 간단히 말해 공중파 방송에 이미 방영됐던 드라마 등을 녹화해 낮에 다시 틀어주거나 공중파 텔레비전의 방송을 케이블에서 동시 전송하는 것이 지역 중계유선방송이다. 지난 14일 새벽 2시30분, 경기도 일산 마두동의 한 아파트 단지. 내일방송이란 유선방송 채널에서 영화가 방영되다 갑자기 10분간 홈쇼핑 방송이 나온다. 다비컴이란 홈쇼핑 업체의 광고방송이다. 다이아나 쑥 원적외선 자요기를 12만8천원에 판다는 것인데, 치질·직장암 효과 등 선전문구와 함께 의사가 등장해 항문질환을 설명한다. 약쑥 26개가 사은품으로 내걸렸다. 하지만 좌요기 제조회사의 이름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물론 내일방송은 홈쇼핑 광고를 할 수 없는 중계유선방송으로, 불법 광고다.
2~3명이 운영하는 구멍가게
그렇다면 유사 홈쇼핑 사업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불법 광고방송을 하는 것일까. 유사 홈쇼핑은 기껏해야 2∼3명 정도가 하는 구멍가게 수준의 사업이다. 유사 홈쇼핑 내부는 철저하게 분업화되어 있다. 우선 팔아먹을 물건을 공급하는 자가 있고, 그 물건에 대한 광고방송을 테이프로 제작·공급하는 자가 따로 있다. 이와 달리 “광고 테이프를 갖고 오면 케이블 방송에 틀어주기로 어느 어느 지역 중계유선방송과 이미 약속돼 있다”면서 물건 공급자와 광고 테이프 제작자에게 접근하는 유사 홈쇼핑 업자도 있다. 건강보조식품 등 물건을 만드는 쪽에서 해당 물건을 갖고 유사 홈쇼핑 업자를 직접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유사 홈쇼핑 업자가 그 물건에 대한 광고를 직접 제작한 뒤 광고 테이프에 자기 상호를 넣어 방송에 튼다. 홈쇼핑 업자는 그 테이프를 전국 수백개 지역 중계유선방송에 한꺼번에 뿌리는데, 방송광고비만 있으면 어느 지역 유선채널에든 광고를 내보낸다. 방송을 본 고객이 물건을 주문할 때 이용하는 콜센터와 택배회사는 아웃소싱으로 운영한다. 유사 홈쇼핑 광고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공정거래위원회쪽은 “유사 홈쇼핑 업자 가운데 연간 1억대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사람도 있다. 한탕식으로 케이블 방송에 방송광고를 내보내다가 걸리면 바로 달아나버리는 일도 잦다”고 말했다. 유사 홈쇼핑은 반품·환불이 거의 안 되는데, 며칠간 잠깐 팔고 나서 한순간에 잠적해버리는 치고 빠지기식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방송위의 제재는 불법 방송을 내보낸 지역 중계유선방송에 과태료를 물리는 것에 그치고 만다. 결국 소비자만 피해를 입는다. 한편, 일부 인포모셜 사업자 역시 사전 광고심의를 받긴 하지만, 교묘하게 불법을 저지른다. 처음에는 정직한 광고방송 테이프를 만들어 일단 심의를 통과하지만, 실제 방송에는 허위·과장이 들어간 테이프로 바꿔치기한다. 광고에 허위·과장이 빠지면 제품 주문이 확 떨어져 장사가 안 되기 때문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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