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2002년10월31일 제432호 

“마지막 기회, 마음 독하게 먹자”

동교동계와의 전면전 선포하고 나선 신기남 의원…“대선에서 이기려면 낡은 세력과 절연해야”


사진/ (류우종 기자)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의 신기남 정치개혁추진위원회 본부장이 동교동계와의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섰다. 신 본부장은 10월26일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동교동계와 화합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라며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동교동계를 가차없이 비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도 “용서 없이 공격해야 한다”고 분명한 ‘탈DJ 전략’을 밝혔다. 자신이 선봉이 되어 동교동계와 일전을 치를 테니, 노 후보도 그 뒤를 따르라는 뜻이다.

신 본부장은 “사람 좋다는 소리나 고고하다는 소리 들으려고 정치하는 게 아니다”라고 전의를 불태우며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마찬가지다. 마지막 기회다. 부자 몸조심할 때가 아니다”라고 자신의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포용할수록 인기 떨어졌다

김민석 전 의원 탈당 배후설을 제기하고,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 경질을 요구했다. 근거가 있나.

특정인이라기보다는 동교동계다. 그들은 노무현 후보에 대한 애정이 없고, 노 후보의 역사적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 세력이다. 누구라도 이회창 후보의 집권을 막아주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정몽준 의원도 가능한 카드로 여기고 있다. 특히 박 실장은 정 의원과 연계돼 호감을 보이는 언행을 하고 있다. 박 실장이 정 의원을 월드컵 조직위원장으로 민 사실이 있고, 정 의원은 관훈토론회 때 축구협회 세무조사와 관련해 박 실장과의 관계를 엿볼 수 있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뜻도 담겨 있다고 보나.

지금 청와대가 김 대통령의 뜻대로 움직이나. 김 대통령은 일일이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럴 만한 힘도 없고. 구당권파, 흔히 동교동계라고 불리는 세력의 상당부분이, 측근에서 모셔왔던 분들이 그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당 지도부에 대해서도 공격을 하고 있는데.

최근 당내 움직임을 볼 때 동교동계의 움직임이 더 확실해지고 있다. 당 기존 지도부가 선대위에 협조하지 않고, 어떨 때는 방해하고 있다. 그 핵심에 정균환 원내총무와 박상천·이협 최고위원이 있다. 누가 노 후보를 지지하는지, 반대하는지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그즈음 엄정중립 자세를 보였던 한화갑 대표의 태도도 갑자기 변해, 노 후보와 선대위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국민의 정부가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비판하지 말라는 얘기다.

동교동계 최고위원들이 결속해서 갑자기 강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그때쯤에 일정한 합의가 있었기 때문으로 본다. 그 결과 김민석·신낙균이 정 의원에게 갔고,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가 탈당하겠다고 한 것도 맥이 닿아 있다고 본다. 이는 내 개인의 견해가 아니고, 우리 선대본부장들이 모여서 굉장히 우려하면서 함께 내린 결론이다.

그래도 한화갑 대표 등은 노 후보 지지태도를 밝히고 있지 않나.

민심이 불리하게 돌아가니까 임시로 휴전하는 것이다. 돕는다 돕는다 하지만 어떻게 돕겠다는 거냐. 도울 태세도 안 돼 있다. 제일 잘되면 방조고, 못하면 냉소다. 그래도 한 대표는 돕는다고 하니 고맙게 받아들이겠다. 한 대표는 강하게 나오지는 않는다. 한광옥 최고위원도 차이가 있고…. 그러나 중도개혁포럼쪽은 그런 말도 안 하고 있다. 세가 불리하니 다음 기회를 보는 것이다.

그럼 앞으로 동교동계와의 관계는 어떻게 되나.

동교동계와 화합하고 단결해서 나가는 것이 민심을 얻는 데는 오히려 손해다. 국민은 노 후보가 구시대 구질서와 확실하게 차별화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국민경선 때 노 후보가 받았던 열화와 같은 지지는, 구질서를 용서 없이 비판하고 고치겠다는 자세와 전망을 보여달라는 것이었다. 노 후보가 그걸 못했다. 당내 단합은 안 되고, 약점 잡으려는 사람들 눈치도 봐야 하고, 포용해야 한다는 요구도 높고. 하지만 포용하려고 할수록 노 후보의 이미지와 인기도는 떨어졌다. 이제는 노 후보가 자기의 분명한 길을 보여줄 마지막 기회가 남아 있을 뿐이다. 더 망설일 때가 아니다.

