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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섹션 : 특집 | 등록 2002.09.04(수) 제42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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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환자 볼모로 병원 잇속만… 병원 노동자 단결권이 국민 건강권 챙겨… 정말로 종합병원은 환자를 위하는가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한 파업은 안 된다.” 필수공익사업장인 종합병원의 파업을 막기 위한 직권중재조항이 존재하는 이유다. 해마다 병원 노동자들은 이 조항에 묶여 ‘불법파업’을 감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이 직권중재에 대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고 단체행동권이 사실상 박탈되는 점 등을 들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62조 3호, 75조의 위헌 여부에 관한 심판 제청을 내놓기는 했으나, 마치 공안당국이 국가보안법을 대하듯이 지금도 병원 사용자들은 이 조항을 금과옥조처럼 떠받들고 있다. 그러나 환자의 불편이나 병원의 손실이 곧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라고 노조쪽은 주장한다. 일반 사업장에서도 파업 기간에 거액의 생산 손실을 입게 마련이고, 일부 분야에서는 소비자들이 큰 불편을 겪는다. 다만 병원 파업에 따른 환자들의 고통은 일반 사업장 파업보다 정도가 심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차수련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파업 기간에도 중환자실과 응급실, 신생아실 등 중요한 곳에는 필요한 인력을 모자라지 않게 배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병원 파업이 환자 생명 위협한다?
지난 2000년 의사 파업 때 병원들이 거의 마비상태에 빠진 것에 비해 100일이 넘는 병원 노동자들의 파업으로도 해당 병원들이 진료가 불가능할 정도의 심각한 상태에 빠지지 않은 것을 보면 병원 파업이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한다는 주장은 과장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보건의료노조 이주호 정책국장은 “병원 노동자들의 파업에 따른 부작용보다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병원 노동자들이 누구를 위해 싸우는지를 알아달라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종합병원 병실에서는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듯 동전을 넣고 텔레비전을 시청해야 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입원실 텔레비전은 전원 단추만 누르면 시간제한 없이 켜진다. 노조가 병원쪽에 요구해 이뤄진 것이다. 지금은 거의 모든 병원에서 환자 보호자에게까지 비싼 주차요금을 물리고 있다. 하지만 머잖아 병원에 입원한 가족을 돌보기 위해 비싼 주차요금을 무는 일은 사라질지 모른다. 노조에서 병원쪽에 주차장 무료화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병실 텔레비전 무료시청이나 주차장 무료주차 정도는 대수롭지 않은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올해 보건의료노조의 요구조건 가운데 의료 공공성 강화와 적정 인력 확보,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핵심 항목으로 들어 있는 것에서 보듯이 노조는 환자들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내용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주호 국장은 “공익을 위한 사업장에서 노조가 공익적인 조건을 요구하는 건 당연하다. 오히려 병원을 돈벌이를 위한 사업체로만 인식하는 사용자들이 환자들의 건강을 볼모로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병원 사용자들이 환자 건강을 도외시했다는 단서는 생존권 문제로 파업을 벌이고 있는 제주 한라병원에서 오히려 쉽게 드러난다. 한상태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한라병원에서는 간호사 두 사람이 환자 82명을 담당하고 있다. 노조에서 한 사람을 더 배치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병원에서는 파업 초기 환자들이 식사 거부투쟁을 하며 파업에 동조하기도 했다. 진료환경과 식사의 질을 개선해달라는 요구였다. 환자들은 다른 곳에 병실이 없어 식사가 형편없고 서비스도 불편한 이 병원에 참고 입원해 있었던 것이다.
수익성 내세워 환자 건강권 도외시
계약직이 급증하는 것도 환자의 건강권을 직접 위협하는 요소다. 이 병원 이은주 간호사는 “계약직이 늘면서 다들 생각이 고용문제에 쏠려 환자를 볼 때도 최선의 마음으로 보질 못한다. 3층 신경외과에서 환자 76명을 맡았는데 아침이면 날아다녀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신규 간호사들이 웬만큼 숙달되면 조금이라도 나은 조건을 찾아 직장을 옮기기 때문에 근속기간이 너무 짧아졌다. 환자들도 숙달된 3년차 간호사 대신 한달된 간호사한테 7∼8번씩 찔려가며 주사를 맞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들의 인력 축소로 지난 10년 동안 병원들의 간호사 1인당 담당 병상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전경자 순천향대 간호학과 교수가 지난 99년 발표한 ‘병원간호인력 실태 및 개선방안’ 논문에 따르면 92년 간호사 1인당 담당 병상 수가 5.4명이던 것이 98년에는 6.1명으로 증가했다. 3차 병원이 2.9명에서 3.9명으로 증가했고, 종합병원에서는 3.5명에서 6.7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체제의 영향을 받아 98년에 담당 병상 수가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의료노조의 98년 9월 조사에 따르면, IMF 이후 병원 사업장의 고용실태도 크게 변했다. 보건의료노조 산하 사업장의 73%가 정규직을 줄였고, 중·소병원은 83%나 정규직을 줄였다. 특히 간호사가 전체 감소인원 대비 32%로 가장 많이 감소해 병원들이 환자 건강과 직접 관련이 있는 부분에서 인력을 크게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간호인력이 부족해 입원환자들은 하루 평균 간호사로부터 면담이나 직접 간호를 받는 시간이 36.9분에 지나지 않아 임상간호사회가 제시하는 1일 적정 간호시간 162분에 크게 못 미쳤다. 인력구조 변화는 의료사고 증대 가능성을 높인다. 같은해 28개 병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검사 착오 16개 병원 171건 △환자 낙상 17개 병원 145건 △투약사고 13개 병원 88건 등으로 나타났다. 양봉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다른 해와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병원의 공식통계와 달리 의료사고가 매우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했다. 병원의 인력 부족에 따른 업무량 증대 및 노동강도 강화와 연관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병원 공공성 강화를 주목하라
최근 많은 병원들이 경영 합리화를 명분으로 병실 면적을 줄이고 있다. 3∼4인실은 6인실로, 1∼2인실은 3∼4인실로, 6인실은 10인실로 같은 면적에 병상을 늘이는 편법을 쓰는 것이다. 올해 보건의료노조가 조합원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처럼 병실 면적이 줄어들면서 응급상황이 일어났을 때 응급처리기구가 병실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거나 환자 침상을 뺄 수 없어 환자 생명에 위험을 느끼는 경우까지 파악되기도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병원 공공성 강화를 위해 병원이 해마다 공공의료사업기금을 연간 총수입의 0.5∼1%까지 적립해 지역주민 대상 무료 건강검진과 의료혜택 소외지역 무료 의료봉사활동 등에 쓰도록 올해 임단협 요구조건에 넣기도 했다. 차수련 위원장은 “협상이 무난히 타결된 병원에서는 병원 공공성 강화 요구들이 적지 않게 받아들여졌지만, 일부 장기파업 사업장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병원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제약하는 것은 병원 노동자들뿐 아니라 환자와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사용자들과 정부 당국은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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