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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섹션 : 특집 | 등록 2002.10.17(목) 제430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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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당신들은 ‘자해’를 하고 있다 강준만 교수의 후보단일화 불가론 후단협 논리는 97년 대선경험에 함몰된 정태적 발상… 시대적 대세가 노무현을 원해
민주당 대선후보 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의 활동에 반대하면서 노무현 후보를 옹호하는 글을 쓰고자 하는 내 신세가 서글프다. 너무도 당연한 상식이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기 때문이다.
알지 상식이 아니란 걸!
그러나 나는 여기서 후단협 지지자들을 도덕 또는 상식의 차원에서 비판할 생각은 없다. 그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들의 주장에 수긍하는 사람들 역시 자신들의 생각이 도덕 또는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는 걸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후단협의 논리는 한마디로 이야기해서 ‘승리 지상주의’인데, 나는 그들의 그러한 정치공학적 발상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후단협의 논리는 정태적이며 97년 대선 경험에 함몰돼 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초의 수평적·평화적 정권교체’와 ‘한나라당 집권 저지’는 결코 같은 무게의 명분이 아니다. DJP 연합이라는 정치공학이 먹힐 수 있었던 당시 상황과 지금 상황은 크게 다르거니와 후단협이 꿈꾸는 정치공학은 DJP 연합과는 차원을 달리해 본말의 전도까지 낳을 수준의 것이다. 유권자들이 그 차이를 눈감아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어리석다. 둘째, ‘후보단일화’는 실현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후단협은 사실상 ‘승리 지상주의’를 역설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정반대로 한나라당의 집권을 돕는 자해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셈이다. 단일화 대상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볼 것도 없이 명분이 없거나 약한 ‘후보 단일화’가 성공한 사례가 단 한번이라도 있었는지 묻고 싶다. 혹 ‘노무현 죽이기’를 해보겠다는 생각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노 후보는 당의 상층부가 아닌 민심의 바람을 타고서 오늘의 자리에 이르게 되었기 때문에 절대 죽임을 당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아야 할 것이다. 셋째, 노 후보의 지지율 하락은 후단협 활동을 비롯한 민주당 내분에 크게 영향받은 것이다. 자기들이 노 후보의 지지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애를 써놓고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을 들이대면서 ‘후보 단일화’를 주장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자기 손으로 자기 뺨 때려놓고 아프다고 울면 어쩌자는 건가 후단협 활동에 쏟을 시간과 에너지를 민주당의 내부 개혁과 새로운 청사진 제시에 돌려보라. 노 후보의 지지도는 성큼 올라갈 것이다. 넷째, 노 후보의 지지율 하락은 조중동의 ‘노무현 죽이기’에 크게 영향받은 것이다. 조중동은 민주당의 내분을 부추기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지금 나타나는 여론조사 결과를 그대로 믿고 따르는 건 조중동의 그런 음모에 놀아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민주당이 조중동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내분을 즉각 중단하고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열심히 발로 뛰어야 할 것이다. 후보가 설렁탕 한 그릇 안 사줬다고 섭섭해하는 구태도 내던지고 새로운 정치 문화를 창출해 문자 그대로 ‘봉사하는 정치인’이 되겠다는 발상의 전환을 하고 그걸 실천에 옮겨야 한다. 그렇게 할 경우, 노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을 리 없다. 다섯째, ‘공황 상태’에서 나온 판단은 믿을 게 못 된다. 지금 민주당 일각은 한나라당의 집권 가능성에 대해 공황 상태에 빠져 있다. 그래서 후단협이라는, 자기 자신을 부정하고 모독하는 자해적 정치 조직도 나오게 된 것이다. 큰 슬럼프에 빠진 프로가 살아날 수 있는 길은 아마추어 정신으로의 복귀다. ‘봉사하는 정치인’이 되라는 나의 주문은 아마추어리즘의 극치로 들리겠지만, 사실은 그게 바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진정한 프로의 길이다. 여섯째, 97년 대선의 최대 명분이 정권교체였다면 2002년 대선의 최대 명분은 ‘정치의 재탄생’이다. 민심은 때로 변덕스러울 망정 ‘시대 정신’을 읽는 눈을 갖고 있다. 돈도 구해오지 못해 돈을 전혀 쓰지 않는 노 후보의 ‘무능’을 욕할 게 아니라 그게 바로 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재집권 카드라는 걸 왜 모르는가. 민심은 ‘부패정권 청산’을 넘어서 ‘깨끗한 정권의 탄생’을 원하고 있다. 청산 대상으로 지목된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구태의연한 정치공학이 아니라 노무현식 파격과 그 파격에 상응하는 민주당의 환골탈태일 것이다.
김근태 상임고문의 이상한 처신
일곱째, ‘김근태 역할론’의 가능성이다. 대단히 외람되지만, 나는 민주당의 지리멸렬상에서 후단협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건 김근태 상임고문의 이상한 처신이라고 생각한다. 후단협의 자해 행위를 막아야 할 사람은 바로 김 고문이다. 민주당이 아무리 욕을 먹어도 그의 도덕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망국적인 학벌주의가 교묘한 위장을 통해 집요하게 노 후보에게 타격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김 고문의 전폭적인 노 후보 지지는 더욱 소중하다. 나는 일반 시민들이 김 고문에게 호소 아니 읍소하는 글을 보내주기 바란다. 나는 ‘노무현 바람’은 김 고문이 시대적 대의를 앞세우는 대국적 차원에서 노 후보를 위해 분골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하는 그 순간 무섭게 다시 불 것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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