결국 차별화 전략인데, 구체적인 방법은.

차별화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쓰기 싫어하는데 세상에 100% 정확한 용어는 없다. 어차피 용어를 쓴다면 차별화라는 말밖에 없다. 국민에게 약속을 해야 한다. 이 사람들(동교동계)하고는 앞으로 같이 안 하겠다. 확실히 바꿔놓겠다고. 그리고 구체적인 정책에서는 용서 없이 공격해야 한다. 즉 4천억원 대북지원설에 대한 계좌추적과 이근영 금감위원장 교체 같은 것은 해야 한다. 한 대표가 비판하고 나올 때 노 후보가 다시 쳤어야 하는데 노 후보가 그걸 못했다. 그런 점이 불만이다.

선대위 안에도 전술 차이 존재

차별화는 득표전략의 일환으로도 보인다.

차별화해야 할 이유는 첫째 과거 세력을 극복하는 것이 정치개혁의 길이기 때문이고, 둘째 그렇게 해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차별화는 최고의 정치개혁이고, 최고의 선거전략이다. 수도권과 영남표를 얻지 못하는 후보가 어떻게 국민통합 후보라고 할 수 있으며, 어떻게 승리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정치개혁의 주자라고 나설 수 있겠는가. 수도권 개혁표와 영남표를 얻으려면 확실하게 차별화하는 수밖에 없다. 호남표는 개혁표와 영남표가 움직여서 노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 저절로 오는 것이다. 동교동계는 뜨거운 감자다. 정몽준 의원도 받기 꺼리고 있다. 국민이 동교동계와 잘 화합해서 해봐라, 당 단합이 됐으니 찍어주겠다고 그러나. 그렇지 않다. 확실히 차별화하고 절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 염원을 들어야 한다.

노 후보가 이런 목소리를 받아들이고 있나.

사실 선대위 안에서도 전술에서 차이가 있다. 선대위 안에도 차별화를 꺼리는 분들이 꽤 있다. 그분들은 기존 지지층을 결속시키는 것이 승리의 첩경이고 1단계라고 생각한다. 차별화는 분란만 나고 호남의 기존표가 다 없어지는 것 아니냐 걱정하는 것이다. 노 후보는 양쪽 사이에서 망설이는 형국이다. 이쪽저쪽 다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개혁추진위원회는 조순형·신기남·천정배가 만든 게 아니다. 노 후보 본인이 이 위원회에 큰 기대를 걸면서 “당신들이 맡아서 차별화하고, 뒤집기를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제 후보가 결정해야 한다. 이기고 지고는 후보의 결단에 달려 있다. 대통령이 되고 싶으면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한다. 모 아니면 도지, 적당히 해서 되나.

민주당을 나가야 한다고?

노 후보가 당내 싸움에 말려들 경우 ‘싸움닭’ 이미지만 굳어지는 것 아닌가.

지금 3등 하고 있는데 무슨 걱정인가. 그건 1등이 해야 할 걱정이지, 3등이 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것이다. 2등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노무현다움을 회복하지 못하면 1등 못한다. 부자 몸조심할 때가 아니다.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마찬가지다. 그래도 노 후보의 강수, 비수가 남아 있다. 국민은 눈을 초롱초롱 뜨고 그것을 기다리고 있다. 척박한 환경에서 노무현을 바라보고 있는 민주개혁 인사들이 있다. 그 사람들 분노가 폭발 직전에 있다. 그 사람들 때문에 ‘노풍’이 분 거지, 동교동 때문에 분 게 아니다. 동교동은 그때 이인제 편이었다. 그 사람들 배반하면 안 된다.

그런 논리라면 민주당을 박차고 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

왜 나가나. 민주당에 주인이 따로 있나. 민주당은 어느 일부 세력이 항상 안방 차지하고 백년세세 누리도록 돼 있나. 상속되나. 주인이 바뀔 수도 있고, 바뀌어야 한다. 국민은 정치판의 주인이 바뀌기를 원하고 있다. 어느 최고위원은 최고회의 석상에서 ‘이 당의 주인이 누구인데’라고 여러 차례 얘기하던데, 정말 한심한 얘기다. 정말 반개혁적이고, 구태정치의 표본적인 말로 엄중한 비판을 받아야 한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




↑Back to th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