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2002년10월24일 제431호 

감기를 알면 ‘만병 퇴치’

너무 흔해서 우리가 모르는 감기의 비밀… 발병 원인에서 독감과의 차이까지


사진/ 감기에 걸렸을 때 병원을 찾는다고 빨리 낫지는 않는다. 소아과에서 감기치료를 위해 기다리고 있는 어린이들. (한겨레21)


감기는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불청객처럼 찾아와 많은 사람을 괴롭힌다. 대개의 경우 견뎌내기도 하고 시간이 흐르면 낫기도 한다. 하지만 우습게 여겼다가 심각한 후유증과 합병증으로 고생을 할 수 있다. 그래서 감기는 '만병의 근원'이라 불리기도 한다. 10명 가운데 9명이 1년에 한번 정도는 걸리리 정도로 흔한 질환인 감기에 대해 알고 싶은 몇 가지를 정리했다.

감기에 걸리는 까닭은

감기는 바이러스가 코나 목구멍(인후), 상부 기관지 등에 침투해 일어나는 전염성 질환이라는 게 양의쪽 견해다. 바이러스 가운데 리노바이러스가 가장 흔하고, 어른 감기의 15~40%가 이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리노(Rhino)란 라틴어로 코를 뜻하므로, 코감기가 가장 일반적 감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밖에 100~200여종의 바이러스가 있으므로, 사람들이 걸리는 감기의 종류만큼 다양한 셈이다. 감기 바이러스는 일반 상식과 달리 호흡기로 전염되는 것보다 손을 통해 전염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감기에 걸렸다 싶을 때는 아무리 반가운 사람과 만났을지라도 악수를 삼가야 한다.

한의쪽에서는 감기를 차갑고 습한 기운이 몸에 스며든 것이라고 본다. 감기라는 말도 ‘감염냉기’의 줄임말이다. 찬 기운이 몸으로 처음 들어오는 곳은 ‘풍문’ 경혈이다. 단월드(옛 단학선원)쪽에서는 이 풍문을 눌러 감기를 낫게 한다. 풍문은 고개를 앞으로 숙였을 때 튀어나오는 뼈(제7경추)에서 손가락 3개 정도 아래의 높이고, 등뼈에서 손가락 두개 정도 바깥쪽에 있다.

한의 또는 민족의학에서는 감기를 우리 몸의 자정작용이라고도 본다. 육체적으로 과로하거나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몸이, 부조화한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나타내는 반응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양의에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사람이 감기에 잘 걸린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들에게서 추출한 림프구의 항균기능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크게 감소한 것이 관찰됐다. 바이러스에 똑같이 노출됐더라도 과로나 스트레스로 몸이 지쳐 있으면 감기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이유가 증명된 것이다. 하지만 양의에서는 이를 스트레스가 신체의 면역기능을 저하한다고 해석하는 점이 한의 또는 민족의학과 다른 점이다.

감기약을 먹어야 하나


사진/ 독감은 특정 바이러스를 잡으면 예방할 수 있다. 독감 예방접종을 하는 어린이. (이용호 기자)


많은 사람들이 감기에 걸리면 약부터 먹거나, 주사를 맞으러 병원에 간다. 하지만 어떤 약이나 주사도 감기를 빨리 낫게 하지 못한다는 것이 임상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의사들 스스로 “한약이든 양약이든 감기약의 효과라는 것은 우리 전래의 뜨거운 콩나물국에 고춧가루 타 마시는 것보다 더 낫지 않다”고 말할 정도다. 원인균에 대한 근본적 치료법이 없고, 열을 내리거나 콧물을 멈추게 하는 등의 대증요법에 치중하기 때문이다.

특히 종합감기약과 항생제의 폐해는 심각하다. 종합감기약에는 말 그대로 모든 감기증상에 맞는 처방을 모두 넣었기 때문에 코감기인데도 몸살감기약까지 함께 먹는 셈이다. 보통 항히스타민제가 많이 들어가는데 이것은 코나 목, 입안의 분비물을 마르게 해 콧물을 멈추게 하는 효과가 있지만 다른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우리나라 병원이나 약국에서는 대부분 부신피질 호르몬제와 항생제를 쓰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신피질 호르몬제를 복용하면 기운이 나는 것 같고 입맛이 좋아져 병이 낫는 것 같지만, 사실은 마약과 비슷해 쓸 때는 증세가 가라앉지만 끊으면 다시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많은 부작용이 있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쓰지 말아야 한다.

이와 함께 ‘세계적 항생제 시험장’이라는 오명에 걸맞게, 대부분의 병원이 감기에 대해 불필요하게 항생제를 처방한다. 그러나 항생제는 박테리아(세균)만을 죽일 뿐 감기 바이러스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되레 항생제의 부작용인 알레르기를 유발하고, 혈액·간장·신장 등에 대한 장애뿐 아니라, 내성균의 발달을 촉진해 나중에 꼭 항생제가 필요할 때 약발이 듣지 않게 된다.

감기와 독감은 다르다


사진/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전자 현미경 사진.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으로 감기와는 다르다. 감기는 바이러스 종류가 워낙 많기 때문에 백신으로 예방할 수 없지만, 독감은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어린이와 노인이나 당뇨병·심장병·천식 환자 가운데 합병증의 위험이 있는 사람들은 예방접종이 꼭 필요하다.하지만 건강한 사람은 반드시 백신을 맞을 필요는 없다. 독감백신의 예방률은 70~90%밖에 되지 않는다. 독감 바이러스가 매번 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는(WHO)는 전 세계적 감시체계를 동원해 다음해에 유행할 것으로 예측되는 균주를 발표하는데, 이것이 백신에 들어갈 균주 가운데 하나가 된다. 예측이 조금이라도 빗나가면 백신은 소용이 없어진다.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독감백신을 맞지 말아야 한다. 백신에 들어가는 균주를 달걀 노른자에서 배양하기 때문이다.

기침·재채기·콧물은 왜 날까?

일본인 타노이 마사오가 쓴 <몸의 구조>에는 콧속(비강)이나 기관지에 붙어 있는 해로운 물질을 몰아내려는 인체의 방어작용이 기침이나 재채기로 나타난다고 쓰여 있다. 코나 목, 기관, 기관지 등은 공기 속의 먼지나 꽃가루, 세균 등이 몸 속 깊숙이 침투하는 것을 막아주는 필터 구실을 한다. 재채기를 할 때 공기 흐름은 시속 160km나 된다. 태풍보다 강한 바람을 일으켜 몸 안으로 들어가려는 이물질을 배출한다.

콧물은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공격하기 위해 증가한 백혈구와 혈장이 코의 점막을 통해 밖으로 나온 것이다. 콧물이 나오면 아무래도 코를 풀게 된다. 코를 풀면 그 자극으로 인해 공기 통로가 염증을 일으키고, 코가 막힌다.

도움말 : 서울대 의대 유태우 교수, 진성림내과 진성림 원장, 장두석 민족생활의학연구회 회장, 대전 동촌한의원 권순영 원장, 단월드 고영민 팀장

이재성 기자 firi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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